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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정치로 세 불린 이재명 "尹 잘 모르겠다, 포장지만 봐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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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지사를 지지하는 의원 모임인 ‘대한민국 성장과 공정을 위한 국회 포럼’(성공포럼)이 20일 공식 출범했다. 포럼엔 현역 더불어민주당 의원 35명이 정회원으로 참여했다. 여의도 정치 경험이 많지 않은 이 지사로선 약점으로 꼽혀온 당 내 지지세력을 넓히고 공고히 한다는 의미가 있다. 또 포럼의 이름에서 나타나듯 '성장과 공정'이란 키워드를 자신의 대표 브랜드화하겠다는 의도도 담겼다.

이재명 경기지사(앞줄 오른쪽 여덟째)와 참석자들이 20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성장과 공정을 위한 국회 포럼' 창립총회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재명 경기지사(앞줄 오른쪽 여덟째)와 참석자들이 20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성장과 공정을 위한 국회 포럼' 창립총회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창립식에 참석한 이 지사는 “공정은 역사를 통틀어 언제나 가장 중요한 공동체 가치였고, 성장은 저성장으로 고통 받는 현재 우리 사회의 시대적 화두”라며 “공정성의 회복이 성장의 토대가 된다”고 강조했다.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화두는 기회의 총량을 늘리기 위한 지속적 성장과 모두가 함께 성장의 결과를 나누는 포용적 성장으로 가야 한다”면서 “뜻을 함께하는 여러 (의원)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힘이 난다”고 말했다.

야권 대선 주자 중 지지율 선두로 자신과 양강체제를 이루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선 기자들과 이런 대화를 나눴다.

-내일 출범한다는 윤 전 총장 지지 포럼 등도 '공정'을 강조하는데.
"그 분(윤 전 총장)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한번도 본 적이 없다. 소비자는 내용물을 보고 판단하지 않나. 그런데 포장지밖에 못 봐서 내용이 뭔지 전혀 모르겠다. 누군가가 살짝 살짝 보여주는 부분적 포장지밖에 접하지 못해 판단하기 어렵다."

이날 행사에는 송영길 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가 축사했고, 강병원ㆍ백혜련ㆍ김영배ㆍ김용민 최고위원 등도 참석해, 이 지사의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행사장에 나타난 참석 의원은 총 39명이었다.

 특히 이번 포럼 발족에 대해선 "이재명계가 여의도 정치에 본격적·조직적으로 등장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당 내 비주류로 불렸던 이 지사지만, 35명의 현역 의원을 확보하면서  무시 못 할 조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포럼엔 기존 이재명계인 정성호ㆍ김영진ㆍ김병욱ㆍ이규민ㆍ민형배 외에도 조정식(5선)ㆍ안민석(4선) 등 중진과 김윤덕ㆍ서삼석 등 호남 의원 5명 등이 이름을 올렸다.

박원순계인 3선 박홍근 의원도 이날 포럼 발족 직전 “이 지사를 향한 시대적 요구와 그가 지닌 강점을 전적으로 신뢰한다”(페이스북)고 밝히면서 포럼에 가입했다. 공동대표는 김병욱ㆍ민형배 의원이 맡았고, 안민석ㆍ정성호 의원은 고문으로 추대됐다. 연구 간사는 홍정민 의원이다. 다만 전체 회원 중 초선 비율이 71%(25명)로 높고,  특히 ‘검찰 개혁’ 강경파인 ‘처럼회’ 소속 의원들이 많이 참여한 데 대해선 "다양성 측면에선 아직 당내 기반이 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정도로 몸집을 키운 데엔 '이재명식 식사 정치’가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지사는 지난해 7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대법원 무죄 확정판결이 나온 후부터, 수원의 경기도지사 관저 등에서 꾸준히 의원들과 오ㆍ만찬을 하며 스킨십을 넓혔다.
포럼 회원 모집에 관여한 이재명계 의원은 “이번에 가입한 회원들 대다수가 이 지사와 식사를 해본 적이 있다. 식사를 통해 이 지사의 정책에 공감하고, 친근감을 느끼게 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지사 측은 포럼 발족을 계기로 원내외 인사의 합류가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지난 12일 노무현 전 대통령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 등 친노(親盧) 인사가 대거 참여한 외곽 조직 ‘민주평화광장’이 닻을 올렸고, 내달 10일엔 국내외 지지자 모임인 ‘공명 포럼’도 출범한다.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멀찍이 앞서가는 이 지사가 '대세론 굳히기'에 나선 모양새다.

이 지사의 경쟁자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앞서 각각 ‘연대와 공생’(10일)과 ‘광화문 포럼’(11일)을 띄우며 세몰이를 했다. 각 행사에 참석한 의원 수는 각각 40여명, 70여명이다. 행사 참석자 수만 보면 정세균〉이낙연〉이재명 순이지만, 중복되는 의원이 많고 단순히 격려차 참석한 의원들도 많아 의원 수로 세 사람을 줄세우긴 어렵다. 수도권 재선 의원은 “아직까진 확실하게 특정 계파로 분류하기 힘든 의원들이 많다. 또 A 계파처럼 보이지만, 사실 B 계파로 이동 중인 의원들도 많은 등 아직은 혼란기”라고 말했다.

지난 10일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 컨벤셜홀에서 싱크탱크 ‘연대와 공생’ 주최로 열린 정책 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지난 10일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 컨벤셜홀에서 싱크탱크 ‘연대와 공생’ 주최로 열린 정책 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 전 대표의 경우 동교동계인 5선 중진 설훈 의원과 이낙연 대표 체제에서 사무총장ㆍ정책위의장ㆍ비서실장ㆍ수석대변인을 맡았던 박광온(3선)ㆍ홍익표(3선)ㆍ오영훈(재선)ㆍ최인호(재선) 의원 등이 그를 돕고 있다. 이 전 대표 출신 지역인 호남의 이개호(3선)ㆍ김승남(재선) 의원,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함께 일한 윤영찬(초선)ㆍ정태호(초선) 의원도 있다.

정 전 총리를 지지하는 이른바 SK계는 친문(親文)을 제외하면, 당내 최대 계파로 꼽힌다.
정 전 총리가 17대 국회때 만든 공부 모임인 ‘서강 포럼’을 전신으로 하는 ‘광화문 포럼’은 역사가 오래된만큼, 회원으로 이름을 올린 현역 의원이 64명에 달한다.
 SK계에선 김영주(4선)ㆍ안규백(4선)·이원욱(3선)·김교흥(재선)ㆍ김성주(재선) 의원 등이 핵심으로 꼽힌다. 최근엔 이용빈ㆍ조오섭ㆍ신정훈ㆍ김회재 등 광주ㆍ전남 의원들이 지지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정세균계 의원 모임인 ‘광화문포럼’에서 정세균 전 총리와 참석 의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정세균계 의원 모임인 ‘광화문포럼’에서 정세균 전 총리와 참석 의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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