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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 교수 1명, 채점은 3명…해양대 4년째 '이상한 편입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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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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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 편입학 시험에서 구술·면접 점수를 조작한 교수 3명이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해당 교수들은 3명의 면접위원이 직접 채점하게 돼 있는 전형 절차를 따르지 않고 1명의 위원만 면접을 진행한 뒤 3명이 면접을 본 것처럼 점수를 기재하는 ‘1인 3역’의 방식으로 면접 전형을 진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허위공문서작성·허위작성공문서행사·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교수 A씨에게 벌금 1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혼자 면접 보고 3명이 채점한 것처럼 기재

법원에서 인정된 사실관계에 따르면 한국해양대학교의 편입학 전형은 이전 대학 성적과 공인영어성적, 면접·구술고사 성적으로 구성된다. 면접·구술전형은 학과별로 소속 교수 3인으로 구성된 면접위원들이 직접 지원자들을 면접한 뒤 위원별 점수와 3명의 평균점수를 기재한 채점표를 작성해 대학본부에 제출하게 돼 있다.

그런데 이 대학 교수 A씨는 2014학년도 편입학 구술면접고사에서 B교수와 C교수가 참석하지 않았는데도 마치 이들이 직접 면접을 보고 지원자에게 점수를 준 것처럼 채점표를 작성하도록 조교에게 지시했다. 이런 ‘1인 3역’ 면접 조작은 2014년부터 2018년도 편입학 입시 때까지 매년 B교수와 C교수 등 면접 참석자만 바뀐 채 이어졌다.

면접에 불참한 한 교수는 재판에서 “전형 당시 구두로 순위를 논의한 뒤 면접 참석 교수 및 조교에게 결과를 위임한 것이어서 허위공문서작성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법원은 이에 대해 “채점표에는 면접위원이 지원자에게 직접 부여한 결과가 기재돼야 하고 이는 그 성질상 위임이 불가능하다”라고 그 주장을 배척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지원자들의 최종 합격 순위를 정한 후 그 순위에 맞게 지원자별 면접·구술 평가 점수를 부여하라는 지시를 했고, 이는 총점의 60%에 달하는 다른 전형 점수를 무시하고 면접·구술고사 순위만으로 합격자가 결정되게 점수를 조작하라는 취지”라며 정당한 위임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1심 법원은 가담 정도 등을 고려해 A, B 교수에게 벌금 1000만원을, C교수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은 A교수와 B교수의 죄질이 가볍지 않다며 벌금을 1500만원으로 올렸다.

돈도 청탁도 없었는데…왜?

항소심은 이들의 양형 이유를 설명하며 “금전적인 이득이나 특정 지원자를 합격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누군가를 합격시키거나 떨어뜨릴 목적, 혹은 그 대가로 금품을 받고 한 일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4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이런 범행을 저질러온 걸까.

1·2·3심 판결문에는 이들의 범행 동기나 이유에 대한 직접적인 설명은 담겨있지 않다. 다만 당시 재판 과정에 참여해 사건 사정에 밝은 한 변호인은 ‘관례’라는 말로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문제가 된 시험은 정식 입학시험이 아닌 편입학시험이었고, 방학 기간에 면접이 치러지는 등의 이유로 면접위원 3명 중 1명만 직접 나와 면접을 보는 것이 당시 관례처럼 이뤄졌다고 한다. 변호인은 “편입학 전형에 대해 피고인들이 비교적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교수들의 이런 '관례'는 이를 이상하게 여긴 다른 교수가 문제를 제기하며 수사로 이어졌다. 대학 측은 사건이 불거진 이후 해당 교수들에게 징계 처분을 하고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편입학 전형 절차를 변경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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