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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시아 꽃 피어도 산불은 계속된다…“풍성해진 산림” 5월, 산불 비상

중앙일보

입력

5월 산불, 90년대 6%→2019년 15% 

‘5월 아까시나무 꽃이 피면 산불은 끝난다’는 속설이 있다. 녹음이 우거지고 비가 자주 내리면 불이 날 가능성이 작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갈수록 이런 속설이 맞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보다 5월에 산불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산불 분석 결과

소방헬기가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소방헬기가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6일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1년 중 5월에 발생한 산불 비율이 1990년대 6%에서 2000년대 7%, 2010년대에는 10%로 높아졌다. 2019년에는 전체 산불 중 15%가 5월에 발생했다. 3∼4월에만 발생했던 100㏊ 이상의 산불이 2017년 2건, 2020년 1건이 나는 등 5월에도 대형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의 분석 결과 올해 5월 산불 발생 위험도가 평년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전남대 정지훈 교수팀, 광주과학기술원 윤진호 교수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지난 40년간(1981∼2020년) 봄철 산불 위험지수 시계열 변화와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기후·기상인자들 간 상관분석을 했다.

건조해지고 기온 상승한 게 영향 

5월 산불 발생 위험과 상관성이 높은 기후 인자는 3, 4월 서태평양 지역 해수면 온도, 동서 바람, 상대습도이다. 이런 인자를 분석한 결과 평년보다 위험성이 높을 것으로 예측됐다. 지난 3월 동아시아 지역은 평년보다 다소 습기가 많은 상태였으나, 4월 중순 이후 라니냐가 소멸하는 과정에서 건조한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또 서태평양 지역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며, 동아시아 지역 기온도 평년보다 올랐다. 한반도 주변으로는 강한 동서 바람이 불고 습도가 낮아졌다. 라니냐는 동태평양의 적도 지역에서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낮은 저수온 현상이 5개월 이상 일어나는 이상 현상이다.

이와 함께 과거보다 산림이 우거진 것과 산나물 등 산림자원이 풍부해진 것도 5월 산불 발생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지적됐다. 국립산림과학원 산불산사태연구과 이병두 과장은 “연탄·가스 등 연료 보급으로 나무를 땔감으로 이용할 필요가 없어지게 됨에 따라 산림이 풍부해졌다”며 “이 때문에 산불이 나기 쉽고, 한번 불이 나면 진화도 어렵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과장은 “5월에는 산나물을 채취하러 산에 가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도 산불 발생 요인으로 꼽힌다”고 덧붙였다.

아카시아 나무. 국립산림과학원

아카시아 나무. 국립산림과학원

강원 등 5월 산불 감시원 집중 배치  

5월에 산불이 자주 발생하면서 지자체도 비상이 걸렸다. 강원도는 이달 말까지 산불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산불감시원 2190명을 입산통제구역, 등산로, 산나물 자생지 등에 집중적으로 배치했다. 또 산림특별사법경찰관 98명을 기동단속팀으로 편성했다. 입산통제구역 무단 출입자, 화기물 소지 입산자, 화기 이용 취사와 무속 행위, 불법 산나물 채취 등의 위반 사례를 적발하면 과태료를 물리기로 했다.

강원도에 따르면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한 해 평균 71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산불이 많이 발생한 시기는 4월 15.5건, 5월 13.5건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경남도도 오는 15일 끝나는 상반기 산불 조심 기간을 이달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감시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가용 인력을 최대한 동원해 산불 예방에 힘쓸 방침이다.

대전·춘천=김방현·박진호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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