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신경치료, 이 빼지 않고 오래 사용토록 하는 치료법

중앙일보

입력 2021.04.22 11:00

업데이트 2021.04.23 09:26

[더오래] 전승준의 이(齒)상한 이야기(28)

우리가 공기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지만 자연스럽게 주위에 있기 때문에 그 존재와 고마움을 느끼지 않듯이 매일 무심코 음식물을 씹어 먹는 것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하는 일상이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식사시간에 이가 시리거나 욱신거리면 슬슬 걱정이 시작될 것이다. ‘어 왜 이러지? 그동안 치과에 오랫동안 안 갔었는데 썩었나? 신경치료를 해야 하면 어떻게 하지?’라고 생각하면서 평소에 아무 불편 없이 잘 씹고 먹을 수 있었던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었나를 깨닫게 된다.

대부분 치과 하면 떠오르는 ‘신경치료’라는 단어는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치료 전 받아야 하는 마취주사도 그렇지만 뭔가로 쑤셔대는(?) 치료과정이 생각만 해도 이마를 찌푸리게 하고 몸도 오그라지게 한다. 차라리 이를 그냥 확 뽑아버리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더 선진화된 기술은 안나오는지 주위 지인들로부터 가끔 문의를 받는다.

엄밀히 보면 신경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고 병든 신경을 없애 증상과 합병증을 막는 치료법이다. [사진 pixabay]

엄밀히 보면 신경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고 병든 신경을 없애 증상과 합병증을 막는 치료법이다. [사진 pixabay]

안타깝게도 현재까지는 임플란트를 포함한 그 어떤 치료방법도 일시적으로 증상 완화에는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원래의 본인 치아를 완벽하게 대신할 수는 없다. 최대한 본인의 치아를 빼지 않고 유지하면서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치료법이 신경치료다. 치료과정 중에 힘든 상황이 있더라도 피하지 말고 정확하게 알면 불필요한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자세히 설명해보려 한다.

신경치료(endodontic treatment, 神經治療)는 인체에서 가장 단단한 조직인 법랑질과 상아질에 둘러싸여 있는 치수(치아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관과 통증을 느끼는 신경이 합쳐져 있는 조직으로 흔히 신경이라고 함)가 충치가 심해지거나 외상 등의 충격으로 치아가 깨짐, 치아에 생긴 미세한 금이 커지는 경우나 치주질환이 심해져 세균에 감염되어 염증을 일으키고 심한 통증을 느끼게 되면(때때로 염증이 급성으로 진행되면 통증이 걷잡을 수 없는 상태가 되고 고름이 차서 잇몸이나 얼굴까지 붓기도 함) 이를 제거하고 다른 재료로 밀봉하는 시술이다. 엄밀히 보면 신경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고 병든 신경을 없애 증상과 합병증을 막는 치료법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염증에 의해 생긴 통증을 완화할 수 있고 원래 본인의 자연치아를 계속 쓸 수 있도록 한다.

하지만 통증이 생겼다고 무조건 신경치료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증상이 생긴다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든지 이의 손상된 부분이 제일 바깥쪽의 법랑질을 넘어 상아질까지 도달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일종의 방어적인 현상으로 치아에 문제가 생겼음을 알려주는 것이다. 어떤 자극이 있을 때 통증이 있는지, 자극이 사라지면 통증도 사라지는지, 자극이 사라져도 지속되는 통증인지, 자발적인 통증인지 파악함과 더불어 X선 사진 촬영, 그리고 필요에 따라 온도검사, 전기치수검사, 촉진, 타진 등의 정확한 검사를 통해 치수에 염증이 생긴 것이 확실하다는 진단 내려져야 시작하게 된다. 통증이 있더라도 치수까지 감염이 된 상태가 아니라고 판단되면 신경치료를 하지 않고 마무리될 수도 있으니 증상이 있다고 처음부터 신경치료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간혹 신경치료를 했는데도 증상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계속되는 경우가 있다. 신경치료 시 기구를 이용해 치아 내부에 남은 혈관 신경과 염증물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뿌리 끝과 턱뼈 내에 일정한 자극을 주므로 치료가 끝나도 한동안 씹을 때 시큰거리거나 이를 깨물거나 저작 시 조금 다른 느낌이 있을 수 있다. 이는 치료 후 좋아지는 과정이니 너무 당황하거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수주일 이상 통증이 지속되거나, 통증이 아주 심한 경우는 치과 의료진과 상의를 해야 할 수도 있다.

신경치료가 성공적으로 된 치아는 부서지지 않고 유지되면서 치아 주변 조직에 문제가 없는 한 씹는 기능은 충분히 할 수 있다. [사진 pixabay]

신경치료가 성공적으로 된 치아는 부서지지 않고 유지되면서 치아 주변 조직에 문제가 없는 한 씹는 기능은 충분히 할 수 있다. [사진 pixabay]

신경치료를 하고 난 후에 왜 이를 씌워주어야 하는지 의아해하는 경우도 많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신경치료를 하면 이가 약해져서 평소의 일반적인 씹는 힘에도 깨질 수가 있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서다. 신경치료를 하려면 근관에 기구를 넣어 기계적으로 그 안쪽의 치수조직을 제거해야 한다. 이런 치료를 위해 우식으로 손상된 치질은 물론 건전한 치관부 치질까지도 상당히 많이 제거해 잘 깨질 수 있게 된다.

또 다른 이유는 정상적인 치아에서의 치수의 역할이다. 치수에는 신경뿐 아니라 치아에 수분과 영양분을 공급해주는 혈관도 함께 있는데 신경치료 시에 이 혈관도 없어지게 된다. 이에 더 이상 수분이 공급되지 않는다는 것은 점점 건조해지면서 충격에 취약한 상태로 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살아있는 나뭇가지는 부드럽게 휘어질 수 있지만 마른 가지는 쉽게 부러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신경치료가 성공적으로 된 치아는 부서지지 않고 유지되면서 치아 주변 조직에 문제가 없는 한 씹는 기능은 충분히 할 수 있다. 그래서 신경치료 후에는 약해진 치아가 부서지지 않도록 치아의 머리 부분을 감싸서 보호할 수 있는 처치(크라운)를 하는 것이다.

병든 치수에 대한 처치가 적절한 시기에 이루어지지 않으면 죽은 치수 조직에서 만들어지는 독성물질이 치아뿌리 끝의 작은 구멍으로 빠져나가 뿌리 주변에 염증을 일으켜서 또 다른 통증을 야기할 수도 있다. 또 턱뼈 속에서 화농성 병소(고름주머니)나 낭종성 병소(물혹)로 확대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신경치료는 치아의 뿌리와 주변 조직이 어느 정도 건강한 경우에만 시행할 수 있다. 늦지 않은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치료가 어려워진 경우나 해당 치아의 해부학적인 구조가 일반적인 신경치료를 진행하기에 힘든 경우도 신경치료만 전문으로 하는 전문의는 미세현미경을 이용한 신경치료법이나 그 외 외과적 근관치료법도 함께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평소에 정기검진과 더불어 증상이 있을 때 미루지 말고 빨리 검진을 받는 것을 권하고 싶다.

분당예치과병원 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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