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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는 프라다를 입는다…60만원 명품 패딩도 척척

중앙일보

입력

명품 브랜드는 역사와 전통, 누구나 가질 수 없는 값비싼 가치를 강조하며 고유한 시장을 형성해 왔습니다. 하지만 정보기술(IT)의 발달과 소비자 성향의 변화로 ‘변해야 사는’ 일대 기로에 섰습니다. ‘명품까톡’에선 글로벌 력셔리 업계의 뉴스와 그 이면을 까서 볼 때 보이는 의미를 짚어봅니다.

[명품까톡](4)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프라다는 이달 반려견용 우비를 출시했습니다. 나일론 소재로, 프라다의 상징인 금속 삼각 로고가 새겨졌죠. 탈부착 가능한 후드로 다양하게 연출할 수도 있습니다. 가격은 59만원. 함께 출시된 백팩 모양의 하네스(가슴줄)는 조금 더 비싼 68만원에 판매 중입니다.

명품 브랜드 프라다가 출시한 반려견용 하네스(가슴줄). 가격은 68만원이다. 사진 프라다

명품 브랜드 프라다가 출시한 반려견용 하네스(가슴줄). 가격은 68만원이다. 사진 프라다

한 달 전 펜디도 반려견용 옷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습니다. 펜디의 갈색 ‘F로고’가 가득 프린트된 코트로, 똑딱이 단추로 여밀 수 있습니다. 가격은 55만원. 고가패딩으로 유명한 몽클레르도 3년 전부터 반려견용 패딩을 50만~60만원에 판매 중입니다.

펜디는 지난 4월 반려견을 위한 코트를 출시했다. 나일론 소재로, 똑딱이 단추로 여밀 수 있다. 사진 펜디

펜디는 지난 4월 반려견을 위한 코트를 출시했다. 나일론 소재로, 똑딱이 단추로 여밀 수 있다. 사진 펜디

명품 브랜드들이 반려인을 위한 소품을 출시하는 일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프라다·펜디뿐 아니라 에르메스·루이비통·디올·구찌·고야드 등도 반려동물용 목걸이, 목줄, 이동 가방 등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다만, 올 들어 명품 브랜드가 본격적으로 반려동물 의류 디자인에 시동을 걸고 있다는 점에서 ‘펫코노미(반려동물 산업)’의 잠재성이 또 한 번 주목받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개·고양이 등과 함께 사는 반려동물 인구가 1500만명에 달하죠. 세 집 건너 한집 꼴입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반려동물 입양은 급증했습니다. 미국에서는 ‘펜데믹 퍼피’ ‘펜데믹 펫’ 같은 신조어도 생겨날 정도입니다.

100만 팔로워 자랑하는 '도그인플루언서' 시대 

'티카 더 이기'는 틱톡과 인스타그램 등에서 인기를 누리는 대표적인 '도그인플루언서'다. 사진 인스타그램

'티카 더 이기'는 틱톡과 인스타그램 등에서 인기를 누리는 대표적인 '도그인플루언서'다. 사진 인스타그램

반려동물 명품 패션 시장은 블루오션으로 꼽힙니다. 10년 전만해도 애견용품을 사기 위해 대형 할인마트를 찾던 사람들이 최근엔 백화점 혹은 고급 브랜드 매장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반려견 의류 및 액세서리 시장이 커지는 이유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부상을 지목했습니다. 인스타그램 등에서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도그플루언서(dog influencer)’가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샤넬 목걸이를 착용한 티카. 티카는 '세계에서 가장 옷 잘 입는 강아지'로 인기를 얻었다. 사진 인스타그램

샤넬 목걸이를 착용한 티카. 티카는 '세계에서 가장 옷 잘 입는 강아지'로 인기를 얻었다. 사진 인스타그램

에르메스·샤넬백을 척척 소화하는 남다른 패션 감각으로 팔로워 100만명을 자랑하는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 ‘티카 더 이기(Tika the Iggy)’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알록달록한 인조 모피부터 뱀피 무늬 수트, 발레리나 스커트, 청바지, 트레이닝복 등 다양한 스타일을 소화해 인스타그램뿐 아니라 틱톡 스타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리고 있습니다.

글로벌 반려동물 의류 및 액세서리 시장 규모.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글로벌 반려동물 의류 및 액세서리 시장 규모.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FT는 지난 2월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두꺼운 팬층을 보유한 ‘도그플루언서’ ‘셀렙 도그’ 등이 등장하면서 반려동물의 의류 및 액세서리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시장조사 기관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글로벌 반려견 패션 시장은 2019년 250억 달러(약 28조원)에서 2022년 300억 달러(약 34조원)로 3년 만에 20% 증가할 전망입니다.

"자식처럼 가장 좋은 거 먹이고 입히고 싶다" 

명품 패딩 몽클레르를 착용한 골든 리트리버. 가격은 50~60만원선이다. 사진 몽클레르

명품 패딩 몽클레르를 착용한 골든 리트리버. 가격은 50~60만원선이다. 사진 몽클레르

그만큼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펫팸족’이 많아졌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반려인들은 반려동물에 대해 “가슴으로 낳아 지갑으로 기른다”고 할 정도로 명품 옷 한 두벌쯤은 얼마든지 사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어떤 이들은 명품 브랜드의 상품 카테고리가 여성복·남성복·아동복 다음으로 반려동물이 될 것이라고 점치기도 합니다.

비숑과 포메라니안을 키우는 김모(36)씨는 반려인의 마음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부모님 세대 대부분은 개를 가축으로 생각해 집안에 들이는 것조차 질색팔색을 했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이 아이들을 정말 자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좋은 것을 먹이고, 입히고, 좋은 곳에 데려가고 싶은 부모의 마음과 같아요. 경제력만 된다면 최고급 수제 사료뿐 아니라 고급 목걸이, 목줄, 옷도 사주고, 유치원에도 보내고 싶습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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