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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츠 이혼 뒤엔 소아성애 엡스타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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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빌 게이츠, 제프리 엡스타인, 멀린다 게이츠(왼쪽부터).

빌 게이츠, 제프리 엡스타인, 멀린다 게이츠(왼쪽부터).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이하 게이츠)의 부인 멀린다가 적어도 2019년부터 이혼을 준비해 왔으며, 이혼 사유 중 하나는 남편과 미성년자 성 착취 범죄자인 백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친분일 수 있다는 미국 언론 보도가 나왔다.

멀린다 2019년부터 이혼 준비 #“멀린다, 엡스타인 만난 뒤 불쾌감 #빌 계속 친분 이어가자 결심한 듯” #큰딸 제니퍼 SNS에 아빠 없는 사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멀린다가 최소한 2019년 10월부터 변호사들과 이혼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는 게이츠와 엡스타인의 관계가 공개된 시점”이라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와 데일리 비스트, 뉴욕포스트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게이츠는 2011년 1월 엡스타인을 처음 만났다. 엡스타인이 2008년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 혐의로 복역한 뒤였다. 플로리다주 수사당국은 엡스타인이 14세 안팎의 소녀 수백명을 집으로 불러 성추행 및 성폭행하거나 자신과 친분 있는 다른 남성들에게 보내 같은 행위를 시켰다고 봤다. 하지만 그는 초호화 변호인단을 고용해 13개월이라는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데 그쳤다.

멀린다는 2013년 엡스타인의 맨해튼 호화 저택에서 남편과 함께 그를 만난 뒤부터 그에 대한 불쾌감을 표현했다고 한다. 데일리 비스트는 “격노(furious)했다”고 전했다. 그런데도 게이츠는 엡스타인과의 관계를 이어나갔다고 WSJ는 전했다. 2019년 10월 NYT는 게이츠가 2011년 이후 엡스타인을 여러 차례 만났으며, 그중 최소 한 번은 맨해튼 저택에서 밤늦게까지 머물렀다고 보도했다.

게이츠 재단은 어린 여성들의 권익 증진을 위해 노력해왔기 때문에 게이츠가 소아 성애자로 낙인 찍힌 엡스타인과 관계를 이어간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게이츠의 대변인은 “두 사람이 자선을 주제로 대화했다”고 주장하면서도 “엡스타인을 만난 것은 판단 실수”였다고 인정했다.

엡스타인은 2019년 7월 미성년 성 착취 혐의로 연방 검찰에 다시 체포돼 기소됐고 이번에는 법원도 보석을 불허했다. 그는 체포된 다음 달 감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검찰은 자살로 결론 내렸지만, 엡스타인 측은 타살이라고 주장한다. 사망 당일 저녁 감방 동료가 전출 나가 목격자가 없는 데다가 간수 2명이 모두 잠드는 바람에 주기적 점검이 이뤄지지 않았고, 감방 앞 영상 녹화기가 고장 난 점 등이 모두 미심쩍다는 게 이유다.

한편 게이츠 부부의 큰 딸 제니퍼는 9일(현지시간) 인스타그램에 “우리의 여왕, 영웅, 그리고 엄마”란 문구와 함께 아버지만 제외된 가족사진을 올렸다. 이전까지 제니퍼는 아버지가 빠져있는 가족사진을 올린 적이 없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임선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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