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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장외변론 이규원 "한겨레 尹 오보 취재원, 내가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 3월 3일 서울 대검찰청에 검찰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뉴스1

지난 3월 3일 서울 대검찰청에 검찰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뉴스1

'윤중천 면담보고서' 허위 작성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1호 검사 수사 대상이 된 이규원 검사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연일 '장외 변론'에 나서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공판 과정에서 주도권을 가져가기 위한 '고도의 변론 전략'이라고 평가한다.

이 검사는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2019년 10월 11일 한겨레신문이 보도한 '윤석열 별장 접대' 보도 취재원은 자신이 아니라며 해당 기사를 보도한 기자를 향해 "저를 아느냐"고 물었다.

이 검사는 "(해당 기자가) 주위에 보도의 취재원이 저라고 말했다고 알고 있다. 그 얘기를 전해 들은 언론 좀 타는 변호사 몇 분이 공적인 자리에서 해당 보도의 취재원으로 저를 거론해 저는 제가 속한 조직에서, 그리고 다수 언론 보도에서 취재원으로 낙인 찍혀 심한 비난을 감내해야 했다"며 "보도 당시 저는 미국에 있어 국내와는 거의 교류가 없었고 기자님과는 일면식도 없다"고 썼다. 그러면서 해당 한겨레 기자에게 "귀하의 계정에 제가 취재원인지 여부를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이 검사는 수원지검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 혐의로 지난달 재판에 넘겨진 것 외에도 서울중앙지검이 수사 중인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 및 명예훼손 혐의 사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 중인 '윤중천 면담보고서 허위 작성' 의혹 사건으로 수사받고 있다. 이 검사는 검찰의 지난달 기소 전까지 입장을 밝히지 않다가 이달 13일부터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연루된 사건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한겨레 지난해 5월 22일자 1면에 윤 총장과 독자들에게 사과하는 내용이 실렸다. 한겨레 지면 캡처

한겨레 지난해 5월 22일자 1면에 윤 총장과 독자들에게 사과하는 내용이 실렸다. 한겨레 지면 캡처

이 검사는 지난 18일에는 김 전 차관 긴급 출금에 대해서 대검의 사전 승인을 받았다라고 주장했다. 이 검사는 페이스북에 출금 당시 "(봉욱) 대검찰청 차장검사의 사전 지휘를 받았다"며 "이를 뒷받침할 진술과 자료도 제법 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검찰은 정작 지시를 했다고 지목된 사람은 질문지를 보내 (서면) 진술서만 제출받고 소환조사도 생략했다"고도 했다.

김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를 무마한 혐의로 기소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도 "당시 지휘 과정을 당시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보고했다"며 "수사 중단 외압을 행사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문 전 총장과 봉 전 차장 모두 "완전히 사실과 다르다"라며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고 한다.

법조계에서는 이 검사 입장에선 이 같은 적극적 '장외변론'이 손해를 볼 게 없다고 판단한다. 한 현직 판사는 "현재 기소된 채로 재판을 받게 되면 이 검사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윗선의 지시에 따른 것일 뿐이라고 항변하는 것"이라며 "추가 수사를 주장하며 재판을 늦출 수 있는 데다 외부로는 검찰의 수사가 편파적이었다고 여론전을 펼칠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한 검찰 간부는 "자신은 이 사건에서 핵심 인물이 아니라는 주장을 여론에 환기시키는 목적"이라면서 "다만 윗선에 보고했다는 게 사실로 밝혀지더라도 이 검사의 혐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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