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 생각을 바꿔보세요

중앙일보

입력

1. 즐기라고? 돈은?

☞ "어디 가서 활동하려면 주머니에 돈이 좀 있어야겠지만, 없으면 없는 대로 또 괜찮아!"

김진호(70) 할아버지는 집 근처 노인복지관에서 컴퓨터 기초와 활용을 완전히 무료로 배웠다. 요즘은 포토샵 과정을 밟는 중인데 역시 무료다. 지난달부터는 다른 구에 있는 복지관에서 '죽음준비학교' 학생도 됐다. 차와 간식까지 그냥 준다. 김 할아버지는 돈 한 푼 안 들이고 얼마든지 재미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길이 있는데 공원에 우두커니 앉아있거나 지하철 타고 뱅뱅 도는 노인들을 보면 안타깝단다. 요즘엔 지자체마다 노인복지관, 문화원, 주민복지문화센터 등에 다양한 여가활동 프로그램이 수준별로 마련돼 있고 대부분 무료다.


2. 어딜 가든 텃세가 심해서…

☞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어쩜 그렇게들 텃세를 하는지, 처음에는 눈꼴 시어서 그만둘까 생각도 했지."

복지관 경력 3년 차인 허일선(75) 할머니. 복지관에 처음 나갔을 때 무척 힘들었다. 한 번 적응에 실패하면 앞으론 어디에서도 어울리지 못할 것 같아 노력했다고 한다. 먼저 웃으며 인사하기는 기본. 잘난 체하지 않기, 자식 자랑하지 않기, 목숨 걸린 게 아닌 한 져주기가 김 할머니의 새 친구 만들기 노하우다. 어디에나 텃세는 있지만 영원하지는 않다.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심의 표현이며 사귀는 과정이라 여기고 느긋하게 받아들이는 게 필요하다. 텃세가 무서워 여가활동의 즐거움을 피할 건 없다.

3. 이 나이에 귀찮아서…

☞ "우리 영감은 여행을 같이 가자고 해도 싫대. 그저 친구 만나서 한 잔 하고 산에 다니는 게 좋다나. 사실 나도 혼자 다니는 게 편하지 뭐."

할머니들이 많이 하는 말씀이다. 건강하게 해로하는 부부는 늘고 있지만 '따로 노시는' 경우가 많다. 남성의 경우 현업에서 물러나고 기존의 관계망이 좁아지면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무기력해지기 십상인데다, 성격마저 점점 소극적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년에 아내와 소 닭 보듯이 지내고 싶지 않다면, 더 늦기 전에 먼저 손을 내밀고 함께 움직여야 한다. 한두 가지 활동은 같이하는 것이 부부 생활의 활력소가 되고 소진된 사랑의 에너지원이 된다. 또 바깥 활동이 많아지면 자녀나 손자들과 대화할 소재도 더 생긴다.

유경(프리랜서 사회복지사, '마흔에서 아흔까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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