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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재벌 총수 맘대로 계열사 사장 월급 줄 수 있나 없나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박용호의 미션 파서블(12)

올해의 연봉킹 기업인은 누구? 해마다 주주총회 시즌(통상적인 기업의 경우, 매년 3월)이면 단골로 등장하는 이슈다. 기업인의 보수(급여)가 해마다 특정 시점에 회자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 등은 주권상장법인에 대해 각 사업연도 경과 후 90일 이내에 금융위와 거래소에 사업보고서를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주권상장법인은 사업보고서에 임원 보수 총액과 보수가 5억원 이상인 임원 개인별 보수(급여) 등을 기재하여야 한다(자본시장법 제159조, 제168조). 금융위와 거래소는 기업으로부터 제출받은 사업보고서를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시한다(자본시장법 제163조).

자본시장법 등은 주권상장법인에 대해 각 사업연도 경과 후 90일 이내에 금융위와 거래소에 사업보고서를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진 pxhere]

자본시장법 등은 주권상장법인에 대해 각 사업연도 경과 후 90일 이내에 금융위와 거래소에 사업보고서를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진 pxhere]

국내 대기업은 대부분 사업보고서 제출 대상 법인에 해당하고, 유명 기업인은 대부분 임원에 해당하기 때문에, 해마다 사업보고서 제출 시점에 즈음해 보수가 공개되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인(법적으로는 임원)의 보수는 어떻게 결정되는 것일까. 대기업 그룹에 속한 계열회사는 소위 대주주인 그룹 총수의 동의, 승인만으로 임원 보수가 결정될 수 있는 것일까. 아래 사례를 통해 살펴보도록 한다.

주주총회나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았으나 지배기업의 대주주 승인을 받고 피지배 기업의 대표이사가 받은 보수는 적법할까. A회사의 대표이사는 B다. A회사의 주식은 C회사와 그 계열회사와 대표이사 B가 전부 보유하고 있고, C회사의 주식은 그 대표이사인 D와 가족들이 과반수를 보유하고 있었다. A회사는 대표이사 B를 포함한 임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하면서 인사팀에서 임원별 구체적 연봉 액수를 기재한 문건을 작성해 C회사 대표이사 D에게 보고하고 결재를 받은 다음 당해 연도 전체 임원에게 지급될 보수 총액의 한도를 정한 의안을 주주총회에 상정하는 이사회 결의와 주주총회 결의를 거쳐왔다. A회사 정관은 대표이사 보수의 결정은 이사회 결의를, 이사의 보수는 주주총회에서 각각 정하도록 하고 있었다. 이후 A회사 정관이 개정되면서 대표이사 보수의 결정에 이사회 결의를 필요로 한다고 정한 조항은 삭제됐다. 한편 A회사는 대표이사 B의 구체적 보수 액수에 관해 이사회 결의나 주주총회 결의를 거치지 않았다.

5억 이상 임원 보수, 사업보고서 기재해야

상법 제388조는 “이사의 보수는 정관에 그 액을 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주주총회의 결의로 이를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의 보수에는 연봉, 수당, 상여금 등 명칭을 불문하고 이사의 직무수행에 대한 보상으로 지급되는 모든 대가가 포함된다.

한편 상법 제361조는 “주주총회는 본법 또는 정관에 정하는 사항에 한해 결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주주총회 결의사항은 반드시 주주총회가 정해야 하고 정관이나 주주총회의 결의에 의하더라도 이를 다른 기관이나 제3자에게 위임하지 못한다(대법원 2017. 3. 23. 선고 2016다251215 판결). 위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비추어, 정관 또는 주주총회에서 임원의 보수(급여) 총액 내지 한도액만을 정하고 개별 이사에 대한 지급액 등 구체적인 사항을 이사회에 위임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이사의 보수(급여)에 관한 사항을 이사회에 포괄적으로 위임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다만, 주주총회는 회사의 최고의사결정기관이기 때문에, 주주총회에서 이사의 보수에 관한 구체적 사항을 이사회에 위임한 경우에도 이를 주주총회에서 직접 정하는 것도 상법이 규정한 권한의 범위에 속하는 것으로서 가능하다(대법원 2020. 6. 4. 선고 2016다241515, 241522 판결).

회사의 모든 주식을 한 사람이 소유하는 1인 회사가 아닌 경우, 아무리 작은 회사라도 이사에게 보수를 지급할 때 이사회에서 개별 임원의 구체적인 보수액을 결정해야 한다. [사진 pxhere]

회사의 모든 주식을 한 사람이 소유하는 1인 회사가 아닌 경우, 아무리 작은 회사라도 이사에게 보수를 지급할 때 이사회에서 개별 임원의 구체적인 보수액을 결정해야 한다. [사진 pxhere]

대부분의 대기업은 주주총회에서 임원의 보수 총액 내지 한도액을 정하고 개별 이사에 대한 지급액 등 구체적 사항은 이사회에 위임하는 방식으로 이사의 보수를 결정해 지급하고 있다.

회사의 모든 주식을 한 사람이 소유하고 있는 소위 1인 회사의 경우 1인 주주가 회사의 유일한 주주이기 때문에 그 주주가 주주총회에 출석하면 전원 총회로 성립하고, 그 주주의 의사대로 결의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통상의 경우와 달리 주주총회 소집절차에 하자가 있거나 주주총회 의사록이 작성되지 않았더라도, 1인 주주의 의사가 주주총회의 결의내용과 일치한다면 증거에 의하여 그러한 내용의 결의가 있었던 것으로 인정되고 있다(대법원 1976. 4. 13. 선고 74다1755 판결 등 참조).

1인 회사는 아니지만 주주총회 의결정족수를 충족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들이 동의하거나 승인하였을 경우에는 어떨까. 앞서 언급했던 사례가 이에 대한 것으로서 대법원 판결 사안이다. 대법원은, “주주총회의 의결정족수를 충족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들이 동의하거나 승인했다는 사정만으로 주주총회에서 그러한 내용의 결의가 이루어질 것이 명백하다거나 또는 그러한 내용의 주주총회 결의가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하면서, A회사 주주총회나 이사회 결의가 없었다면, A회사 지배기업인 C회사 대주주 D의 승인을 받았더라도, A회사가 대표이사 B에게 지급한 보수는 적법하지 않다는 취지로 판단했다(대법원 2020. 6. 4. 선고 2016다241515, 241522 판결).

이같은 대법원 판결은 이사 보수에 관한 상법 제388조가 회사의 이해관계자인 주주, 채권자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강행규정임을 고려한 판결이다. 이는 비단 대기업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1인 회사를 제외하고 아무리 작은 회사라 하더라도 이사에게 보수를 지급할 때에는 상법 제388조에 따라 정관 또는 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보수 총액 내지 한도액을 정하고, 이사회에 구체적인 사항을 위임한 후, 이사회에서 개별 임원의 구체적인 보수액을 결정하여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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