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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독극물 잔뜩 묻힌 닭고기 덫…대전 길고양이 의문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전에서 길고양이가 독극물을 발라놓은 닭고기를 먹고 죽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중성화를 위해 포획된 길고양이.연합뉴스

중성화를 위해 포획된 길고양이.연합뉴스

7일 대전 대덕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오후 늦게 대전시 대덕구 석봉동 한 폐가에서 독극물이 잔뜩 묻은 것으로 보이는 파란색 닭고기 조각과 함께 고양이가 죽어 있는 것을 길고양이 보호 활동가 등이 발견했다. 이 고양이는 지난해 대전시가 중성화 작업을 했던 길고양이 중 한 마리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길고양이보호협회(협회) 측은 고양이가 닭고기를 먹고 죽은 것으로 보고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이 일부러 고양이를 죽이고 있다"는 취지로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경찰은 최근 협회 회원과 협회가 용의자로 지목한 60대 남성을 면담 조사했다. 이 남성은 석봉동에 거주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어 대덕구 일대 약국 등을 상대로 독극물을 사 간 사람이 있는지 파악하고 있다. 또 사건 현장 주변에 있던 폐쇄회로 TV(CCTV)를 확인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닭고기에 독극물을 발라 놓은 것으로 미루어 쥐를 잡기 위한 목적보다는 길고양이를 노린 것으로 추정된다”며 “하지만 누가 독극물을 발라놓았는지는 지금까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죽은 고양이가 발견된 날 전후로 약 5일분의 CCTV 영상을 확인하고 있어 시간이 다소 걸릴 것 같다”라며 “협회가 지목한 60대 남성이 고양이 사망과 관련이 있다는 단서는 아직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2017년에도 대덕구 석봉동 한 빌라 지하에 독극물이 묻은 것으로 추정되는 닭고기가 접시에 담긴 채 있는 것을 주민이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에도 해당 닭고기를 먹은 것으로 보이는 고양이 한 마리가 숨졌다.

길고양이 국민청원

길고양이 국민청원

지역 동물보호단체는 "이 일대에서 10여년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고양이 살해범을 처벌해 달라는 취지의 청와대 국민청원을 지난달 22일 제기했다. 동물보호단체는 청원에서 “(대덕구 석봉동 일대) 또 다른 이웃은 대청댐에서도 쥐약 먹고 죽은 고양이를 본 적이 있다고 했다”며 “근처 이웃들은 상황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저에게 물어봐 주시고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주셨다”고 했다.

경찰은 “고양이 여러 마리가 죽었다는 것은 현재로써는 소문 수준이며, 명확한 사실관계가 드러난 것은 지난 4월 13일에 죽은 채 발견된 고양이 한 마리뿐”이라며 “나머지 주장에 대해선 사실 규명에 주력하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길 고양이를 죽이면 동물보호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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