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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찬·과일·속옷도 구독한다…취소율 줄인 신세계百 ‘히든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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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직원이 정기 배송되는 반찬 구독서비스 박스를 들고 있다. [사진 현대백화점]

롯데제과가 출시한 과자 정기 구독 상품인 '월간 과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직원이 정기 구독서비스로 배송되는 과일을 담고 있다. [사진 신세계백화점]
위메프는 4월 꽃 정기 구독 서비스를 내놨다. [사진 위메프]

# 서울 서대문구의 직장맘 신모(38)씨는 현대백화점 신촌점에서 반찬 6종·국 1종을 매주 배송받는다. 한 달에 4번 배송받는 구독 가격은 9만9000원. 신씨는 “코로나19 때문에 밖에 나가 장보기가 꺼려져 이용해 봤다"며 "지금은 반찬 고민도 덜고 매장 구매보다 오히려 10~30% 싸서 구독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시작한 현대백화점의 반찬 구독서비스는 30·40 고객의 호응 속에 올해 5월 구독자수가 3배가량 늘었다.

구독경제, 코로나발 무한확장 #반찬·제철과일·과자·술·꽃·그림… #백화점·마트·편의점까지 가세 #2030은 커피·속옷·펫간식도 #“편리함+특별함 줘야 구독유지”

꽃·그림·과일·속옷·면도기까지 '구독'

코로나19로 온라인 소비가 늘면서 '구독경제'가 확산하고 있다. 최근엔 반찬은 물론 과자·커피·술·꽃·그림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구독 경제는 정기적으로 일정 비용을 지급하고 원하는 상품 혹은 서비스를 소비하는 경제활동이다. 신문·우유·녹즙 배달은 구독 경제의 시초쯤 되고, 코로나19로 구독 상품의 종류가 전방위로 확대됐다. 구독시장 규모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미국의 경우 맥킨지(2018년)는 온라인쇼핑 고객의 15%가 구독서비스를 이용중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시장조사업체 e마케터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약 7098억 달러(약 792조원)다.

국내에선 유통업계가 식품·생필품 중심으로 구독 경제를 주도하고 있다. 창고형 할인점인 신세계 트레이더스는 지난해 3월부터 커피·피자·고기 월 구독권을 판매했는데, 커피·피자의 구독권은 누적 판매량이 6만장을 넘었다. 트레이더스는 올해 기저귀·건강기능식품·화장품 등으로 구독 상품을 늘리고 있다.

롯데제과가 선보인 월 9900원~1만9800원에 과자를 매달 배송해주는 ‘월간 과자’ 구독 서비스에는 신청자가 몰리면서 당초 계획보다 행사를 연장하기도 했다. 올해는 ‘월간 아이스크림’도 나왔다. 대상의 온라인몰 정원e샵은 지난해 시작한 종가집 김치 정기 배송(구독)의 매출이 한 해 전보다 100% 늘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지난해 5월부터 월 20만~22만원에 매주 혹은 격주로 제철과일을 배송하는 구독 서비스를 선보였다. 파리바게뜨도 4만원을 내면 커피·샌드위치 세트를 한 달 동안 매일 배송하는 구독 서비스를 출시했다. 20·30대 사이에선 속옷, 면도기, 애완견 간식 정기 구독 상품이 인기다.

식품구독 이용실태 온라인 설문조사.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식품구독 이용실태 온라인 설문조사.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소비자는 "편해서"…업체는 "충성고객"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지난해 말 국내 소비자 1374명에게 ‘식품 구독경제 이용실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 이상(57.2%)이 식품 구독 서비스를 이용중이었다. 구독 이유로 편리함(66.2%)을 가장 많이 꼽았고, 비용 절약(28.4%), 선택 고민이 필요 없어서(21.9%) 등의 순이었다. 유통업체는 충성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트레이더스 관계자는 “구독 서비스 이용자에게는 할인 구독권을 제공해 붙잡아 둘 수 있다"고 말했다.

구독경제가 이처럼 소비자 ‘락인’(Lock in·붙잡기) 효과가 있다보니 편의점 등도 구독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다. 편의점 CU는 월간 구독 상품 종류를 커피·도시락·김밥에서 스낵·생수·우유 등으로 점차 확대하고 있다. GS25도 원두커피·도시락에 이어 최근 생리대를 구독 상품으로 추가했다. 이커머스 업체는 식품 대신 기호상품을 공략 중이다. 위메프는 한 달에 2만~6만원을 결제하면 매주 2회 꽃을 배달하는 정기 구독 서비스를, 인터파크는 매달 새로운 작품을 배송해주는 그림 구독 서비스를 최근 내놨다.

온라인 식품시장 거래액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온라인 식품시장 거래액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하지만 aT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3개월 이내 구독서비스를 취소했다는 답변도 30% 가량 됐다. 취소 이유로 낮은 품질, 구성품 불만족 등을 꼽았다. 김철용 신세계백화점 청과 바이어는 “편리함과 비용 절약 외에 특별한 상품이란 느낌을 주어야 구독이 유지된다”며 “과일 품질을 골라 담는건 물론 맛있게 먹는법, 과일의 유래 등을 적은 손편지를 동봉해 보냈더니 매주 기대된다는 피드백이 많았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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