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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웅 재판 선 한동훈 "檢 우스워질까봐 난 입원안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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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48·사법연수원 27기) 검사장(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21일 “채널A 강요미수 사건은 정치적 수사”라며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등 전·현직 수뇌부를 공개 거론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 양철한) 심리로 열린 정진웅(53·29기) 광주지검 차장검사 독직폭행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서다.

정 차장검사는 지난해 7월 29일 채널A 강요미수 사건으로 법무연수원에서 한 검사장을 압수수색 하는 도중서 한 검사장에게 완력을 써 상해를 입힌 혐의(특가법상 독직폭행)로 재판을 받고 있다.

“프레임갖고 사건 조작하는 거 아니냐 생각” 

한동훈(왼쪽)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과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가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정 차장검사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 독직폭행 혐의 5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한동훈 위원은 증인 신분이다. [뉴시스]

한동훈(왼쪽)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과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가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정 차장검사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 독직폭행 혐의 5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한동훈 위원은 증인 신분이다. [뉴시스]

이날 증언대에 선 한 검사장은 법정에서 마주친 정 차장검사와 꾸벅 인사를 했다. 흰 메모지에 연필로 검사와 변호인의 질문을 메모해 가며 적극적으로 답변했다.

한 검사장은 ‘정 차장검사는 당시 증인(한 검사장)이 채널A 강요미수 사건을 방해하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으로 보이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이 사건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역사상 두 번째 수사 지휘권까지 발동을 하는 등 정치적 수사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어 “정치적 선동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장관까지 나서서 지휘권 발동을 했고, 저는 설명도 없이 법무연수원에 모욕적으로 좌천된 상태였다”며 “장관이나 중앙지검 수사팀에서 어떤 프레임을 가지고 사건을 조작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있었다”라고도 했다.

“수사팀으로선 결과를 (법무부가 원하는 대로) 맞추지 못 하는 것을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며 “저로서는 헌법상 방어권을 행사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말도 했다.

법무부가 같은 해 11월 ‘한동훈 연구위원 사례와 같이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제공하지 않아 수사를 방해하는 경우 이행을 강제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 제정을 검토하고 있다’는 취지의 추 장관의 입장문을 낸 것에 대해선 “대단히 황당하고 반헌법적”이라고 비판했다.

그해 7월 24일 대검찰청은 수사심의위를 소집해 한 검사장의 채널A 강요미수 사건에 대한 심의를 진행한 결과 '수사 중단 및 불기소 권고'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닷새 뒤인 같은 달 29일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당시 정진웅 부장검사)는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유심칩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강행했고, 이 과정에서 한 검사장과 육탄전이 벌어진 거였다.

당시 중앙지검 수사팀은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를 한 차례 압수수색 했으나, 비밀번호를 풀지 못해 수사에 진척을 보지 못하던 상황이었다.

한 검사장은 “저로서는 헌법상 권리로 방어권 행사가 절실한 상황이었고, 수사팀이 처음 왔을 때 변호인 참여를 요청했지만 '급속을 요하는 압수수색 이어서 변호인이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고 거부했다”고도 주장했다.

정 차장검사의 독직폭행에 관한 진정서를 서울고검에 제출한 배경에 대해선 “이번 일이 중앙지검 수사팀 차원의 계획적인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도 했다”며 “이성윤 중앙지검장이 정진웅 피고인의 직속 상관으로 독직폭행 사건을 지휘·감독했기 때문에 고검에 진정서를 낸 것”이라고 했다.

"비밀번호 누르는데 정진웅 갑자기 덮쳐…모멸감"

지난해 7월 29일 법무연수원에서 육탄전이 벌어진 이후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치료 중인 정진웅 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 [서울중앙지검 제공]

지난해 7월 29일 법무연수원에서 육탄전이 벌어진 이후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치료 중인 정진웅 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 [서울중앙지검 제공]

한 검사장은 변호인을 부르겠다고 수사팀에 거듭 요청했고, 이후 명시적 허락하에 휴대전화를 조작하던 중 갑자기 정 차장검사가 다가와 덮쳤다고 주장했다.

그는 “20자리 정도 되는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서너개 정도 눌렀을 때 갑자기 피고인이 ‘이러시면 안 됩니다’하며 곧바로 덮쳤다”며 “바닥에 떨어졌을 때 얼굴을 피고인이 어깨 부위로 눌러 모멸감을 느꼈다”고 증언했다.

“저도 법조인이기 때문에 위법한 영장 집행이라도 물리적으로 저항할 생각은 없었는데, 비밀번호를 누르는 행위가 어떤 오해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라고도 했다.

이어 “학교를 졸업한 뒤 완력으로 이런 일을 당한 것은 처음이었고, 제가 속한 조직의 분들이 보는 앞에서 당해 몸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들었다”며 “저도 검사고 정진웅 부장도 검사인데 저까지 입원하는 건 검사 조직이 우스워지겠단 생각이 들어 (입원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엔 한 검사장에게 상해진단서를 발급한 의사 임모 씨가 출석해 증언하기도 했다. 정 차장검사는 임씨에게 적극적으로 질문을 던지며 “(한 검사장의)경추 엑스레이 사진이 정상 범위가 맞느냐”고 추궁했다. 특가법상 독직폭행죄는 문언상 '상해'를 전제로 하고 있어 정 차장검사 측은 임씨가 발급한 상해진단서의 신빙성을 공격하는 데 주력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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