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줄로 연결돼야 꼭 가족인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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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아, 다른 사람은 열 달 고생해 아이를 낳지만 엄마는 10년 동안 가슴앓이를 한 뒤 너를 딸로 맞이했단다."

김진미(35.경기도 수원시 천천동)씨는 딸 연아름송(2)에게 종종 이렇게 되뇐다. 김씨 부부는 지난해 2월 낳은 지 29일 된 여자아이를 입양했다.

입양할 당시 부부는 9년간 5번의 시험관아기 시술로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다. 아름송이는 부부에게 행복을 선사했다. 생후 5개월에 뒤집기를 시작했고, 7개월째에 처음으로 '엄마'라는 소리를 했다. 10개월이 되자 혼자 일어서기 시작했다. 김씨는 그 감동의 순간들을 꼬박꼬박 일기에 적어넣었다.

"아이를 낳지 못해 어둡고 자신감이 없었는데 이제는 딸이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게 게 재밌어요. 세상이 아름다워 보여요." 김씨는 엄마가 된 기쁨을 이렇게 얘기했다. 남편 연관흠(41)씨는 "열심히 일해야 우리 송이 공부도 많이 시키지"라는 말을 자주 한다.

부부는 원래 첫째를 입양한 뒤 시험관아기 시술을 다시 받아 둘째를 낳을 계획이었다. 아름송이를 보면서 부부는 생각을 바꿨다. "송이를 키워보니 핏줄에 연연해 힘들게 보낸 10년이 아깝더군요. 꼭 핏줄로 연결돼야만 가족인가요." 김씨는 "아이에게 가장 좋은 선물은 동생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며 "내년에 둘째를 입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가족과 친척의 인식도 바뀌었다. 김씨 부부의 가족은 오히려 입양을 적극적으로 권했다고 한다. 그간의 고통을 충분히 알기 때문이다.

김씨는 가족보다는 이웃이나 친구들이 부담스럽다. "주변에서 '남의 애를 키워 어떻게 하려고 그러냐'는 얘기를 많이 한다. 정작 우리는 괜찮은데…. 사람들이 생각을 바꿔줬으면 좋겠다." 김씨는 주변의 걱정과 달리 모든 상황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아이가 크면 입양 사실을 알리고, 원한다면 친부모와 만나게 할 생각이다. 입양기관에 이미 친모에 대한 정보를 요청해 뒀다.

홀트아동복지회 이종수 부장은 "입양은 손가락질 받을 일도, 특별한 선행도 아니며 친부모.양부모.아동 모두가 나름의 행복을 추구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지난 5년간 입양 아동의 60%는 해외로 나갔다. 국내입양을 활성화하기 위해 보다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아이를 입양하려면 입양기관에 200만~220만원 정도를 내야 한다. 입양 전까지 아이를 돌본 비용이다. 이 부장은 "저출산과 연관해 입양정책을 세운다면 입양 전 아동을 돌보는 비용을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입양아는 17세까지 보험진료시 진료비와 약값이 공짜다. 원한다면 국.공립 어린이집에 우선 입소할 수 있고, 중.고교 입학금과 수업료 면제를 받을 수도 있다.

◆ 특별취재팀= 송상훈 팀장, 정철근.김정수.김영훈.권근영 사회부문 기자, 염태정.김원배 경제부문 기자, 김은하 탐사기획부문 기자, 조용철 사진부문 부장, 박종근 사진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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