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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빔 맞는다"…허위 상장 알트코인 난립에 투자 피해 속출

중앙일보

입력

암호화폐 광풍이 불면서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암호화폐)에 투자를 유도한 뒤 잠적하는 등의 사기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특정 암호화폐가 거래소 상장 예정이라고 속이거나, 거래소 직원을 사칭해 돈을 뜯어내는 수법이다. 연합뉴스

암호화폐 광풍이 불면서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암호화폐)에 투자를 유도한 뒤 잠적하는 등의 사기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특정 암호화폐가 거래소 상장 예정이라고 속이거나, 거래소 직원을 사칭해 돈을 뜯어내는 수법이다. 연합뉴스

암호화폐 광풍이 불면서 특정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암호화폐)의 투자금을 끌어모은 뒤 잠적하는 등 사기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온라인상에서 암호화폐 개발업체를 사칭한 뒤 “거래소 상장 후 가격이 뛸 것”이라며 투자를 유도하는 수법이다. 통상 암호화폐 상장 심사가 비공개로 진행된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4월까지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측에 접수된 암호화폐 상장 관련 사기 제보는 총 61건에 달한다. 이 중 거짓 상장 제보로 투자를 유인한 뒤 연락 두절된 사례가 80%를 차지했다.

알트코인 투자 관련 사기는 주로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등 메신저에서 발생한다. 암호화폐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단체 채팅방에서 개발업체를 사칭한 뒤 투자자를 모집하는 사례가 많다. 이들은 특정 알트코인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면서 “대형 거래소에 상장할 예정”이라고 홍보한다. 이렇게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끌어모은 뒤 잠적하는 것이다.

통상 암호화폐가 거래소에 상장하려면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거래소마다 절차가 다르지만, '상장 신청→거래소 내부 심의위원회의 검증→최종 상장'의 순서를 밟는 게 일반적이다. 최종 상장까지는 짧게는 3주, 길게는 1년이 걸린다. 검증 단계가 많기 때문에 실제로 대형 거래소에 상장하는 알트코인의 개수는 신청 규모에 비해 많지 않다는 게 암호화폐 거래소 측의 설명이다.

빗썸 관계자는 “(암호화폐의) 상장 시의성, 시장성, 검증소요시간, 자료 제출 여부 등 여러 사유로 인해 상장까지 걸리는 시간은 다르다”며 “기본적인 (상장) 요건에도 부합하지 못하는 신청 건도 많아 실질적으로 최종상장 결정이 이뤄지는 프로젝트는 소수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대형 거래소에 상장하는 알트코인의 수는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4대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에 신규 상장된 암호화폐는 2018년 116개에서 지난해 230개로 꾸준히 증가했다.

문제는 대부분의 거래소가 알트코인의 상장 신청 여부를 포함해 심사 진행 상황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상장을 신청한 알트코인이 또 다른 거래소에 이미 상장돼 매매가 이뤄지고 있으면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통상 상장이 확정됐을 경우에만 홈페이지를 통해 최종 공시한다. 그 전까지는 알트코인의 상장 신청 여부나 상장 심사 진행 상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이를 악용해 “특정 거래소 상장이 확실하다”고 홍보해도 투자자가 확인할 방법이 없다.

업비트 관계자는 “(상장을 신청한) 업체 측에서 상장 신청만 한 뒤 상장이 확정되기 전에 이를 외부에 발설할 수 있지만, 업비트에 관련 공지사항에 없다면 상장이 확정된 것이 아니다”며 “오프라인이나 이메일, 오픈채팅방, SNS에서 상장 전 암호화폐 투자를 권유받았다면 사기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만큼 투자자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위험에도 불구하고 상장 전 알트코인은 암호화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핫한 종목으로 통한다. 상장 후 가격이 급등을 노릴 수 있어서다. 일례로 지난달 20일 빗썸에 상장된 암호화폐 ‘아로와나토큰’은 30분 만에 가격이 50원에서 5만3800원으로 1075배 뛰었다. 암호화폐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이를 두고 암호화폐 가격이 광선처럼 올라간다고 빗대 ‘상장 빔(beamㆍ광선)’을 맞는다고 표현한다.

상장 전 암호화폐 투자와 관련한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서 관련 제도 제정 논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현재 증권 거래소에 등 기존 금융 산업에 도입한 소비자 보호 정책 중 암호화폐 시장에도 도입이 가능한 안전장치가 존재한다”며 “금융 당국이 암호화폐 관련 제도를 만들 수 있도록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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