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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가족장·1일장·온라인 영결식…간소화하는 日장례문화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이형종의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배운다(69)

장례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일본에서는 전통 불교식에서 무종교까지 장례 스타일이 다양해지고, 장례를 치르지 않는 사람도 늘었다. [사진 pixabay]

장례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일본에서는 전통 불교식에서 무종교까지 장례 스타일이 다양해지고, 장례를 치르지 않는 사람도 늘었다. [사진 pixabay]

2016년 일본의 관혼상제종합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장례건수는 20% 이상 증가하지만, 장례비용 단가는 11.7%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령화 여파로 장례식장 참석자가 많이 감소하면서 음식 접대비와 장례비용도 크게 떨어질 것이란 이야기다.

전체 장례시장의 규모는 8.5% 정도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핵가족화, 사망자의 고령화, 지역 커뮤니티의 붕괴로 가족장과 직장(直葬. 영결식 없이 화장과 유골만 처리하는 장례)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으로 장례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변하면서 장례가 간소화되고, 장례비용의 단가도 떨어질 것이기 때문에 장례업자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5년 전 관혼상제종합연구소의 전망은 그대로 현실화하고 있다.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사망자 수는 매년 늘어나고 있지만, 장례비 규모가 축소되고 장례사업자 간 가격 경쟁이 치열하다. 2018년 장례시장 규모 1조8231억엔으로 전년 대비 101% 수준이다. 사망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장례식의 간소화에 따른 장례비용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시장이 정체 상태다. 장례식 형태는 일반장 외에 가족장, 수목장, 직장, 산골(화장한 유골을 바다와 산에 뿌리는 장례)까지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 가격이 싼 가족장과 직장의 수요가 커지고 있다.

최근 코로나 감염증도 장례업계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코로나로 사망한 사람의 장례를 사퇴하는 사업자도 늘어나고 있다. 감염예방을 위해 화장만 하는 장례도 늘어나고 있다. 호텔에서 1000명 이상이 모이는 대규모 회사장과 이별회도 대부분 중지되었다. 이러한 요인으로 답례품과 장례용품, 음식대접의 수요도 크게 떨어져 매출이 대폭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장례건수는 늘어나고 있지만, 장례 건당 단가는 하락하는 추세다. 2020년 초 코로나의 영향도 없지 않지만, 장례업계는 코로나 전부터 시장 규모의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

치열한 가격경쟁도 한 요인이다. 고령화에 따라 장례업계는 성장산업으로 인식되다 보니 경쟁 환경이 그만큼 치열해졌다. 기존 장례업자는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대하였고, 다른 업종에서 새로 진입하는 사업자도 늘어났다. 인터넷 장례 중개 업자도 등장하는 등 가격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영세업자가 대폭 늘어났다. 일본에 장례업자는 8000개 이상이고, 그중 5000개 이상이 종업원 10명 미만의 영세업자다. 시장규모가 커지지 않는 상황에서 대형업체가 영세업체를 흡수하는 사례가 생겨났다. 앞으로 장례업체의 합병과 인수 등 시장 재편이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의 장례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있다. 상주의 고령화, 독신 고령자 증가, 핵가족화 등으로 가족장과 직장이라는 간소한 장례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대폭 늘어나고 있다. 현재 전통적인 불교식에서 무종교까지 장례 스타일이 다양해지고, 장례를 치른다는 상식도 무너지고 있다. 도쿄에서는 장례를 치르지 않는 사람이 약 30%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고령화가 있다.

자신의 장례를 가족장으로 치르기를 희망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장례식장을 찾는 사람도 고령화해 결국 가족장이 대세가 됐다. 장례 관련 자료를 보면, 현재 사망하는 여성의 약 40%는 90세 이상이고, 장례식장을 방문하는 조문객은 20년 동안 4분의 1 정도로 감소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는 약 40명 정도 참여하는 장례식이 많았지만, 현재 10~20명 정도만 참여한다. 조문객이 적은 장례식이 늘어나 식사와 답례품 수요가 감소해 당연히 장례 업체의 매출은 크게 떨어졌다.

장례식의 소규모화는 이전부터 시작되었다. 코로나 사태가 변화속도를 빨라지게 했다. 친족만 참여하는 가족장과 1일장 등 소규모 장례를 선택하는 비율이 이전부터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어도 이전으로 되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사람이 많다.

최근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고객을 확보하고, 그 고객을 장례업자에게 소개하는 장례 중개업자가 늘어나고 있다. 장례 중개업자는 낭비요소를 없애 투명하고 낮은 가격의 장례 패키지 상품을 만들고, 미리 설정된 가격으로 장례를 치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도시에서 이런 장례상품을 활용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장례비가 감소하고 있다. 유족도 장례비용이 많이 들지 않길 바라기 때문에 가족장과 1일장이 증가하고 있다. 장례비 가격하락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장례 시장은 앞으로 성장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 많은 장례업체는 여전히 장례 한 건당 매출을 높이면서 작은 건수로 수익을 내는 기존의 영업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시대가 변해 장례식에 참석하는 사람이 줄고, 소비자도 간소한 장례식을 원하거나 장례식 자체를 부정하는 추세를 따라잡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고령화라는 시대의 흐름과 소비자 니즈 변화에 맞춰 온라인 장례식과 소규모의 장례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등장하고 있다. 장례업체 ‘공익사’는 장례식에 참여할 수 없는 사람이 온라인으로 장례모습을 볼 수 있는 온라인 장례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DIY(自葬.자장)플랜’을 제공하고 있다. 자장 플랜이란 장례업체나 종교기관을 이용하지 않고, 스스로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장례 물품을 세트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유니퀘스트'는 1000개 이상의 장례회사와 제휴하고 인터넷을 통해 고객을 모집하고 ‘작은 장례식’ 서비스를 제공한다. 작은 장례식은 전국적으로 비용이 똑같고, 세트플랜으로 저렴하게 장례를 치를 수 있게 한다. 인터넷으로 가볍게 장례정보를 수집할 수 있고, 전국적 네트워크로 비용을 낮춰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

유니퀘스트는 2018년 이후 전국 최고의 장례의뢰 건수를 확보하고 있다. 이 회사는 기존의 장례업체와 달리 고객 맞춤형 장례 서비스를 제공하고는 한편 웹사이트와 안내자료 작성, 콜센터 구축에 노력하고 있다. IT 기술을 이용해 서비스 품질을 높이고 있다. 유니퀘스트의 CEO 시게노 신페이(重野心平)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고객의 요구도 바뀌고 있다. 지금까지 익숙한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모델로 이행해 사업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커리어넷 커리어 전직개발 연구소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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