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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오수, 2009년 노무현수사팀 향해 “의지·용기에 박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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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검찰이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와 노무현 전 대통령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한 2009년 6월 12일.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이었던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수사팀의 의지와 용기에 진심으로 위로와 격려,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는 내용의 글을 검찰 내부망에 썼던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수사 결과 발표날, 검찰 내부망에 글

김 후보자는 당시 ‘수라(修羅·불교 경전의 전쟁 귀신)의 길이 검사들의 숙명’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오랜 산고를 겪으며 어렵고 힘들게 오늘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대검 중수부 수사팀을 옆에서 지켜봤기에 만감이 교차한다”며 “수사팀은 4개월이 넘는 길고 긴 수사 기간 단 하루밖에 쉬지 못한 채 밤낮을 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동안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해 전 국민의 애도 속에 장례식이 거행됐고, 검찰의 총수인 임채진 검찰총장님이 사퇴하셨다”고 덧붙였다.

김 후보자는 수사팀의 수사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그는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던 수사팀의 굳은 의지가 안타까운 상황 속에 이렇게 조금은 아쉬운 결과로 막을 내리고 있다”며 “다만 (이인규) 중수부장님 이하 수사팀이 검찰을 대표해 최선을 다해 수사했고,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사실은 검찰 가족들에게 오랫동안 잊히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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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후보자는 해당 글에 당시 선임자였던 최재경 중앙지검 3차장의 2009년 6월 7일자 중앙SUNDAY 칼럼을 첨부하며 “승낙을 얻어 이렇게 전재한다”며 “전국의 검찰 가족들이 대검 중수부 수사팀을 이해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썼다. 최 전 차장의 칼럼 제목도 ‘수라의 길이 검사들의 숙명’이었다. 이 칼럼에서 최 전 차장은 “임채진 검찰총장은 소위 박연차 게이트를 수사하면서 ‘검사의 길’과 ‘인간의 도리’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해왔다고 한다”며 “절제와 품격에 천착하던 그가 수사에 매진하다 ‘상상할 수도 없는 변고’를 겪은 국민에게 사죄한 후 총장직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는 역설적 상황에 가슴이 아프다”고 썼다.

‘박연차 게이트’는 2008년 11월 국세청이 고(故)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 대해 조세포탈 혐의로 고발하며 검찰 수사가 시작돼 이듬해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수사가 확대됐다. 같은 해 4월 30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도 박 회장으로부터 자녀 생활비와 투자비 등으로 640만 달러를 받은 의혹으로 중수부 소환조사를 받았고, “재임 중 아내가 돈을 받은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대통령은 그해 5월 23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검찰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해 내사종결(공소권 없음) 처분을 했다.

강광우·김수민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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