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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도 놀란 '역주행'···1000억 들인 '로스트아크'의 부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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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금강선 스마일게이트 게임 디렉터가 지난해 말 열린 ‘게임온’ 유저 페스티벌에서 ‘로스트아크’ 운영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로스트아크는 출시 2년 만에 매출 835억원을 기록했다. [사진 스마일게이트]

금강선 스마일게이트 게임 디렉터가 지난해 말 열린 ‘게임온’ 유저 페스티벌에서 ‘로스트아크’ 운영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로스트아크는 출시 2년 만에 매출 835억원을 기록했다. [사진 스마일게이트]

걸그룹 브레이브걸스(브걸)가 데뷔 10년 만에 인기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특히 2017년 발매한 ‘롤린’은 이른바 ‘밀보드’(밀리터리+빌보드를 합친 신조어)부터 주요 음원차트와 음악방송 1위를 휩쓸었다.

스마일게이트 7년 공들인 ‘로스트아크’ #유저와 적극 소통하면서 뒤늦게 주목 #LG전자 올레드 48인치는 화질 ‘입소문’ #지난해보다 판매대수 4배로 늘어날 듯 #오리온 ‘썬’ 재출시 후 1초에 1개 팔려

브걸만이 아니다. 게임과 정보기술(IT)·식품 시장에서도 ‘역주행’이 화두다. 특유의 내공과 소통을 통해 ‘뒷심’을 발휘한 상품·서비스도 있고, 처음부터 역주행을 기대하고 기획한 사례도 있다.

게임업계에서 ‘로스트아크’가 역주행 대표주자로 불린다. 로스트아크는 스마일게이트가 2018년 11월 처음 선보인 다중접속 역할수행 게임(MMORPG)이다. 개발하는데 7년, 투자 금액만 1000억원이었다.

다만 6개월여가 지나면서 인기가 시들해졌는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다시 주목받고 있다.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로스트아크는 5일 기준으로 PC방 게임 6위(점유율 3.35%)에 올랐다. MMORPG에서는 1위다.

로스트아크의 인기 배경에는 게이머들과 ‘적극적 소통’이 있다. 지난해 초 게임 유저와 만나는 ‘루테란 신년 감사제’를 열면서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금강선 게임디렉터는 이 자리에서 복잡한 화폐 단위를 통합하고, 피로감이 높은 항해 콘텐트를 간소화하는 등 36개의 업데이트 방안을 약속했다. 지금까지 31개가 개선됐다.

합리적 과금 체계도 강점으로 꼽힌다. 로스트아크에선 무기를 구매하면 파손 위험이 없다. 꾸준히 게임을 하면 마일리지 쌓이듯 보상이 주어진다. 최근 게임업계 ‘확률 조작 논란’으로 몸살을 앓았지만, 로스트아크는 외려 사용자가 늘었다. 게이머 사이에서는 ‘로아 망명’(로스트아크로 즐기는 게임을 바꾸겠다는 뜻) ‘로아 이민’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게임 유저와 소통…‘커피트럭’ 선물받기도 

회사 관계자는 “2019년부터 게임 플레이의 성공 가능성을 투명하게 공개해왔다”며 “주로 촬영 현장에 팬들이 스타에게 보내는 ‘커피트럭’을 게이머들이 회사로 선물할 만큼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지난해 로스트아크의 매출은 835억원, 영업이익 68억원으로 2019년 대비해 각각 5%, 58% 늘었다.

LG전자 외국인 모델이 48인치 올레드TV를 이용해 게임을 즐기고 있다. 올레드TV와 뛰어난 화질과 사운드가 입소문을 타면서 출시 1년 만에 판매 대수가 4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사진 LG전자]

LG전자 외국인 모델이 48인치 올레드TV를 이용해 게임을 즐기고 있다. 올레드TV와 뛰어난 화질과 사운드가 입소문을 타면서 출시 1년 만에 판매 대수가 4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사진 LG전자]

LG전자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올레드) 48인치는 TV 트렌드를 역주행하는 상품이다. 최근 프리미엄 TV는 대형화·고급화하는 추세다. LG전자는 2013년 55인치 올레드를 내놓은 뒤 65인치(2014년), 77인치(15년), 88인치(19년) 등으로 상품군을 확대해 왔다.

중형 크기인 48인치는 지난해 6월 출시됐다. 그것도 ‘자투리’로 시작했다. 8.5세대(약 5.5㎡) 원판에서 77인치 패널 두 장을 찍어낸 다음 남은 부분을 활용했다. 첫 출시 지역은 유럽·일본 등이었다. 좁은 가옥 구조를 갖는 지역을 우선 공략하겠다는 의도에서다.

그런데 코로나19 여파로 기대 이상의 시장이 열렸다. 재택근무 확대로 ‘세컨드 TV’ 수요가 생겼다. 화질과 사운드가 뛰어나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게임용으로도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8월 국내 첫 예약판매 때는 1분 만에 준비 물량이 매진되는 기록도 세웠다.

이정희 LG전자 HE사업본부 상무는 지난 1분기 실적 발표 때 “40인치대 올레드 TV의 추가 라인업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 광저우공장과 경기도 파주공장에서 40인치대 생산 물량을 늘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옴디아는 48인치 올레드 TV 출하량이 지난해 16만7000대에서 올해 68만3000대, 2024년 100만 대를 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리온이 2018년 재출시한 ‘태양의 맛 썬’은 지난달 누적 판매량 1억 개를 기록했다. 누적 매출은 940억원, 1초에 1개꼴로 팔리는 히트상품이다. [사진 오리온]

오리온이 2018년 재출시한 ‘태양의 맛 썬’은 지난달 누적 판매량 1억 개를 기록했다. 누적 매출은 940억원, 1초에 1개꼴로 팔리는 히트상품이다. [사진 오리온]

“제품력과 소통, 공유 플랫폼 3박자 덕분”

식품업계엔 ‘기획형 역주행’ 상품이 대세다. 오리온 ‘태양의 맛 썬’이 대표적이다. 썬은 2016년 공장 화재로 단종됐다. 이후 소비자들의 재출시 요청에 2018년 생산을 재개했는데, 회사 측은 지난달 누적 판매 1억 개를 넘었다고 밝혔다. 초당 한 개꼴로 팔린 셈이다. 파리바게뜨는 소비자 투표를 거쳐 ‘순수 우유케이크’를 재출시했다. KT&G는 1980~90년대 판매 1위를 기록했던 ‘88’을 업그레이드해 지난달 ‘88 리턴즈’를 내놨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무엇보다 우수한 제품력과 꾸준한 업그레이드, 소비자와 소통, 여기에 유튜브 같은 공유 플랫폼이 시너지를 더해 기존의 가치를 끌어올린 경우”라고 설명했다.

이상재·최현주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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