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비속어' 감내했던 文, 바이든과의 '케미'는 어떨까

중앙일보

입력 2021.05.20 14:51

업데이트 2021.05.20 15:18

“첫인상이 중요하다. 첫 단추를 얼마나 잘 꿰느냐가 아주 중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며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냈던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20일 한ㆍ미 정상회담을 ‘소개팅’에 비유하며 이같이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간)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첫 대면 정상회담을 한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간)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첫 대면 정상회담을 한다. 연합뉴스

청와대에는 21일(현지 시간) 예정된 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대면 정상회담을 앞두고 기대감과 함께 긴장감이 흘렀다. 바이든 대통령과의 첫 대면이 향후 한반도 정책을 비롯한 새로운 한ㆍ미 관계를 설정하는 데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비공개 전환 직후 터져나온 트럼프의 비속어

2017년 6월 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첫 한ㆍ미 정상회담을 했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20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공개발언이 끝나고 회담이 비공개로 전환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가 돌변했다”며 “문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를 언급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욕설’에 가까운 말을 섞어가며 ‘돈 얘기’만 꺼내 어려운 회담으로 이어졌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2017년 6월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만나 미묘한 표정으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17년 6월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만나 미묘한 표정으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관계보다는 한ㆍ미 FTA 재협상, 방위비 인상 등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비공개 회의 때는 문 대통령의 언급에 “그런 것은 실무자가 답하라”며 참모에게 답변을 지시하는 등 외교적 결례에 가까운 상황도 벌어졌다고 한다.

이 인사는 “당시 첫 만남은 완전히 다른 이해관계 때문에 쉽지 않았다”며 “문 대통령이 ‘한국에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이식시킨 나라는 미국이다. 한국의 성공은 미국의 보람이 될 것’이라고 한 데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크게 동의하고서야 계획했던 정상회담의 궤도로 진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년만의 ‘한ㆍ미 민주당 대통령’ 회담 

문 대통령은 19일 출국 전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팀이 한반도를 잘 알고 있어 대화가 수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업가 출신인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12년간 미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활동한 워싱턴 최고의 외교통으로 꼽힌다. 특히 이번 회담은 김대중 정부와 빌 클린턴 미 행정부가 겹쳤던 1998~2001년 이후 20년만에 재개된 한ㆍ미 진보 계열 정당 출신 대통령 간의 회담이다.

상원 외교위원장 시절 바이든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과 만난 적이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상원 외교위원장 시절 바이든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과 만난 적이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바이든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존경하는 사람으로 김대중(DJ) 전 대통령을 꼽았다. 햇볕정책에 대해서도 지지 입장을 밝힌 적도 있다. DJ가 2001년 상원 외교위원장 자격으로 방한한 바이든 대통령이 “넥타이가 멋지다”고 하자 즉석에서 넥타이 바꿔매자고 했던 일화도 유명하다.

청와대는 이러한 인연에 더해 문 대통령의 방미 직전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인도태평양 조정관이 국내 언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우리의 대북정책은 적대가 아니라 해결을 목표로 한다.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실용적 조치를 강구할 준비도 돼 있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기대를 걸고 있다.

약자 편에 섰던 변호사 ‘디모테오’와 ‘요셉’

두 정상은 독실한 가톨릭 신자다. 문 대통령의 세례명은 디모테오, 바이든 대통령은 요셉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월 첫 정상통화에서 종교적 공통점을 활용했다. 당시 문 대통령이 가톨릭 신자임을 밝히자, 바이든 대통령은 “당선 직후 교황께서 축하 전화를 주신 기억이 난다”며 “문 대통령과 얘기해보니 우리 두 사람이 견해가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이 바티칸 교황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면담을 마친 후 선물로 준비한 성모 마리아상과 예수 그리스도 부조를 설명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문 대통령에게 성모 마리아상과 묵주, 교황의 모습이 담긴 기념품 등을 선물했다. 연합뉴스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이 바티칸 교황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면담을 마친 후 선물로 준비한 성모 마리아상과 예수 그리스도 부조를 설명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문 대통령에게 성모 마리아상과 묵주, 교황의 모습이 담긴 기념품 등을 선물했다. 연합뉴스

이번에도 종교는 서먹함을 깰 재료가 될 가능성이 있다. 문 대통령의 방미 일정 중에는 흑인 최초의 추기경인 윌튼 그레고리 대주교와의 만남도 예정돼있다.

두 사람은 변호사 출신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문 대통령은 오랜 인권변호사 생활을 거쳐 정치에 입문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정계 입문 전 국선 변호사로 활동했던 경험이 있다. 두 사람 모두 청와대와 백악관에서 반려견과 반려묘를 키운다는 공통점도 있다.

문 대통령은 이번에도 실향민 출신인 가족사를 한ㆍ미 동맹을 강조하는 소재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17년 첫 방미 때도 흥남철수 작전을 언급하며 “당시 빅토리아호에 오른 피난민 중에 제 부모님도 계셨다. 흥남철수 작전의 성공이 없었다면 오늘의 저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달라진 북한과 핵심으로 부상한 중국

바이든 대통령이 과거 햇볕정책을 지지했지만, 북한의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북한 스스로 “핵무력 완성”을 공식 선언한 상황까지 왔기 때문이다.

한미 정상회담 참석차 출국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올라 환송 인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정상회담 참석차 출국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올라 환송 인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는 여러차례 “미국이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기존 북한과의 합의를 바탕으로 대북 대화 의지를 밝힌 것은 긍정적인 사인”이라며 “북ㆍ미 대화의 조속한 재개가 논의될 것”이라고 밝혀왔다. 그러나 실제 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이러한 기대에 어느정도로 부응할지는 미지수다.

특히 북한 문제는 미국 외교전략의 핵심 이슈로 떠오른 중국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당장 외교가에선 “미국의 대중 견제전략인 ‘쿼드(미국ㆍ일본ㆍ호주ㆍ인도)’ 참여 여부가 협상의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청와대는 “이번 회담에서 크게 다뤄질 문제는 아닐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청와대는 미국을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으로 내세우면서도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자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중요 협력대상임을 강조할 계획이지만, 미국이 이를 그대로 수용할지 장담할 수 없다.

코로나 백신 확보와 국내 위탁 생산 등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아직 분명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국내 위탁 생산을 비롯해 정부 차원의 협약 등 다양한 시도가 진행 중인 것은 사실이지만, 현시점까지도 명확한 결론이 난 상황은 아니다”라며 “자칫 지나친 기대감 때문에 정상회담의 성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공동취재단, 서울=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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