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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선2035

머스크와 비트코인, 정치인과 부동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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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이태윤 기자 중앙일보 기자
이태윤 복지행정팀 기자

이태윤 복지행정팀 기자

“일론 머스크 사형해주세요.” 지난주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에 친구가 인터넷 캡처 이미지 하나를 올렸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게시글 제목이었다. 동의한 인원은 18만 명을 넘었다. 알고 보니 진짜 청원은 아니었고 암호화폐(코인) 가격 하락에 분노한 네티즌이 만든 패러디 게시물이었다.

코인 시장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영향력은 어마어마하다. 그의 트윗 하나에 차트는 춤을 춘다. 지난 12일 머스크는 “테슬라는 비트코인을 이용한 차량 구매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테슬라에서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인정하겠다고 선언한 지 석 달 만이다. 이후 비트코인은 물론 다른 코인도 급락했다. 미 언론 CNBC는 지난 13일(현지시각) 기준 암호화폐 시가 총액 가운데 3658억5000만 달러가 증발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돈으로 약 413조 2275억 원이 머스크의 발표 후 약 2시간 45분 만에 사라졌다. 테슬라는 지난 2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를 통해 약 15억 달러(1조7000억원)의 비트코인을 매입했다고 밝힌 후 이 가운데 10%를 팔아 1000억 원이 넘는 이익을 얻어 대중의 뭇매를 맞기도했다.

일론 머스크

일론 머스크

코인 판에서 머스크와 테슬라가 변덕을 부리듯, 부동산 시장에서는 정부와 여당이 서로 말을 뒤집고 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40%로 제한된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60% 한도의 총부채상환비율(DTI)을 무주택자의 경우 90%까지 확대하겠다고 주장했다.

며칠 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는 “검토한 바 없다.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쉽지 않은 제안이다”고 일축했다. 그런데도 송영길 대표는 연일 대출 규제 완화를 강조하고 있다. 재산·양도세 조정 요구도 이어갔다. 정부는 당장 오는 7월부터 소득 기준 대출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40%로 제한한다. 대출 한도가 늘어나는 건지 아닌지, 부동산 규제를 강화한다는 건지 푼다는 건지 알 길 없는 국민은 머스크가 트윗 쓰듯 부동산 정책을 내뱉는 정치인 때문에 답답할 뿐이다. 정치인의 GTX-D 공약을 믿고 집을 산 사람은 ‘김부선(김포~부천 연결)’으로 쪼그라든 실제 노선에 분노하고 있다.

사형 청원은 진짜가 아니었을지 몰라도 코인 투자자의 분노는 찐(진짜)이다. 머스크의 변덕 이후 테슬라 불매 운동인 ‘Don't Buy Tesla’ 해시태그가 등장했다. 13일 미국 뉴욕증시에서 테슬라의 주가는 571.69달러로 마감해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 종가(672.37달러)보다 14.9% 폭락했다. 머스크의 재산은 250억 달러(28조2300억 원) 감소했다. 정치인들이 부동산 공약을 내기 전에 머스크와 테슬라를 보며 깨닫길 바란다. 대중을 희망 고문한 값은 비싸게 치를 수밖에 없다.

이태윤 복지행정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