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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스포츠댄스·서예…아직 배울 게 많아 100살도 안 됐잖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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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93세에 하루 1만8000보 ‘김안과’ 김희수 건양대 설립자

나비넥타이는 김희수 건양대 설립자의 트레이드 마크다. 의료업은 서비스업이라는 철학을 반영하며 긴 넥타이 착용시의 감염 위험도 고려한 결과물이다. 전수진 기자

나비넥타이는 김희수 건양대 설립자의 트레이드 마크다. 의료업은 서비스업이라는 철학을 반영하며 긴 넥타이 착용시의 감염 위험도 고려한 결과물이다. 전수진 기자

화요일은 요가·스포츠댄스, 수요일은 골프 18홀, 목요일은 서예에 금요일은 요가·컴퓨터. 구순을 훌쩍 넘긴 김희수(93) 건양대 설립자가 업무를 제외한 여유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다. 하루 기본 1만8000보 걷기도 거뜬히 해낸다. 골프를 칠 때도 18홀을 카트 없이 직접 걸어 다닐 정도.

“의사는 돈 아닌 환자에 봉사” 철학 #코로나 속 건양대병원 제2 개원 #오늘 부부가 직접 장구 축하공연

지난달 29일 대전시 건양대에서 만난 그에게 “힘들지 않으시냐”고 물었더니 호쾌한 웃음과 함께 이런 답이 돌아왔다. “백 살도 안 됐는데, 난 아직 젊은걸요. 아직도 배우고 싶은 게 잔뜩입니다. 가만히만 앉아서 죽는 날만 기다리기엔 너무 젊은걸.”

그의 개인사는 곧 한국 안과의 역사이기도 하다. 그가 영등포에 1962년 개원한 김안과는 한때 ‘아시아 최대 규모의 안과 병원’으로 불린 적이 있을 정도다. 성공 후 귀향해 교육법인을 세웠고, 2000년 5월3일엔 건양대 병원을 세워 지역 봉사의 길을 개척했다. 건양대 병원 개원으로부터 꼭 21년이 지난 이달 3일엔 병원을 추가로 지어 ‘제2의 개원’을 한다. 개원식의 하이라이트는 설립자 부부가 직접 선보이는 장구 축하 공연. 이 때문에 그는 매일 학교 바로 뒤 자택에서 장구 연습에 여념이 없다.

각종 일정이 빼곡한 김 설립자의 수첩. [사진 건양대병원]

각종 일정이 빼곡한 김 설립자의 수첩. [사진 건양대병원]

자택과 직장 거리의 최소화는 그의 오랜 지론이다. 영등포 김안과 시절엔 아예 병원 위층에 살았다. ‘직주 근접’으로 생활의 편리성을 높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365일 24시간 환자를 진료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그는 “의료업은 서비스업”이라며 “아픈 환자를 고객으로 모시기 위해선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딸을 시집보내면서 함을 받은 장소도 영등포 병원 집이었을 정도다. 요즘 말로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의 대척점에 서 있는 셈이다.

이런 그의 철학은 어린 시절 ‘롤모델’인 큰 형에게 물려받았다. 1928년 충남 논산 작은 마을에서 막내로 태어난 그는 독학으로 의사가 된 큰형이 왕진 가방을 들고 다녔던 모습을 동경했다고 한다. 그의 큰형은 새벽에도 환자가 위급하다는 연락이 오면 항상 자전거를 타고 나갔고, 어스름에 자전거가 고장 나 논두렁으로 빠진 경우도 허다했다. 그는 그런 형으로부터 “의사는 돈이 아니라 환자를 위해 봉사해야 한다”는 철학을 배웠다고 한다.

운도 따랐다.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세브란스 병원에서 근무하던 1956년 미국 일리노이주(州) 병원에서 인턴으로 일할 기회가 주어졌다. 해외여행은커녕, 연간 미국 비자 발급 신청 허가 인원이 20여명으로 제한됐던 때다. 갓 태어난 딸이 눈에 밟혔지만, 그는 미군 수송선에 몸을 실었다. 꼬박 보름간 망망대해를 항해한 뒤 당도한 일리노이에서, 그는 이발 값도 아껴가며 안과의로 거듭났다. 의료가 곧 서비스업이라는 사실 역시 다시금 체감했다. 귀국 후 영등포에 개원한 뒤 직접 전신주에 홍보 전단을 붙이러 다녔던 까닭이다.

그는 “미국에서 보니 결국 모든 건 홍보이고 브랜드였다”며 “병원을 적극 알리고 홍보하는 데 앞장서야겠다고 다짐하고 전단을 붙이러 다녔더니, 한전(한국전력)에서 전화가 와서 ‘이렇게 많이 붙일 거면 사용료를 내라’고 하더라”고 회고했다. 그래서 이번에 개원한 병원의 주인공도 의사가 아니다. 환자 중심으로 동선을 짜서 불필요하게 이 과에서 저 과로 옮겨야 하는 불편을 최소화하는 걸 최우선 순위에 뒀다고 한다.

그에게 짓궂은 질문을 던졌다. “김안과로 벌어들인 돈으로 교육사업이 아니라 다른 일을 했으면 더 큰 자산가가 됐을 수 있었지 않았겠냐”고. 그는 특유의 소탈한 말투로 “아이고 당연히 리조트 같은 거 했으면 큰돈 벌었겠지요”라며 껄껄 웃다가도 이내 정색하고 이렇게 말했다. “우리 죽을 땐 다 빈손으로 갑니다. ‘의술’이 ‘돈술’이 되면 어찌합니까. 돈이 아니라 인간이 먼저죠. 사람을 위해선 교육이 제일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그런 그에게 ‘제2의 개원’의 의미는 새롭다.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의 악몽에 시달리고 있는 와중이라 더욱 그렇다. 그는 코로나19에 대해 “코로나19가 끝난다고 해도 방심해선 안 된다. 앞으로 또 어떤 팬데믹이 인류를 덮칠지 모르니 이번 위기를 기회로 방역의 생활화를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희수 설립자의 건강 꿀팁 5계명

김안과병원 김희수 이사장 겸 건양대 총장.

김안과병원 김희수 이사장 겸 건양대 총장.

■  매일 아침, 일과를 스트레칭으로 시작한다

■  스트레칭 후, 허리를 구부려 머리를 최대한 발끝에 가깝게 하고 100까지 센다

■  평지는 되도록 걷는다. 관절에 최대한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한다

■  새로운 것을 계속 배우며 마음을 젊게 유지한다

■ 많이 웃는다

※각자의 건강 상태에 맞게 하면 됩니다.

대전=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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