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허호의 꿈을 찍는 사진관 (37)
![2016년, 태국 북부 지역과 맞닿은 미얀마 국경을 넘었다. 옆 동네 마실 가듯 작은 오토바이 뒤에 타고 국경 근처 밀림 속에 자리한 소수민족인 샨 족의 마을을 방문했다. [사진 허호]](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4/05/ead274c3-b9e4-4bc0-aca8-5777322312a3.jpg)
2016년, 태국 북부 지역과 맞닿은 미얀마 국경을 넘었다. 옆 동네 마실 가듯 작은 오토바이 뒤에 타고 국경 근처 밀림 속에 자리한 소수민족인 샨 족의 마을을 방문했다. [사진 허호]
2016년 컴패션과 함께 태국 치앙마이에서도 북쪽으로 사진을 찍으러 갔다가 안내인에게 바로 고개 너머가 미얀마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미얀마를 방문한 적이 없던지라 이것저것 물어보며 관심을 보였더니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가보고 싶다고 안내를 부탁하니, 그들이 가져온 건 작은 오토바이였습니다. 오토바이 뒤에 매달려 산길로 10분쯤 달렸을까요, 작은 관문소 같은 데를 만났습니다. 그곳이 국경이었습니다. 국경을 지키는 듯한 군인에게 주민이 손 한 번 흔들어 주면 통과였습니다. 출입국심사도 없이 지역 주민이 손 한 번 흔드는 것으로 미얀마에 입국할 수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수년이 흐른 2021년 지금, 얼마 전 군부가 쿠데타로 미얀마 정권을 잡고 시위대에게 무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군부의 탄압 속에 있었던 소수 민족은 어떤 상황일지 슬픈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군부에게 쫓겨간 샨 부족으로 구성된 마을은 학교와 병원도 있는, 꽤 큰 마을이었다.
우리가 들어간 국경 쪽 밀림은 미얀마의 소수 민족 샨 족이 거주하고 있던 곳이었습니다. 군부에 의해 쫓겨난 샨 족이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들의 말을 들어보니, 이들은 군부의 학대에 자신을 지키기 위해 자치 조직을 만들었고 군부에는 반군으로 치부되고 있었습니다. 사람 사는 곳이 다 그렇듯 학교도 있고, 병원도 있었습니다. 잠깐 본 마을은 평화로워 보였고 태국 쪽에서 보았던 소수 민족의 삶과 달라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안내인이 병원을 보여주자 이들이 싸우다 피난 온 사람들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병원은 마을에서도 꽤 큰 건물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군부와의 싸움에 꼭 필요한 병원 시설. 이 마을에선 질병과의 싸움, 임신과 출산이 일상사다. 그래서 열악한 시설이 더욱 마음에 걸렸다. 이들의 위태로운 일상을 더 상징하는 것 같다.
자치를 위해 조직된 군인지라, 정식 병원은 아니었습니다. 당연하게도 의료시설을 허가받을 수 없었을 테니까요. 국경을 넘어 태국에서 의료 혜택을 받을 수도 없었고요. 싸움도 싸움이지만, 살면서 아프기도 하고 애도 낳아야 했겠지요. 그런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만든 병원이었습니다. 약도 부족하고 시설도 부족한 속에서 산부인과 시설 비슷한 방도 있었습니다.

의사가 없는 병원에 의사 역할을 하는 사람이 사는 방. 약이라고는 캐비닛 안에 약병이 좀 있고, 나머지는 이 방의 약이 병원의 거의 모든 약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가정에서 나무뿌리 같은 것을 잘라 약으로 먹고 있었다.
의사가 안 보였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의사 가운을 입은 사람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병원이라고는 하지만 우리 눈에는 그냥 버티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약 역시 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약품 정도로 보였습니다. 캐비닛을 열어 보니 가정상비약 수준의 약밖에 없었습니다.

산부인과 시설. 병원에까지 올 정도면, 산모나 태아의 생명이 위급하다는 것일 텐데, 시설은 더 열악해 보였다.
그런데 출혈이 생기거나 하면 산모는 목숨을 걸고 아기를 낳아야 합니다. 이런 곳에서는 출혈로 죽는 확률이 높다고 했습니다. 안내인이 위급한 상황에서도 이곳에서 아기를 낳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이날은 소녀들의 훈련이 있는 날이었다. 중학생 나이의 앳된 소녀들.
안내인이 데려간 또 다른 곳은 군복을 입은 소녀들이 훈련하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우리나라 나이로 열셋 정도의 앳된 소녀들이었습니다. 낯선 사람에 대해 굉장한 호기심과 수줍음을 간직한 천진난만한 표정과 군복이 정말 대조적이었습니다. 소녀들이 자기를 지킬 힘은 갖고 싶다고 똘망똘망하게 눈을 빛내며 전해 주었습니다. 그 뒤로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요즘의 상황을 볼 때마다 아이와 그곳 사람들이 잘 있을지 몰라 걱정되고 마음이 무겁습니다.
사진작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