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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사랑니 그대로 두면 가벼운 충격에 턱뼈 부러질 수도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전승준의 이(齒)상한 이야기(29)

최근에 어떤 20대 여성 환자가 치과에 사랑니를 뽑으러 갔다가 턱뼈가 골절돼 뼈에 철심을 박아 고정하는 수술을 받았다는 언론보도가 있었습니다. 20대 여성은 사랑니를 발치한 직후부터 극심한 고통이 있었고, 음식물을 씹지 못하는 것은 물론, 입을 다물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통증 심해져 결국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만 했다고 합니다.

치과의사인 저도 이 뉴스를 접하고 깜짝 놀랄 정도였으니 많은 지인이 당연히 문의합니다. “사랑니를 뽑다가 턱뼈가 부서질 수도 있어?” 치과의사가 된 지 30여년 동안 경험하거나 주위에서 들은 적이 없어서 수술 진료 전문인 구강외과 의사에게 자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코 흔한 일은 아니지만 여러 조건에 해당한다면 가능한 일이라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기사 내용만으로는 진료과정의 정확한 전후 사정을 알 수는 없지만 환자의 고생과 고통, 그리고 의료진의 놀람을 충분히 공감했습니다.

똑바로 잘 올라온 사랑니도 양치질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어 위생관리가 안 되고, 구취나 충치, 잇몸질환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사진 unsplash]

똑바로 잘 올라온 사랑니도 양치질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어 위생관리가 안 되고, 구취나 충치, 잇몸질환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사진 unsplash]

치과에 관련된 무서운 뉴스를 접한 사람은 치과 방문을 꺼리게 되어 결국 치료 시기를 놓칩니다. 아마 지금 사랑니의 발치가 필요하지만 겁나 망설이는 분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이런 분이 향후 치과 치료를 이전보다 더 꺼리거나 무서워하시지 않도록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매복 사랑니는 눈에 보이지 않으므로 잇몸을 절개하고, 사랑니를 덮고 있는 치조골(잇몸뼈)을 없앤 뒤 치아 위치를 확인하고 여러 부분으로 분리해 뽑습니다. 치아는 치조골과 직접 붙어있는 것이 아니라 치주인대라는 연조직이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데, 이 조직이 매우 얇고 치아가 뼈와 단단히 유착돼 있을 때는 이를 뽑는 과정에서 다른 경우보다 힘이 더 들어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보통 치주인대강은 남자가 여자보다 좁고, 나이가 들수록 좁아집니다. 외과적인 수술이기 때문에 환자의 치아 뿌리 모양, 나이, 몸 컨디션에 따라 통증, 부음, 지연된 출혈도 동반할 수 있다. 하지만 보통 느끼는 불편감이나 치유의 시간이 늘어나는 것뿐이지 골절 같은 상황까지 발생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환자 턱뼈의 골량이 적은 것이 고려되어야 할 요소입니다. 이런 경우는 골다공증·골감소증이 있거나, 방사능 치료를 반복적으로 받았을 때입니다. 특히 연세가 많은 노인이 사랑니를 뽑을 때는 조심해야 합니다. 또 성형을 위해 턱뼈를 절개해 축소하는 사각턱 수술을 받았거나 사랑니 주변에 간혹 물혹이 있는데, 이럴 땐 골량이 적습니다. 환자가 이런 내용이 치과 치료와는 관계가 없다고 생각해 의사에게 알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골다공증 등 전신질환이 있거나 골량이 적은 상태라면 치과 방문 시 그 내용을 알려 해당 사항에 대한 여러 가지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똑바로 잘 올라온 사랑니도 양치질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어 위생관리가 안 되고, 구취나 충치, 잇몸질환 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일부만 돌출된 사랑니는 잇몸 사이에 세균이 서식해 염증을 일으켜 심한 통증을 동반할 수 있고 심해지면 얼굴과 목까지 부을 수도 있습니다. 더욱이 매복 사랑니는 증상도 없이 옆 치아를 녹이거나 충치를 유발해서 결국 상실되도록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뽑지 않고 두면 턱뼈 두께를 더 얇게 만들어, 오히려 가벼운 외상 충격에도 쉽게 턱뼈 골절이 생길 가능성이 큽니다. 치과 방문을 꺼릴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의료진에 내용을 전달해 함께 상의한다면, 주치의가 사랑니를 뽑는 게 더 이득일지, 놓아두고 관찰하는 것이 나을지 판단해줄 것입니다.

사랑니 발치 부위는 회복될 때까지 아직 뼈가 차지 않고 비어있기 때문에 강한 직접적인 외상을 받는다면 다른 부위보다 골절이 일어날 확률이 높다. [사진 pixabay]

사랑니 발치 부위는 회복될 때까지 아직 뼈가 차지 않고 비어있기 때문에 강한 직접적인 외상을 받는다면 다른 부위보다 골절이 일어날 확률이 높다. [사진 pixabay]

턱뼈의 골절은 의외로 주위에서 많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교통사고가 가장 흔한 원인이며 낙상이나 넘어지면서 직접 턱뼈에 충격이 전달되어서 일어나기도 합니다. 심한 충격에 의한 경우가 대부분이긴 하지만 경미한 원인에 일어나기도 합니다. 운동하다가 실수로 팔꿈치나 머리에 턱이 부딪히면서 턱뼈가 골절되기도 하고 싸우다가 골절되기도 합니다.

대학병원 수련의 시절 응급실에 내원한 어느 환자는 차 문을 닫다가 턱을 부딪쳤는데, 어이없게 골절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골절이 무서워 일상생활을 안 할 수는 없으니 조심하면서 지내면서 예방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예를 들면 아무래도 사랑니 발치 부위는 회복될 때까지 아직 뼈가 차지 않고 비어있기 때문에 강한 직접적인 외상을 받는다면 다른 부위보다 골절이 일어날 확률이 높습니다. 그러므로 사랑니를 뽑고 해당 부위가 잇몸뼈로 회복되는 수개월 정도는 충격이 가해질 수 있는 심한 운동은 자제하면서 외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심할 필요는 있겠습니다.

골절보다는 사랑니 발치 후에 더 흔하고 고려해야 할 것은 출혈, 통증, 붓기와 같은 증상입니다. 이는 아무리 전문가가 시술한다고 해도 생길 수 있는 흔한 합병증이며 술 후 적절한 관리에 의해 좋아집니다. 그러므로 그러한 증상이 두려워 발치 시기를 놓쳐 주위의 다른 치아나 조직의 손상이 발생해 훨씬 고생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주기적인 치과 방문과 상담을 하기 바랍니다.

분당예치과병원 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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