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긴 그런데, 남이 사가면 큰 일 난다"…이베이 딜레마

중앙일보

입력 2021.05.06 17:10

업데이트 2021.05.06 18:15

이베이코리아(이하 이베이)의 본입찰이 다가오면서 인수 후보자(숏리스트)에 올라있는 SK(재계 서열 3위), 롯데(5위), 신세계(10위)의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있다. 세 기업 모두 표면적으로는 최고경영책임자(CEO)들까지 적극적인 인수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인수전 참여는 당연"(박정호 SKT 대표), "충분한 관심"(강희태 롯데쇼핑 부회장), "진지한 고민"(강희석 이마트 대표) 등이다. 하지만 유통업계에서는 각 기업의 속내는 대외적인 표현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고 보고 있다. 왜 그럴까.

이베이 인수전 뛰어든 롯데·신세계·SK의 속내는

이베이…과연 사야 하나? 

6일 투자은행(IB)과 유통업계에 따르면 20조원 대 거래액을 자랑하는 이베이 인수에 성공한 업체는 단숨에 단숨에 네이버(거래액 26.8조원)나 쿠팡(20.9조원)에 버금가는 덩치를 확보할 수 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순위가 지난해 기준 네이버(17%), 쿠팡(13%), 이베이(12%) 등이기 때문이다.

한국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한국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문제는 이베이의 실속이다. 이베이의 거래액 규모는 20조원이 넘지만 최근 매출ㆍ거래액 성장세는 10% 선에 머물러 있다. 시장 평균 성장률(19.7%)에 한참 못 미친다. 4조~5조 원대로 거론되는 몸값에도 회의론이 적잖다. 현재 롯데쇼핑의 시가총액이 3조4100억원, 이마트의 시총은 4조4600억원 선이다. 여기에 오픈마켓의 경쟁력을 가르는 우수한 셀러(판매자)들이 이베이를 떠나고 있는 것도 이베이 몸값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3사는 일단 "우리가 인수한다" 

3사는 일단 인수전에 적극적인 모습으로 보이고 있다. 신세계그룹에선 이마트가 앞장서 인수 자문사로 JP모건을 선정했다. 신세계그룹의 이커머스사업부서인 SSG닷컴은 ‘우수셀러 이탈’ 등에 부정적이지만, 그룹 전체적으로 인수 필요성을 거론하는 의견이 우세하다. 롯데는 그룹 본사인 롯데지주가 직접 인수에 따른 득실 계산에 한창이다. 특히 그룹 내 이커머스 사업인 롯데온이 경쟁사보다 뒤처져 있어 인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SK텔레콤도 당초 예상보다 적극적이다. 이베이 인수에 성공하면 11번가가 단숨에 이커머스 강자 자리에 오를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서다. SK그룹 고위관계자는 “이커머스를 해야, 제조업체도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이라며 "단순히 이베이 영업 자료만 보고 인수전에 참여한 건 아니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여기에 대형마트 홈플러스를 가진 MBK파트너스 역시 "우수한 오프라인 인프라를 갖춘 홈플러스와 오픈마켓 강자인 이베이와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롯데쇼핑의 온라인 통합몰인 롯데온 참여 브랜드들. [사진 롯데쇼핑]

롯데쇼핑의 온라인 통합몰인 롯데온 참여 브랜드들. [사진 롯데쇼핑]

3사 속내는 "뺏기는 게 더 걱정"

3사의 더 큰 걱정은 본인들의 인수 가능성보다 경쟁사가 인수해간 후의 상황이다. 3사 관계자 모두 "경쟁사가 이베이를 가져가는 상황만은 피하고 싶다"고 입을 모은다. 이베이가 매력적이어서라기보다 타사에 인수되는 걸 막기 위해 인수전을 펼치고 있는 형국이다. 이베이를 인수해 덩치를 키운 경쟁사가 이커머스 시장에서 앞서나갈 경우, 향후에는 영영 따라잡기가 불가능할 것이란 불안감 때문이다. 익명을 원한 재계 관계자는 “특히 롯데나 신세계는 인수에 실패하는 것보다 상대방이 이베이를 가져가면 악몽이 될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오프라인 기반이 취약한 SK그룹도 마냥 여유롭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이커머스 시장 규모.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이커머스 시장 규모.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이에 따라 투자은행(IB) 업계는 이베이는 오히려 느긋한 입장을 보인다고 전한다. IB 업계에 따르면 이베이 측은 입찰 후보 업체들이 요청한 자료를 세세하게 내놓지 않고 있다고 한다. 실사작업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다 보니 당초 이달 14일로 예정됐던 본입찰도 이달 말쯤으로 미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이베이코리아 측은 미국에선 인수합병(M&A) 때 본인들이 지금 공개한 정도만 자료를 내놓는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며 "주요 인수 후보인 3사와 MBK파트너스가 상대방을 경계하며 신경전을 펼치다 보니 인수전은 이베이 쪽에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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