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기다리는 게 더 고통

중앙일보

입력

병원에서 어린이가 주사를 맞을 때보다 맞기 전에 더 많이 우는 것, 보신 적 있으시죠?

고통을 기다리는 것이 실제 고통을 겪는 것보다 더 괴로울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미국 에머리대 그레고리 번스 박사팀이 두려움에 대한 생물학적 본질을 규명한 논문이 과학저널인 사이언스에 실렸다고 AP통신이 4일 보도했습니다.

연구진은 뇌가 두려움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펴보기 위해 실험 참가자 32명을 자기공명 영상촬영(MRI) 장치 속에 넣고 발바닥에 전기 충격을 가했습니다.

각각 96차례 충격을 주면서 그 강도와 간격(1~27초)을 달리했죠. 그리고 모든 실험을 마친 뒤 참가자들에게 선호하는 강도와 간격을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대부분 전압이 같을 경우 가장 짧은 대기 시간을 원했습니다. 마냥 기다리는 것보다 차라리 최대한 빨리 충격을 받고 끝내겠다는 생각인 것이죠.

뇌 스캔 결과 뇌의 고통을 지배하는 부분은 실제 충격이 가해지기 전부터 작동되고 있었습니다. 연구진은 예고된 고통에 뇌가 얼마만큼 집중하느냐에 따라 두려움이 결정되며, 이 때문에 고통은 간단한 생각의 전환으로 얼마든지 경감시킬 수 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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