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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서울중앙지검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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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박진석 기자 중앙일보 기획취재담당
박진석 사회에디터

박진석 사회에디터

서초동의 백색거탑군(群) 사이에서 유독 도드라지는 검붉은 건물이 서울중앙지검이라는 이름을 얻은 건 2004년의 일이다. 1989년 지금의 터에 자리 잡은 이후 줄곧 서울지검으로 불려온 그 위압적 건물은 수하의 4개 재경지청이 지검으로 승격하자 차별화 차원에서 ‘중앙’이라는 이름과 권위를 추가로 부여받았다.

서울지검이든, 서울중앙지검이든 그게 한국 대표 수사기관이라는 건 불변의 사실이다. 2021년 현재 4명의 차장검사와 30여명의 부장검사, 200명을 헤아리는 부부장검사 및 평검사들이 재직 중인 초거대 검찰청이 중앙지검이다. 대형 권력형 비리를 파헤쳐 권력의 핵심부를 떨게 할 뿐 아니라 서울의 심장부인 남대문·종로·혜화·중부·관악·금천·동작·서초·방배·강남·수서경찰서를 지휘하면서 민생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워낙 중요한 곳이다 보니 능력을 인정받은 검사라야 이곳에서 일할 수 있다. 하물며 이들을 총지휘하는 중앙지검장은 말할 것도 없다. 탁월한 수사 또는 기획 능력이 있거나, 조직 장악력이 뛰어나거나, 그도 아니면 친화력이 돋보이는 ‘마당발’이어야 한다. 물론 정권의 총애는 기본이다. 그래도 역대 지검장들은 정권과 검사들을 슬기롭게 조율하면서 동티를 내지 않을 정도의 역량은 과시했다.

지금의 중앙지검장이 특이한 건 이런 요건 중 그 어느 하나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다. 오직 정권 뜻 받아 섬기기에만 일가견이 있었던 그는 그 작업조차 조악하게 진행하는 바람에 오히려 정권에 부담을 안기는 결과를 초래했다.

처신에서도 독보적이다. 피고인이나 피의자가 됐던 그의 검찰 선배들은 논란이 불거진 직후 또는 얼마 후에 옷을 벗었다. 조직에 끼친 누를 사죄하면서다. 하지만 그는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유감 표명이나 진퇴 고민 흔적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본인이 주저한다면 법무부가 나설 수밖에 없다. ‘검찰개혁’에 기여한 공로가 눈에 밟혀 과감히 내치지 못하겠다면 많은 선배의 선례에 따라 일단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보내는 방안도 고민해볼 법하다. 혹여 충북 진천 본원에 있는 한동훈 검사장과의 조우가 염려된다면 용인 분원이라는 대안을 활용할 수도 있다. 한 검사장을 용인에서 진천으로 내려보냈던 법무부가 그 사실을 모를 리는 없겠지만 말이다.

박진석 사회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