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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연승 SSG, 1위로 쭉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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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SSG 오태곤(왼쪽)이 5회 말 LG 포수 유강남을 피해 홈으로 쇄도하고 있다. SSG는 이날 8-0으로 이기면서 5연승을 달렸다. [뉴스1]

SSG 오태곤(왼쪽)이 5회 말 LG 포수 유강남을 피해 홈으로 쇄도하고 있다. SSG는 이날 8-0으로 이기면서 5연승을 달렸다. [뉴스1]

프로야구 SSG 랜더스가 선두를 내달렸다. 초보 감독 김원형(49·작은 사진)의 ‘조용한 리더십’이 눈에 띈다.

믿음 준 김원형, 선두 나선 랜더스 #1위 라이벌 LG와 3연전 싹쓸이 #유연한 감독 리더십에 선수 호응 #최주환도 부상 복귀, 더 강력해져

SSG는 23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경기에서 LG 트윈스를 8-0으로 물리쳤다. 선발 투수 오원석이 6이닝 5피안타 무실점 호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김강민이 홈런 등 2타수 2안타 3타점을 올렸다. 전날 단독 1위로 올라선 SSG(23승 17패)는 최근 5연승이다.

지난겨울 SK 와이번스는 새 사령탑으로 김원형 두산 투수코치를 선임했다. 쌍방울 레이더스 출신인 김 감독은 SK 창단 멤버였고, 은퇴 뒤에는 코치를 지냈다. 이후 롯데와 두산을 거쳤고, 5년 만에 감독이 되어 돌아왔다. 선임 후 SSG가 SK를 인수해 재창단하면서 김 감독은 초대 사령탑에 올랐다.

김원형

김원형

새 팀(SSG)이 된 친정팀(SK) 사정은 좋지 않았다. 2018년 한국시리즈 우승팀이자 2019년 정규시즌 2위 팀이지만, 지난해에는 9위에 그쳤다. 에이스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은 메이저리그로 떠났고, 선수들 자신감도 많이 떨어졌다.

김원형 감독은 스스로 “말이 적은 편”이라고 얘기했다. 실제로 말보다 몸으로 얘기하는 스타일이다. 지난겨울 서귀포 전지훈련 당시 김 감독은 직접 넉가래를 들고 마운드를 정비했다. 쉬는 시간에는 투수들에 공을 직접 가져다줬다. 그러면서 툭툭 던지듯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폼 잡고’ 가르치기보다는 편하게 대화한다.

개막 후에도 선수들이 부진하거나 실수할 때 곧바로 말하지 않았다. 패전 뒤 흔히 하는 ‘팀 미팅’도 없다. 하루 이틀 지난 뒤 슬그머니 “너, 이렇게 못하면 2군 가야 한다”고 농담처럼 한마디 했다. ‘아이스 브레이킹’을 한 뒤에는 스쳐 가듯 넌지시 이야기한다. 선수들 스스로 깨우치길 바라서다.

초반 순항했던 SSG는 윌머 폰트(목), 아티르위키(옆구리), 최주환(햄스트링), 김상수(치아) 등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팀에서 빠졌다. 고비에서도 김 감독은 조급한 티를 내지 않았다. 대체 선수들에게 차분하게 기회를 줬다. 어렵게, 어렵게 고비를 넘기면서 팀은 더 강해졌다.

유연해야 할 때는 유연하다. 최지훈 기용이 대표적이다. 김원형 감독은 1번을 맡겼던 외야수 최지훈(24)이 부진하자 “본인이 못해도 선배들이 잘해주니까 최지훈이 부담을 덜었으면 좋겠다. 최지훈 활약으로 이기는 경기가 나올 것”이라며 다독였다. 그래도 부진하자 그제야 추신수에게 1번을 맡기는 등 타순을 조정했다. 1할대까지 타율이 떨어졌을 때야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2군에 내려가 자신감을 되찾고 돌아온 최지훈은 이달 들어 타율 0.370(46타수 17안타)로 활약하고 있다. 이날 LG전에서도 5타수 3안타 1도루로 공격의 첨병 역할을 제대로 했다.

선수들도 감독에게 자연스레 농담할 만큼 팀 분위기가 좋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우리는 하던 대로 한다. 감독님만 여유를 가지면 된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구단 관계자는 “코칭스태프가 선수들에게 ‘이렇게 하라’는 지시 대신, 스스로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그래서 선수들이 더 의욕적이다”라고 귀띔했다.

부상자도 하나둘 돌아오고 있다. 폰트는 복귀 후 두 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다. 최주환도 22일 복귀했다. 다음 주에는 선발 출전도 가능하다. 23일 퓨처스(2군) 경기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5이닝 2실점 한 르위키는 이르면 다음 주말 등판할 수 있다. 김상수도 다음 주 2군에서 한 차례 더 던지며 복귀를 조율한다.

인천=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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