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게 손'은 남성혐오? 난데없는 '메갈' 찾기에 놀란 유통업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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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25의 이벤트 홍보 포스터에서 시작된 ‘남성혐오’ 논란이 식ㆍ음료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업체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단순한 마케팅이나 홍보 활동이 논란에 휩싸이고 불매 운동이나 국민 청원의 대상에까지 오르고 있기때문이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페미니즘 커뮤니티인 '메갈리아'를 상징하는 손가락 이미지가 들어갔다는 GS25의 포스터에서 시작된 논란이 제네시스 bbq나 교촌치킨, 오비맥주 등으로 번지고 있다. 네티즌들이 과거 기업의 SNS 게시물이나 홍보 이미지 등에서 '집게 손가락'을 찾아내 '메갈리아'로 몰아 붙이면서다.

메갈

메갈

제네시스 bbq는 사이드메뉴 'BBQ소떡'의 소시지를 손가락으로 집은 이미지가 '메갈 딱지'로 지목되면서 불매 논란으로 번졌다. bbq측은 즉시 해당 메뉴를 삭제하고 손가락 이미지를 제거해 다시 올린 후 사과문을 게재했다. bbq는 사과문에서 "유관부서를 통해 경위를 확인중"이라며 "과거 모든 제작물에 대해 철저한 전수조사 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면 삭제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촌치킨 역시 과거에 올렸던 SNS 게시물에서 치킨을 들고 있는 손 모양에 대해 문제가 제기되자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다. 오비맥주는 3년 전 인수한 수제맥주 브랜드 '핸드앤몰트'에 로고와 제품 전면에 들어간 손가락 이미지가 '메갈리아' 표식으로 지목됐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손가락 이미지는 아르헨티나 디자인회사에 의뢰해 만든 것"이라며 "이번 논란과 전혀 관련이 없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품 홍보에 ‘손 모양’을 넣었다고 해서 이를 무조건 남성혐오와 연결짓는 것은 무리한 일이란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원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업체가 별다른 뜻 없이 손 이미지를 마케팅에 활용한 것뿐인데, 이를 극단적인 페미니즘이나 남성혐오와 연결하고 있어 곤혹스럽다”며 “업체마다 당분간 ‘손’ 이미지를 제품 홍보에 사용하는 것을 최대한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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