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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인도 빈민촌 아이들이 꽃을 든 까닭은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허호의 꿈을 찍는 사진관(39)

2006년 인도 빈민촌 아이들. [사진 허호]

2006년 인도 빈민촌 아이들. [사진 허호]

우리가 컴패션 어린이센터를 방문하러 가면, 동네 입구에서부터 마을 잔치가 벌어지는 때도 있습니다. 어린이센터 입구에서 어린이들이 환영해 주기도 하고 각양각색의 환영이 이루어집니다. 우리는 굉장히 멀리에서 온 손님이고, 또 현지 어린이나 직원들 입장에서 외지인을 처음 봐서 그런지 반가운 사람인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사실 후원자는 어린이를 만난다는 그것 하나만으로 그 먼 나라까지 가는 입장이지, 그 밖에 무엇을 더 기대하겠습니까. 특히 그 나라 형편을 생각해 크게 기대하는 게 없기 마련입니다. 그럼에도 어린이들이 정말 순수하게 반기고 기뻐하는 모습은 우리를 들뜨게 하고 기쁘게 합니다.

정말 많은 곳에서, 환영의 의미로 꽃을 사용합니다. 꽃목걸이를 걸어준다든지, 꽃잎을 던져준다든지 꽃을 들고 우리를 맞이해 준다든지 하는 식이지요. 우리나라에서도 졸업식이라든지 특별한 이벤트가 있을 때 가장 화려한 세레모니는 꽃비를 내려준다든지 화환을 만들어주는 것이지 않습니까.

꽃을 싫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언어, 생활 풍습이 다르고 생활환경이 다르다 하더라도 꽃은 만국 공통어인 것 같습니다. 아이들의 꽃은 우리의 만남을 순수하게 맞이하고 말은 통하지 않더라도 서로 마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 하나의 언어로 저희에게 와 닿았습니다. 꽃을 통한 환영은 항상 기대가 어긋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우리에게도 그렇지만 생화는 그들 나라에서는 실제로 값이 비쌉니다. 생화로 우리를 환영해 준다는 것은 그만큼의 가치를 담아 우리를 존중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기에 결코 이들의 보여주는 마음이 가볍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은 컴패션이 철수했지만 2006년 당시 인도는 컴패션 수혜국 중 후원 어린이 규모가 꽤 컸던 나라였습니다. 그중 동인도에 있는 컴패션 어린이센터 한 곳을 방문했는데,  화려한 민속 의상을 입은 남자 어린이들이 알록달록한 꽃을 들고 우리를 환영해 주었습니다. 사명감을 띤 듯한 엄숙하고 진지한 소년도 있고, 보통 그 나잇대 남자아이처럼 장난꾸러기도 있었습니다. 그중 인상을 쓰는 별난 표정도 있는 것이 너무 귀여워 사진을 찍게 되었습니다. 나란히 서 있는 한 곳에서 꽃을 들고 있는 가지각색의 표정을 한 번에 볼 수 있었던 것이 사진가로서의 관심을 끌었던 것이지요. 별난 아이 한 명만 따로 찍으면 오히려 이 상황을 잘 표현하지 못 하는 것 같아 같이 죽 서 있는 모습을 찍은 거죠. 그것을 찍고 나니까 꼬마 아이들이 보여주는 느낌이 재미있습니다.

2006년, 동인도에 위치한 컴패션어린이센터에서 있었던 환영식.

2006년, 동인도에 위치한 컴패션어린이센터에서 있었던 환영식.

동인도에서 만난 또 다른 환영식은 우리에게 전통춤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컴패션에서 어린이들은 많은 학습 프로그램에 참여하는데, 그중 춤이나 악기를 배우는 것도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특별한 손님을 맞이할 때를 위해 배웠던 민속춤을 보여주었습니다. 그중 한 여자아이가 민속춤을 추는데 다른 누구보다도 진지한 태도로 임하는데 눈빛이 정말 좋았습니다. 사진가로서 포커싱을 할 수밖에 없었죠.

꽃 자체가 아름답기 때문에 장식성의 의미가 있기도 하지만 꽃은 여러 가지 상황에서 다양한 메시지를 가집니다. 결혼식에서 신부의 부케와 신랑의 부토니에가 다르고, 장례식장에서 화환의 의미가 다릅니다. 어떤 상황에서는 사랑을 전하는 매개이기도 하고, 어떤 상황에서는 기쁨을 전하는 매개이지요. 이러한 다양한 메타포가 있기 때문에 꽃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어린이센터에서는 어린이들이 색종이에 꽃 그림을 그려서 오려서 조막만 한 손으로 꽃다발을 만들거나, 색종이로 꽃잎과 꽃술을 만들어 가져옵니다. 나름대로 마음을 다해 만든 것을 우리한테 주는 아이들이 정말 마음을 울립니다. 완성도가 높은 그런 것이 아닐지라도, 아이들이 저마다의 표정으로 기대하며 기다리며 재미있어 하는 것을 매번 보면서 그냥 웰컴이 아니고, 진정성이 있는 웰컴인 것을 느끼는 거지요.

2007년에 만난 인도네시아의 컴패션 어린이.

2007년에 만난 인도네시아의 컴패션 어린이.

이럴 때의 꽃은 정말 세계 공통언어인 것 같습니다. 꽃은 또 다른 관점에서 보면 소중하고 곧 사라질지 모르는 한정된 의미를 갖고 있기도 하지요. 보호하고 조심해서 다뤄야 하는 무엇 말입니다. 컴패션에서 아이들을 꽃으로 치환해 ‘어린이 꽃이 피었습니다’는 캠페인을 봄마다 합니다. 그게 굉장히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지요. 단순한 비유가 아니고, 어린이들을 꽃으로 표현할 만큼 아름답고 소중하게 대해야 한다는 거죠. 생활 속에서 꽃을 보고 즐기고 가꾸고 기뻐할 때 말 없는 그 식물이 생명인 것처럼, 어린이들도 그렇게 보살펴야 하는 한 생명으로 관심을 가진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요.

사진작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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