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선량의 손과 입"|김진(사회부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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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평민당 양성우 의원의 교통경찰관폭행사건은 곱씹을수록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고 있다.
준법의 모범이 되어야할 국회의원이 공무집행중인 의경의 따귀를 때리고, 그 과정에서 의경의 이빨이 부러진 사실이 우선 그러하고 이를 본 시민의 항의소동이 더욱 그렇다.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당시 양 의원의 심정은 모를 바도 아니다. 본인의 말대로 현역의원이 차안에 앉아있는데 의경이 교통위반단속 시비로 운전사와 멱살을 잡은 시비는 『무례하다』고 생각했을 법도 하다.
그러나 1백 번을 접어준다 해도 결국 나이 어린 의경에게 손찌검을 함으로써 의원의 품위를 떨어뜨렸다.
이 광경을 목격한 시민들이 흥분하여 『국회의원이면 경찰관을 때려도 되느냐』며 사과를 요구할 정도였으니 그의 「무리」는 입증되고도 남는 것이 아닐까.
실망감을 더해주는 것은 사건에 대한 그의 해명이다.
『국회의원배지를 단 사람이 차에서 내려 의경을 때렸다』는 시민의 목격담이 줄을 잇는데도 그는 폭행사실을 부인했다.『나의 손이 그의 얼굴에 닿았던 모양』이라는 희화적인 해명을 내놓았다가 『운전사의 머리에 부딪친 것』이라고 번복하기도 했다.
양 의원의 진술이 움직일 수 없는 거짓말로 판명되는 순간, 5공이나 광주청문회에서 증인의 위증을 신랄히 추궁했던 동료 야당의원들에게 그는 무슨 말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아울러 암울했던 유신체제를 「겨울공화국」이라 매섭게 꼬집었던 시인 양 성우를 기억하는 유권자에게 어떤 설명을 내놓을지 그 또한 걱정스럽다.
떳떳지 못한 은폐와 부인으로 불미스러운 퇴장을 경험했던 공인의 예를 우리는 어렵지 않게 기억해낼 수 있다. 닉슨이 그랬고 게리 하트가 그러했다.
웬만한 실수도 「있을 수 있는 일」로 너그럽게 눈감아주는 것이 우리네 정치·사회 풍토였다면 이제는 고쳐져야 한다.
부상한 의경을 찾아가 「치료비보상」을 약속했던 양 의원이 유권자에게 해야할 일은 이제라도 사실을 시인하고 정중히 사과하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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