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

중앙일보

입력

불과 며칠 사이 월드컵의 열기가 팍삭 식어버린 느낌이다. e마담의 본업이 일간스포츠의 온라인 사이트 isplus.com을 운영하는 일이다 보니 월드컵 특집 페이지로 들어오는 누리꾼들의 숫자와 이용하는 페이지 수치를 바로 알 수 있기 때문에. 그 식어버린 열기를 더욱 실감나게 느끼고 있다.

그렇다!. e세상은 모든 것이 수치로 결과를 알 수 있는 삭막하기도 하고 또 무서운 곳이기도 하다. 혹자는 무서울 것까지 있겠느냐고 하겠지만. 누리꾼들이 즐기는 것들 중에는 꽤 섬짓한 것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요즘 누리꾼들이 즐기는 놀이 중 ‘스위스 심판 죽이기’ (혹은 간결하게 ‘심판 죽이기’라고 부르기도 함) 릴레이가 있다. 간단한 플래시 파일로 주로 심판을 때리거나 죽이는 것이 주된 내용인데. 한 명이 만들어서 배포하는 것이 아니고. 여러 명이 릴레이 형식으로 만들고 서로 평가하는 놀이이다.

방식은 꽤 폭력적이고 잔인하지만 내용 자체는 전 국민이 동의하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한 동안은 계속 버전업이 될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이런 형식의 ‘누구누구 죽이기’ 플래시 만화는 외국 누리꾼들에게도 낯선 것이 아니다. 최근 e마담이 해본 것 중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Whack Your Boss”란 것으로 사무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반적인 사무용품으로 자기를 괴롭히는 상사를 때려눕히는 게임이다. 폭력에 사용되는 사무용품을 고르는 데는 다소의 독창성이 필요하며 재미있긴 하지만. 처치 방법이 꽤 리얼한 것이 임산부나 노약자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다.

이쯤 되면 온라인 상의 e문화가 잔인하고 폭력적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겠지만. e마담은 당연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상상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경기장에서 치고 받는 선진국들(?)의 축구팬들보다 누가 보더라도 불합리했던 스위스전에서의 심판에 대한 울분을 플래시 게임으로 대신 달래는 우리 누리꾼들은 차라리 귀엽기만 하다.

JES 온라인본부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