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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리어드, 10년 적자에도 감염병 연구 올인…타미플루·에이즈치료제 잭팟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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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코어테크가 미래다 ⑤ 바이오헬스 

신생 벤처였던 길리어드사이언스는 다국적 제약사가 연구개발을 꺼리는 분야에서 기술력을 확보 하면서 성장했다. 사진은 길리어드사이언스 연구진. [사진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

신생 벤처였던 길리어드사이언스는 다국적 제약사가 연구개발을 꺼리는 분야에서 기술력을 확보 하면서 성장했다. 사진은 길리어드사이언스 연구진. [사진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

자금력이 취약하고 규제도 첩첩 쌓여 있는 한국 바이오헬스 업계에는 어떤 성공 모델이 있을까. 전문가들은 미국 신생 기업 ‘길리어드의 길’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편으론 과감한 규제 개혁이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다국적 기업이 투자 꺼린 영역 집중 #기술이전료 수익은 새 R&D에 투입 #후발주자 약점 이기고 연 매출 28조 #중국, 작년 온라인병원 900개 돌파 #“국내 원격의료 관련규제 완화해야”

에볼라 치료제 렘데시비르를 개발한 미국의 길리어드사이언스는 지난해 매출 244억 달러(약 28조원)를 기록했다. 19일(현지시간) 기준으로 시가총액은 859억 달러(약 97조원)에 이른다. 1987년 창업한 길리어드는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신생 회사’에 속한다. 길리어드가 짧은 시간에 두각을 나타낸 배경엔 ‘코어테크(core tech·핵심 기술)’ 확보가 있었다.

짐 콜린스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이에 대해 “세계 최고가 될 수 있고 장기적 보상을 기대할 수 있는 고슴도치의 ‘가시’에 핵심 역량을 집중하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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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리어드는 처음부터 인플루엔자 연구개발(R&D)에 집중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종종 변이가 발생해 치료제 수명이 상대적으로 짧은 편이다. 그래서 다국적 제약사는 실익이 적다고 여겨 투자를 꺼리는 분야였다. 길리어드는 10년 이상 적자를 내면서도 인플루엔자 기술력 확보에 매진했고, 99년 치료제 개발에 성공했다. 덕분에 2009년 신종플루가 세계적으로 확산할 때 치료제 타미플루를 내놓을 수 있었다. 이 기술특허는 스위스 로슈에 매각했다.

길리어드는 로슈로부터 받은 기술이전료 수익을 다시 R&D에 투입했다. 이번엔 에이즈 치료제 개발이었다. 역시 내성 문제 때문에 다국적 제약사가 외면하는 영역이었다. 길리어드는 2011년부터 에이즈 치료제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후엔 C형 간염 치료제를 개발해 대박을 터뜨렸다.

우정훈 BW바이오메드 대표는 “길리어드는 마케팅·영업은 외주를 주면서도 R&D에 집중하는 전략을 통해 후발주자로서 약점을 극복했다”고 말했다.

중국에선 ‘디지털 의료 혁신’이 한창이다. 정보통신(IT) 기술과 바이오헬스케어 기기를 활용한 원격진료가 일상화하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비대면 진료를 선호하는 사람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빠르게 늘어나는 중국 온라인병원.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빠르게 늘어나는 중국 온라인병원.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시장조사기관인 첸잔(前瞻)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에서 설립된 온라인 병원은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누적 900개를 넘었다. 2014년 광둥(廣東)성 제2인민병원이 ‘온라인’으로 문을 연 지 불과 6년 만이다. 온라인 병원은 IT 기술을 활용해 온라인을 통해 자문·진료·처방·문진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이다.

새로운 의료산업 생태계도 만들었다. 병원·약국을 접수·예약하는 업무를 중계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원격진료 의료진을 적절히 분배하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핑안(平安)헬스케어는 원격의료 플랫폼(‘핑안굿닥터’)을 구축하고 3700개 병원, 2만 명 이상의 의사를 확보했다. 핑안굿닥터 가입자는 3억 명 이상, 이용자는 하루 평균 65만여 명에 이른다. 알리바바그룹 자회사인 알리건강은 전자상거래(타오바오)·전자결제(알리페이) 분야와 연동해 2억5000만 명의 고객을 확보했다.

중국 원격의료 시장 규모.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중국 원격의료 시장 규모.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IT 강국인 한국은 원격진료가 아직 초기 단계다. 국내 의료법은 의료인 사이에만 원격진료를 허용한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제한된 범위에서 가능해졌지만, 여전히 원격진료를 활용한 사례는 드물다.

정용 KAIST 바이오·뇌공학과 교수는 “개인정보 보호나 의료 남용, 오진 우려 등 문제를 보완하면서 차근차근 원격진료 범위와 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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