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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감염병병원, 국가 아닌 민간 지원으로 건립 부끄럽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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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고 이건희 삼성 회장 유가족과 서울대학교병원의 ‘소아암·희귀질환 환아 지원사업’ 기부약정식이 3일 서울대어린이병원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이인용 삼성전자 CR담당 사장, 성인희 삼성 사회공헌업무총괄 사장, 김연수 서울대병원장, 김한석 서울대어린이병원장. [사진 삼성전자]

고 이건희 삼성 회장 유가족과 서울대학교병원의 ‘소아암·희귀질환 환아 지원사업’ 기부약정식이 3일 서울대어린이병원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이인용 삼성전자 CR담당 사장, 성인희 삼성 사회공헌업무총괄 사장, 김연수 서울대병원장, 김한석 서울대어린이병원장. [사진 삼성전자]

“국립중앙의료원은 1958년 스웨덴·노르웨이·덴마크 3국의 기부로 건립됐다. 이후 60여 년이 지나 세계 10위의 경제 규모로 커진 대한민국의 중앙감염병병원이 국가가 아닌 민간 기업의 지원으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게 부끄럽다.”

정기현 중앙의료원장, 삼성에 감사 #“정부, 공중보건의료에 투자 안 해” #삼성, 서울대병원과도 기부 약정식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NMC) 원장이 3일 오전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기부금 7000억원에 대해 이 같은 소회를 밝혔다. 앞서 이건희 회장 유족은 감염병 위기 대응 시스템 구축을 위해 국립중앙의료원에 7000억원을 기부했다. 이 중 5000억원은 중앙감염병전문병원 건립에 활용된다. 나머지 2000억원은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 건립과 설비 구축, 감염병 백신 및 치료제 개발 연구 지원 등에 쓰일 예정이다. 정 원장은 삼성가의 기부에 대해 감사를 전하면서도 그동안 정부가 공중보건의료 체계를 구축하는 데 투자와 지원 노력을 하지 않았다며 쓴소리를 이어갔다.

정 원장은 “감염병 위기는 한 사람만 안전하다고, 전담병원 몇몇이 대응한다고 이겨낼 수 있는 위기가 아니다. 한 사람의 감염이 온 국민의 삶, 나라 경제 전체를 뒤흔들 수 있다”며 “이제는 국격에 걸맞은 위기 대응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의료 대응은 리더십 없이 작동되지 않는다. 국가 감염병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연구 인프라를 확충하는 건 그런 리더십을 세우고 체계를 만드는 길”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건희 회장 유가족은 이날 소아암·희귀질환을 앓는 어린이 환자 치료에 3000억원을 지원한다는 내용으로 서울대어린이병원과 기부 약정식을 했다. 서울대병원은 삼성 일가가 기부한 재원을 바탕으로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환아 지원사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부 약정식에는 김연수 서울대병원장과 김한석 서울대어린이병원장, 성인희 삼성 사회공헌총괄 사장, 이인용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이 참석했다. 유가족을 대신해 행사에 참여한 성인희 사장은 “어린이 환자를 한 명, 두 명 살려낼 수 있다면 100억원, 1000억원이 아깝지 않다는 고 이건희 회장의 철학이 유가족이 가진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이나 사회도, 경제와 경영도 모두 사람에서 시작하고 모든 일의 중심에 사람이 있다는 ‘인본주의’가 고 이 회장이 품었던 경영철학의 근본”이라고 덧붙였다.

최현주·이우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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