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자마자 남몰래 심장이 두근…어른이들 좋아하는 장난감 1위

어린이날의 주인공은 아니지만, 장난감을 보면 남몰래 마음이 뛰는 어른들. 아이(Kid)와 어른(Adult)의 합성어인 ‘키덜트(Kidult)’ 족은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직장인 A씨는 “어린 시절 동네 친구들이 모두 하나씩 들고 다닐 만큼 미니카붐이 일었는데 성인이 돼서도 미니카에 대한 애정이 많다”며 “내 손으로 만든 미니카가 코스를 빠르게 완주하고 내 손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의 짜릿함이 너무 좋아 평생 취미로 가져가려 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A씨의 미니카 모습. 사진 번개장터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유년시절의 추억을 되살려 장난감이나 만화 등을 다시 찾는 국내 키덜트 시장 규모는 지난해 1조6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요즘 ‘어른이’들이 좋아하는 장난감은 뭘까.
5일 중고거래 플랫폼인 번개장터가 지난 한 달 검색량과 내용을 분석해보니 25세 이상 이용자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키덜트 품목은 ‘레고’(5만9000건)였다. 레고는 스타워즈·마블·반지의제왕 등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영화와 만화 시리즈 등으로 제품의 장르를 확장해, 아이들보다 어른이 좋아하는 완구로 자리 잡았다.

자료 : 번개장터

레고와 함께 완구계의 양대 산맥인 ‘플레이모빌’은 5만8900건으로 2위에 올랐다. 플레이모빌은 한정판 협업제품 등 수집욕구를 불러일으키기로 유명한데, 특히 올해는 스타벅스와 손을 잡고 8가지 스페셜 에디션을 출시하며 연초부터 큰 인기를 얻기도 했다.

스타벅스와 플레이모빌이 협업한 '스타벅스 버디 세트'중 바리스타 '조이'의 모습. 사진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3위는 배우 선수 김연경이 직접 소감 영상을 남기기도 했던 일본의 배구 만화 ‘하이큐’였다. 이어 유명 인사나 영화·만화의 등장인물을 본떠 만든 물건을 뜻하는 ‘피규어’, 극장가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일본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이 검색어 순위에 올랐다.
이 밖에 남성 이용자들 사이에선 일본 만화·애니메이션 시리즈인 ‘건담’과 ‘원피스’가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었으며, 여성 이용자들은 앙증맞은 토끼 가족인 ‘실바니안’과 곰돌이 ‘보이즈베어’ 등 귀여운 인형 캐릭터를 많이 찾았다.

레고 '10182 Café Corner'(왼쪽)와 '10190 Market Street' 모델. 사진 레고

경제력을 갖춘 키덜트족들은 좋아하는 장난감에 과감히 지갑을 열었다. 지난 4월 번개장터 취미·키덜트 카테고리에서 거래된 품목들을 살펴보니 ‘레고 카페코너와 마켓 스트리트’세트가 330만원대에 거래됐다. 두 모델들은 건축물로 구성된 ‘크리에이터 엑스퍼트’시리즈로 레고 팬들 사이에서 소장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김용겸·최예림 작가가 제작한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 헤드피규어는 258만원대에 거래됐으며 추억의 인기 만화 ‘드래곤볼Z’ 피규어 시리즈인 월드콜렉터블 세트와 프랑스 리옹역을 구현한 해외 레고 창작품도 250만원대에 새주인을 찾았다. 카카오 프렌즈와 베어브릭이 협업한 ‘라이언 베어브릭 1000%’ 또한 200만원 초반대로 ‘비싼 장난감’ 대열에 올랐다.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 피규어(왼쪽)와 카카오프렌즈 '라이언 베어브릭 1000%' 모습. 사진 번개장터

번개장터 관계자는 “취향과 개성을 중요시하는 20~40대들이 많아지면서 매월 약 5만여 건의 취미·키덜트 물품이 거래되고 있다”며 “이제는 굳이 키덜트라고 구분하지 않더라도 장남감·피규어·게임을 소비하고 ‘덕질’하는 어른들의 모습이 자연스러운 트렌드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