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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맞혀야 ‘모래 지옥’ 탈출…스윙 기본기 연습에 최적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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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7호 25면

즐기면서 이기는 매직 골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샤르자의 원더러스 샌드 골프장. 모래투성이인데 벙커도 있고 작은 해저드도 있다. [AP=연합뉴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샤르자의 원더러스 샌드 골프장. 모래투성이인데 벙커도 있고 작은 해저드도 있다. [AP=연합뉴스]

중동엔 사막 골프장이 있다. 1961년 골프를 잊지 못하던 영국의 석유 시추 회사 엔지니어들이 아부다비의 다스 아일랜드에 골프장을 처음 만들었다. 10년 전쯤 아랍에미리트(UAE)의 샤르자의 원더러스 샌드(sand) 골프장에 가 본 적이 있다. 그린을 브라운(brown)이라고 불렀다. 브라운은 모래와 석유를 섞은 흙으로, 적당히 딱딱하고 적당히 부드러워 불이 구르고, 많이 튀지도 않았다. 퍼트 후 넉가래 질이 쉽지는 않았지만, 그런대로 할 만했다.

매트서만 연습한 아마추어 골퍼 #양잔디·러프 만나면 샷 공포증 #벙커서 정확히 맞추는 훈련 효과 #임팩트 좋아지면 다양한 샷 가능 #최근엔 진흙·합판 위서 샷 연습도

모래 러프, 조금만 빗맞아도 공 제자리

문제는 사막의 모래다. 티잉그라운드에서 보면 양쪽으로 흰색 말뚝이 꽂혀 있다. OB 말뚝이 아니고 페어웨이와 러프를 구분하는 표시다. 말뚝 안에 들어오면(페어웨이) 매트를 놓고 쳐도 되고, 말뚝 밖이면 그냥 쳐야 한다. 러프에 들어가면 죽음이었다. 임팩트를 정확히 하지 못하면 그린 사이드 벙커샷처럼 공이 몇 미터밖에 가지 못했는데, 대부분 그랬다. 러프를 빠져나오는데 서너 타가 들었다. 작렬하는 사막의 태양 아래서 벙커 폭파 샷과 함께 하늘로 튀어 오른 모래를 들이키는 건 고역이었다. 4번 홀 이후 러프에서도 매트를 깔고 쳐야 했다. 라운드 후 클럽하우스에서 “나의 기본기가 매우 부족하단 것을 실감했다”고 했더니 종업원은 “모래에서의 임팩트 때문에 샌드 골프장의 회원들이 실력이 매우 좋고, 다른 잔디 클럽 회원들과 라운드를 하면 압승을 한다”고 했다.

홀 안내도. 성호준 기자

홀 안내도. 성호준 기자

이 지면을 통해 소개한, 에이지슈트를 밥 먹듯 하는 이준기(79) 미드아마골프연맹 명예 회장은 모래 위에서 골프를 배웠다. 경북 김천이 고향인 그는 낙동강 백사장에 연습장을 만들었다.  흙으로 타석을 만들고 100m, 150m 등의 거리에 낚싯대를 꽂아 놓고 연습했다. 간이 골프장도 만들었다. 역시 낚싯대를 꽂아 놓고 1m짜리 줄을 달았다. 줄 안에 들어가면 홀인으로 인정했다. 340m 파 4홀, 150m 파 3홀 등을 만들었다.

이 회장은 “처음엔 발판 세 개를 가지고 다녔다. 샷을 할 때 양발에 하나씩 깔고 나머지 하나엔 공을 올려놓고 쳤다. 실력이 좋아지면서 발판을 치웠다. 모래에선 조금만 뒤땅을 쳐도 공은 거의 나가지 않았다. 여기서 정확한 임팩트를 배웠다. 여름에는 무좀이 다 낫는 것은 덤이었다”고 기억했다.

최근 또 다른 엄청난 에이지슈터를 찾았다. 김승배(76) 전 효성 건설 대표다. 아직도 블루티에서 치며 에이지슈트를 한다고 한다. 젊은 시절 바레인에서 일했고 그곳 사막 골프장에서 골프를 배웠다. 사막 골프장에서 제대로 맞히지 않으면 공이 아예 가지를 않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지 임팩트를 잘 만든다. 아니면 그만두든지.

최경주가 늦게 골프를 시작했는데도, PGA 투어에서 8승을 거뒀고 아직도 경쟁력을 발휘하는 것은 모래에서의 훈련 덕이 아닌가 싶다. 최경주는 완도의 명사십리의 백사장에서 샷 연습을 많이 했다. 벙커샷 연습도 했지만, 임팩트 연습도 무시할 수 없다. 최경주는 후배들이나 최경주 재단의 아이들과 훈련할 때면 벙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라고 한다. 최경주는 “벙커에서 잘 칠 수 있으면 어디서도 잘 칠 수 있다”고 가르친다.

최경주 “벙커서 잘 치면 어디서도 잘 쳐”

어린 시절 바닷가 백사장에서 골프를 배운 세베 바예스트로스. [중앙포토]

어린 시절 바닷가 백사장에서 골프를 배운 세베 바예스트로스. [중앙포토]

최근엔 적당히 마른 진흙에서의 연습도 고안했다. 최경주는 “클레이 위에서는 모래보다 더 정확해야 공이 나간다. 디벗 방향과 두께 등으로 샷의 장단점을 알 수 있다. 문제점을 정확히 곧바로 알 수 있기 때문에 해결책도 금방 나온다”고 했다.

세베 바예스트로스는 스페인 북부 대서양 연안의 페드레냐에서 자랐다. 학교를 마치고 나면 혼자 바닷가 해변에서 자갈을 치며 연습을 했다. 그 덕에 임팩트가 워낙 좋아 쇼트 게임에서 공을 자유자재로 굴렸다. 폴 에이징어는 그런 세베에 대해 “그린 사이드 벙커에서 3번 아이언으로 벙커샷을 해도 잭 니클라우스가 샌드웨지로 친 것보다 가깝게 붙였다. 손 감각은 최고”라고 말했다. ‘작은 거인’으로 불리는 이안 우스남도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골프를 배웠다.

한국엔 양잔디 공포증을 가진 아마추어 골퍼가 많다. 양잔디는 약간 떠 있는 한국 잔디보다 공이 땅에 붙어 있어 정확한 임팩트가 아니면 실수가 나오기 쉽다. 한국인들은 대충 쳐도 어느 정도 나가는 매트에서 연습을 많이 한다. 정확한 임팩트를 안 해도 되기 때문에 굳이 그런 능력이 필요 없는데 어려운 환경에 가면 큰 고통을 당한다.

사실 골프는 모래땅에서 시작됐다. 골프의 발상지인 스코틀랜드의 링크스는 모래땅이다. 링크스에서만 열리는 디 오픈 챔피언십에서 억수같이 비가 와도 경기를 할 수 있는 건 모래라 물이 잘 빠지기 때문이다. 잔디가 있지만, 기본적으론 모래땅이라 정확한 임팩트가 필요하다.

연습장에 벙커가 있다면 그린 사이드 벙커샷만이 아니라 정확한 임팩트 연습을 해볼 필요가 있다. 모래는 단점을 극명하게 드러내 준다. 한 아마추어 고수는 베니어합판에 콩 하나를 놓고 치는 연습을 했다고 한다.

59세에 디 오픈에서 거의 우승할 뻔했던 톰 왓슨은 저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스윙(timeless swing)』에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것 두 가지가 있는데 두 번째는 척추각 유지이며, 첫째는 스윙의 최저점은 공 앞이 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썼다. 공을 먼저 치고 디벗을 내라는, 그러니까 정확히 임팩트하라는 말이다. 스윙의 기본기는 모래 위에 쌓아야 한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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