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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아들에게 맞은 의사 아빠 "사랑으로 감싸주지 못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의사 아버지를 상습폭행해 구속된 변호사 아들이 지난 12일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미국 변호사인 A씨(39)는 지난해 7차례에 걸쳐 아버지(69)를 폭행한 혐의로 지난 3월 구속기소됐다.

아들이 구속되자 아버지는 수차례 "선처해달라"는 의견을 재판부에 전달했고, 남부구치소에 수감된 A씨도 "잘못을 뉘우친다"며 두 차례 반성문을 냈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 서울서부지방법원. [뉴스1]

서울 마포구 공덕동 서울서부지방법원. [뉴스1]

법원은 아버지의 선처 호소와 아들의 반성문을 반영해 A씨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아들에게 조울증 등의 정신적 문제가 있다는 점도 반영됐다.

이유 없었던 아들의 폭행

18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1단독 이내주 부장판사는 상습존속폭행과 특수상해, 재물손괴, 특수재물손괴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7회에 걸쳐 아버지를 폭행했다. 또 지난해 8월 A씨가 서울 마포구에서 차량을 운전하던 중 시비가 붙은 상대 운전자에게 상해를 입힌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1월 오전 1시쯤 집에서 자신의 어머니를 간호하던 아버지의 머리를 주먹으로 때리고 소금 봉지로 뒤통수를 내리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2월에도 이유 없이 "XX새끼" 등의 폭언을 하며 아버지의 얼굴과 복부를 수차례 가격했다고 한다.

또 A씨는 구속 한 달 전인 지난 2월 밥상을 차려준 아버지를 향해 '싸구려 음식은 차려주면서 아픈 아들은 들여다보지 않냐'며 주먹질을 했다고 조사됐다. 같은 달에는 아버지가 일하는 병원에서 "택배를 제때 반품하지 않았다"며 A4용지로 아버지의 머리를 때렸고, 전기장판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버지의 가슴을 때린 혐의도 받는다.

폭행 일러스트. 연합뉴스

폭행 일러스트. 연합뉴스

A씨는 지난 2019년 10월 20대 여성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다가 거절당한 뒤 "거지새X로 봐 줘서 고맙다" 등 15회에 걸쳐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문자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보낸 혐의도 있다. 다만 이 사건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혀 양형에 반영되지 않았다.

아버지가 "사랑으로 감싸주지 못했다"고 탄원

집행유예를 선고한 재판부는 "우울증과 정동장애(조울증) 등 정신질환 영향으로 범행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차량 운전자와는 합의가 됐고 범행을 뉘우치고 있는 점을 감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가 '아들이 술 마시는 것을 싫어했다. 아들을 나무라고 가르치려고만 했지 생각을 들어주고 사랑으로 감싸주지는 못했다'고 여러 차례 선처를 탄원하고 있다"며 "A씨도 이 사건을 계기로 정신과 전문병원에 입원해 집중 치료를 받겠다고 다짐하고 있는 점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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