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국민의힘 젊은 바람, 변하라는 요구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들이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1차 전당대회 후보자 비전발표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기현 당 대표 권한대행, 이준석, 조경태, 김웅, 윤영석, 주호영, 홍문표, 김은혜, 나경원 후보. 오종택 기자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들이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1차 전당대회 후보자 비전발표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기현 당 대표 권한대행, 이준석, 조경태, 김웅, 윤영석, 주호영, 홍문표, 김은혜, 나경원 후보. 오종택 기자

6·11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어제 예비 경선 후보자들의 비전 발표회가 있었다. 프레젠테이션 형식이었던 이 자리에서 8인 당권 주자들은 헤드 마이크를 쓴 채 5분간 무대를 누볐다. 중계 영상엔 이런 댓글이 달렸다. “내가 대선 토론회도 아닌 당 대표 비전 발표회를 기다리고 있다니….”

‘0선’ 30대 이준석 등 소장파 약진 #‘수구꼴통당’‘영남당’서 벗어나야

그간 국민의힘 대표 경선에선 상상할 수 없던 열기다. 얼마 전 더불어민주당 경선과도 확연히 차이가 난다. 무엇보다 이준석·김웅·김은혜 등 소장파 주자의 약진 때문일 것이다. 특히 36세인 ‘0선’의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주호영·나경원 전 원내대표를 제치고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중 몇 명이 26~27일 컷오프 여론조사를 통과해 최종 5인에 포함될지는 미지수다. 또 본선에선 당원 투표가 70%(국민 여론조사 30%) 반영되니 양상이 다르게 전개될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국민의힘 비대위원들이 사담(私談) 중에 “새로운 후보에 대한 것(요구)이 나타나고 있다. 준석이가 돼 버릴 것 같다”고 말할 정도의 분위기인 것도 사실이다.

한국 정치에선 놀라운 순간이다. ‘30대 유력 정치인’은 아주 오래전에나 있었기 때문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37세에 야당 원내총무(지금의 원내대표)로 선출됐을 때가 1964년이었다. 야당 대선 경선에서 ‘40대 기수론’이 구상유취(口尙乳臭·입에서 아직 젖 냄새가 난다)로 취급됐을 때가 그로부터 6년 뒤였다. 산업화·민주화를 거치며 정치엘리트들도 나이가 들어 386이 대거 충원됐던 2004년 총선을 제외하곤 2030은 늘 극소수였다. 30대 당수(黨首)는 먼 서유럽 국가의 얘기일 뿐이었다.

이제는 우리에게도 하나의 가능성이 됐다. 그리고 여기엔 문재인 정부에 비판적인 국민이 4·7 재·보선을 전후해 야권을 향해 던진 메시지가 투영돼 있다고 본다. “변화에 대한 열망이다. 내년 대선은 누가 더 빨리, 누가 더 많이 변하느냐의 싸움이다. 익숙한 과거와 결별하는 당이 집권할 것”이란 원희룡 제주지사의 진단 그대로다. ‘수구꼴통당’ ‘영남당’ ‘꼰대당’의 국민의힘으론 안 된다는 것과 합리적 중도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런 변화를 하려 할 때만 표를 받을 수 있다는 것 등이다. 오랫동안 국민의힘을 외면해 왔던 청년층, 그중에서도 20대에서 특히 강한 요구가 일고 있다.

야권 일각에선 “한때 지나가는 바람” "또 다시 실험정당”(홍준표 무소속 의원)이란 주장도 있는데 부당한 폄훼라고 본다. 대선 관리를 위해선 고도의 경험과 경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타당할 순 있다. 그렇더라도 ‘기존 국민의힘으론 안 된다’는 메시지 자체를 간과해선 안 된다고 본다.

국민의힘은 2000년대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 이래 실로 오랜만에 혁신의 순간을 맞았다. 기회를 놓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