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안된 임신… 걱정이 셀렘으로

중앙일보

입력

#2 송응제·이민경씨 부부

2일 미국면화협회가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개최한 ‘코튼 맘 패션 콘테스트’. 인터넷 사진 예선을 거쳐 뽑힌 10명의 신세대 임신부들은 각자 개성 있는 옷차림으로 무대를 누볐다. 이민경(27·웹디자이너·서울 성동구 금호동)씨는 화려한 꽃 무늬의 히피 스타일에 만삭의 배를 과감히 드러내 대상을 차지했다. 월차를 내고 응원 온 남편 송응제(29·회사원)씨는 “내가 본 모습 중 제일 이쁘다”며 이씨를 안아줬다.

지난해 11월 결혼한 송씨 부부는 처음 임신 사실을 확인했을 때 아주 당황했다. 아이는 둘 만의 신혼을 즐기며 경제적 기반을 갖춘 뒤 천천히 가질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인공유산의 유혹마저 있었지만 곧 뿌리쳤다. 그래도 이씨는 몸과 마음이 모두 혼란스러웠다.

그는 “피곤해서 출근하기도 힘들어졌다”며 “몸매가 망가지는 것도 싫고 창피해 펑퍼짐한 옷들로 가리고 다녔다”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씨는 쇼 윈도에 비친 부스스한 자신의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어차피 우리 운명 속에 들어온 아기라면, 더 행복하게 맞아줘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이씨는 임신 전에 즐겨 입던 옷들을 다시 꺼내 요령껏 멋을 내기 시작했다. 겉모습을 바꾸니 마음도 즐거워졌다. 남편도 살이 트지 않도록 바르는 크림 등을 사다 주며 이씨를 감동시켰다.

다음달이면 송씨 부부는 ‘유민’이와 만난다. 유민이는 6월의 ‘유’자와 이씨의 이름에서 ‘민’자를 따서 붙인 태명이다. 이들은 미니홈피의 ‘육아일기’에 유민이 눈으로 본 일상을 담고 있다. 부모가 된다는 것, 이들에겐 어렵고 힘들지만 그 무엇보다 설레는 경험이다.

◆ 특별취재팀= 송상훈 팀장, 정철근.김정수.김영훈.권근영 사회부문 기자, 염태정.김원배 경제부문 기자, 김은하 탐사기획부문 기자, 조용철 사진부문 부장, 박종근 사진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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