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吳 "창동 돔구장"에 노원구 초조…8만 일자리 의료단지 밀리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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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서울 노원구 창동 차량기지 부지에 바이오 의료단지(SN-BMC)를 조성하는 것과 관련, 노원구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후보 시절 이 지역에 돔구장과 대형쇼핑몰을 조성하겠다고 공약하면서다. 당초 이 곳에 국내 대형병원을 비롯한 의료 빅데이터 센터와 바이오 기업 등을 유치해 8만여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던 노원구의 구상에도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오 시장, 구장·쇼핑몰 유치 공약에 #노원구, 의료단지 조성 차질 우려

서울시, “돔구장·바이오 의료단지 병행 가능”

지난달 2일 서울 구로구 고척동에 위치한 고척스카이돔. [연합뉴스]

지난달 2일 서울 구로구 고척동에 위치한 고척스카이돔. [연합뉴스]

김상한 서울시 행정국장은 5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오 시장의) 공약과 바이오 의료단지를 함께 창동 차량기지에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당초 전면적으로 이 지역을 바이오 의료단지로 조성하려던 계획이 축소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국장은 “공약을 보면 돔구장과 상업시설은 각각 지상과 지하에 지어지기 때문에 중복적으로 토지가 필요하지 않다”며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바이오 의료단지 조성 사업은 노원구 상계동 창동 차량기지와 도봉 면허시험장 7만4800평(24만6998㎡) 부지에 국내외 바이오·메디컬 관련 업체 및 연구소와 대형병원 등을 유치하는 사업이다. 서울시 역시 지난해 1월 약 10억원 규모의 ‘서울(상계)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 육성 방안 수립’ 용역을 발주하고 올 하반기에는 마스터플랜을 내놓는다는 계획이었다. 특히 노원구는 현재는 법적으로 한계가 있는 의료 빅데이터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이 지역을 바이오·의료 특구로 추진, 규제 샌드박스를 적용하는 구상을 하고 있었다.

8만명 일자리 창출해야하는데…노원구 '난색'

지난달 6일 오후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서울 은평구 불광천변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지난달 6일 오후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서울 은평구 불광천변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그러나 오 시장이 돔구장과 쇼핑몰 유치를 공약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오 시장은 후보 시절 유세 과정에서 “스타필드와 같은 쇼핑을 하면서 여름에는 더위를, 겨울에는 추위를 느끼지 않고 아이들과 같이 걸으며 생활에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쇼핑공간이 꼭 필요하다고 한다. 맞느냐”고 말한 바 있다. 이 지역에 북부권 종합환승센터까지 건설해 '북부 수도권 중심지'를 육성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오 시장 역시 바이오 의료단지는 조성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돔구장 공약과 병행하기 위해선 기존 밑그림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표적으로 난색을 보이는 게 노원구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의료단지가 살기 위해서는 임상시험이 가능한 대형병원을 주축으로 세계적 수준의 바이오 관련 연구소, 기업이 함께 들어와야 생태계가 조성된다”며 “이를 위해선 현재 7만4800평도 모자란다는 생각인데, 돔구장에 떼 주고 나면 자칫 중요 시설들이 입주를 꺼려 반쪽짜리 사업이 될까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특히 그간 바이오기업의 임상 실증센터 역할을 해줄 것으로 내심 기대했던 서울대병원 분원 이전이 백지화될까 노심초사한 모습이다. 노원구와 서울대병원은 지난해 11월 바이오·의료단지 조성과 관련한 정책 발굴 및 계획 수립을 위해 업무협약을 맺고 공동실무 TF도 구성했다. 이 외에 지난해 3월엔 도봉 면허시험장을 의정부시로 이전하기 위해 의정부시와도 ‘동반 성장 및 상생발전 협약’을 맺었다.

오승록 구청장, “돔구장, 교통난↑, 고용효과↓” 

지난해 11월 9일 서울 노원구 창동차량기지 일대.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 조성 관련 청사진이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9일 서울 노원구 창동차량기지 일대.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 조성 관련 청사진이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오승록 구청장은 “베드타운이 조성된 노원구에 일자리를 낼 수 있는 바이오산업 시설이 들어오면 직주근접형 개발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서부권에 지어진 고척 돔구장의 경우 약 60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고 하는데, 8만개 일자리를 목표로 하는 의료단지와는 규모나 방향성이 아주 다르다”고 말했다. 또 “돔구장의 경우 경기가 있을 때만 사람이 몰리고 빠져나가는 등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과 거리가 멀고 교통체증도 심해질 것”이라며 “문화·공연장으로서의 기능은 바로 옆 ‘창동 서울아레나’와 중복되는 면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김상한 국장은 “돔구장 건설은 구단창설 등 야구계와 구체적인 협의까지 진행되지 않은 상태”라며 “창동 차량기지가 이전하는 시기 역시 2025년 12월로 충분히 적절한 계획을 수립할 시간이 있다. 염려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또 “차량기지가 나간다 해도 바이오산업 입지문제에 오송·송도 등 지방 바이오 클러스터와의 상생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며 “보다 면밀한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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