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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비만수술과 대사수술, 명확하게 구분해야

중앙일보

입력

사진: 민병원 김종민 원장

사진: 민병원 김종민 원장

비만수술(Bariatric Surgery)은 ‘Weight Loss Surgery’라고도 불리며 고도비만 환자들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살을 빼는 치료이다. 반면, 대사수술 (Metabolic Surgery)는 위장관 호르몬의 정상화를 추구하는 수술로 비만을 넘어서 당뇨와 같은 내분비 질환을 치료한다는 점에서 비만수술과 다르다.

이처럼 비만수술과 대사수술은 명확하게 다른 목적과 방법으로 구분돼 시행되는 수술이지만 아쉽게도 국내에서는 비만수술과 대사수술이 ‘비만대사수술’로 통칭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반 국민들은 대사수술을 단순하게 살 빼는 수술로만 오해하고 있으며, 의료계에서도 이에 대한 개선의 움직임이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비만수술과 대사수술의 대표적인 차이는 세 가지를 통해 바로잡을 수 있다. 첫 번째, 수술 목적이 다르다. 비만수술의 목적은 체중 감량이다. 비만을 치료함으로써 고혈압과 당뇨 같은 비만의 합병증을 예방해서다.

반면, 대사수술은 당뇨와 같은 대사질환의 개선이 목적이다. 즉, 당뇨와 고혈압 등 대사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수술인 것이다.

두 번째, 수술 성공의 요건이 다르다. 비만수술 후 체중 감소는 현재의 체중에서 이상 체중을 뺀 초과체중이 50% 이상 감소해야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대사수술을 통한 당뇨 치료의 경우에는 환자 상태에 따라 당뇨의 완치 개념인 ‘완전관해’, 모든 당뇨약 복용을 중단하는 ‘부분관해’, 최소한의 약으로 당뇨를 매우 잘 조절할 수 있는 상태인 ‘웰 컨트롤’ 등 3가지로 성공 여부를 구분한다. 보통 2형당뇨 환자의 경우 아주 오랫동안 당뇨를 방치하지 않았다면 수술 후 대다수가 완전관해에 도달한다.

세 번째, 수술 방법이 다르다. 비만수술은 위를 절제해 위의 일부분만 남겨두는 ‘위절제술’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이는 음식의 섭취 등을 제한하는 데 중심을 둔 수술법으로 위의 면적을 줄이는 효과 뿐만 아니라 혈당조절까지 긍정적으로 이뤄져 현재 가장 일반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방법이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위밴드 수술이 있다. 위밴드 수술은 순수하게 음식 섭취를 제한하는 수술로, 위의 윗부분에 밴드를 감아 위를 작게 만들어 주는 방법이다. 밴드의 조임 정도에 따라 음식 섭취량을 조절할 수 있는데 조임 정도는 복벽의 포트를 통해 조절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수술 방법에 비해 체중 감소의 효과가 더 적고, 위 미란, 천공, 협착과 같은 합병증의 위험성이 높아 최근에는 많이 시행하고 있지 않다.

반면, 대사수술은 당뇨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호르몬 체계를 개선하는 기전의 수술법이 주를 이룬다. 단순한 위절제술과 다르게 위장관의 구조를 변경하는 우회술 계열(루와이 위우회술, 십이지장우회술 등)의 수술법이 주로 시행된다.

최근에는 십이지장우회술이 한국형 당뇨 환자에게 매우 뛰어난 치료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논문을 통해 발표(논문명: 병적 비만치료를 위한 십이지장우회술의 단기적 결과/민병원, 강동경희대병원 공동 연구 논문)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2019년 1월 비만대사수술이 국민건강보험에 적용된 이후 많은 당뇨 환자들이 대사수술을 받고 있으며 우수한 수술 효과를 경험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효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국내에는 당뇨 대사수술 분야에서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의료기관이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있다. 이 때문에 당뇨 환자가 대사 수술이 아닌 비만 개선이 중심인 치료를 받은 후 재수술을 받아야 하는 안타까운 일도 발생하고 있다.

비만수술과 대사수술은 목적이 다르고 수술을 적용하는 잣대도 다르지만 아직도 이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에 일반인과 의료인 모두 대사수술을 제대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이 오해의 소지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김종민 민병원 원장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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