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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타인 30년' 105만→50만원 낮춘 덕에…김한정 살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원심은 이 사건 양주 가격을 과도히 높게 산정했다”

28일 서울고법 형사 6-1부(김용하·정총령·조은해 부장판사)가 지역구민에게 양주를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향해 한 말이다. 재판부의 이같은 판단에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던 김 의원은 항소심에서 기사회생했다.

'양주 접대' 1심 당선무효→항소심 벌금 90만원

선거구민들에게 양주를 제공한 혐의로 1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받은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8일 서울고법에서 항소심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선거구민들에게 양주를 제공한 혐의로 1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받은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8일 서울고법에서 항소심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의원은 지난해 4·15 총선을 앞두고 2019년 10월 선거구인 경기도 남양주시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 운영진 4명과 식사하며 발렌타인 30년산 양주를 제공한 혐의(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로 지난해 10월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재판부는 김 의원에게 벌금 1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벌금 90만원을 선고했다. 공직선거법상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받으면 의원직을 잃는다. 김 의원의 경우 10만원 차이로 당선무효형을 피했다. 1심과 2심의 차이는 어디서 비롯된 걸까.

‘발렌타인 30년산’ 가격, 결정적 역할 

‘발렌타인 30년산 양주 가격’의 역할이 컸다. 1심은 양주 한 병 가격을 백화점 판매가인 105만원으로 보고 김 의원이 전체 동석자 6명 중 선거구민 4명(66.7%)에게 70만원 상당의 양주를 제공했다고 봤다. 이를 두고 김 의원 측은 항소심에서 “원심이 양주값을 가장 비싼 백화점 기준가로 산정해 과도한 형을 선고했다”고 주장해왔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 의원 측 주장을 받아들여 “백화점 주류 가격은 고액에 속하고 이 양주가 일반적 주류매장에선 약 50만원 정도에 판매된다”며 “양주를 백화점에서 샀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도 없어 피고인의 항소에는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김 의원이 전체 50만원 중 33만원 상당의 양주를 제공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회식 이미지. 기사와 직접 연관 없음 [pixabay]

회식 이미지. 기사와 직접 연관 없음 [pixabay]

다만 “절반 정도 먹다 남은 양주를 제공해 양주 시가의 절반 이하 금액이 제공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김 의원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양주는 나무상자 케이스에 담겨 반입된 것으로 보이는데 통상적 경우에 비춰 보면 개봉하고 상당히 소비된 주류를 나무상자 케이스에 넣어 보관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동기가 충분한 선거구민들에게 절반 이상 마신 상태의 양주를 개봉하지 않은 것처럼 나무상자 케이스에 담아오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法 “죄책이 가볍지 않다” 

2심은 김 의원의 범행이 가볍지 않다는 점도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기부행위는 피고인이 출마 예정이던 더불어민주당 당내 경선에서 투표권이 있거나 지역 유권자들의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선거구민들을 상대로 한 것”이라며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했다. 김 의원이 2016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50만원을 선고받은 적이 있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기부 물품의 가액인 약 33만원이 매우 크다고 보기 어렵고 식사 대금은 참석자들이 각자 지불해 경제적 이익이 제공되지 않았다”며 “피고인이 양주 등 기부행위를 하려고 선거구민들과 자리를 만들었다거나 계획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범행이 당내 경선이나 국회의원 선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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