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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눈' 내린 강원도…환절기 불안정한 대기에 비가 눈으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일 오전 강원 평창군 발왕산 정상에서 바라본 대관령에 밤새 내린 눈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2일 오전 강원 평창군 발왕산 정상에서 바라본 대관령에 밤새 내린 눈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2일 강원도 평창 대관령에 눈이 1.6㎝ 내려 쌓였다. 역대 두 번째 많은 기록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1일 오후 22년만에 대설특보가 내려진 강원 산지를 중심으로 2일까지 많은 눈이 내려 쌓였다. 대관령의 2일 새벽 '최심신적설'(새로 내린 눈이 쌓인 높이)은 1.6㎝로, 지금까지 5월에 내린 눈 중 두번째로 많았다.

구룡령 18.5㎝, 설악산 고지대 20㎝ 넘어

5월 2일 설악산 중청대피소 앞에 쌓인 눈이 20㎝를 기록했다. 국립공원공단

5월 2일 설악산 중청대피소 앞에 쌓인 눈이 20㎝를 기록했다. 국립공원공단

강원도 대관령에 '5월의 눈'이 내린 건 적설 관측을 시작한 1971년 이후 올해를 포함해 세번 뿐이다. 가장 많이 내렸던 때는 1976년 5월 5일로 1.8㎝의 눈이 내렸다. 1987년 5월 3일엔 지난 2일 적설량보다 적은 1.2㎝를 기록했다.

해발 722m에 있는 기상청 대관령 관측소에서 측정된 수치다. 대관령 관측소는 강원도에서 가장 높은 고도는 아니나, 강원도 내 공식 관측지점 중 가장 오래전부터 적설 기록을 측정해온 곳이라서 눈 기록을 비교할 때 가장 먼저 언급되곤 한다.

공식 관측소 중 가장 고도가 높은 곳은 해발 1019m에 위치한 홍천 구룡령 관측소로인데 2일까지 18.5㎝의 눈이 내려 쌓였다. 강원도 내에서 가장 높은 설악산 대청봉(해발 1708m)엔 기상청 공식 측정소가 없다. 하지만 국립공원공단에서 자체적으로 적설량을 기록한다. 국립공원공단에 따르면 해발 약 1600m에 위치한 설악산 중청대피소엔 지난달 30일부터 눈이 이어지면서 2일 오전 쌓인 눈이 20㎝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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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절기 비 얼려 눈으로 내린 한기… 오늘까지 소나기

강원 양양군 구룡령 옛길에서 바라본 백두대간에 밤새 내린 눈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강원 양양군 구룡령 옛길에서 바라본 백두대간에 밤새 내린 눈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이번 ‘5월의 눈’은 환절기에 나타나는 비가 얼어 눈으로 내린 것이라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기상청 박정민 통보관은 “여느 때에는 기상청 공식 관측지점이 있는 고도까지 눈이 아닌 비로 내렸을텐데, 이번 강원 산지의 경우 며칠 전부터 영하 25도의 찬 공기가 북쪽에서 지속적으로 들어오면서 강한 한기 때문에 700m 고도에서도 눈으로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인근의 진부령(강수량 61.6㎜), 미시령(58.5㎜)는 대관령과 달리 눈 대신 비가 내렸다.

기상청은 이번 5월 눈은 환절기의 불안정한 대기 때문에 우박이 내리는 것과 유사한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박 통보관은 “주로 찬 계절에서 따뜻한 계절로 넘어갈 때 대기가 불안정해 우박이 자주 나타난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우박이 나타난 기록을 살펴보면, 총 115차례 중 53.9%가 더운 공기가 찬 공기를 대체하는 과정인 3월부터 6월 사이에 발생했다. 가장 많은 달은 3월과 5월(각각 17회)이었다. 반면 찬 공기가 지배하는 1월은 10년간 5회 밖에 관찰됐지 않았고, 더운 공기가 압도하는 7월과 8월엔 단 한 차례도 내리지 않았다.

2021 0429 안동 지례예술촌 우박. [영상 인스타그램 jirye2_0ju]

2021 0429 안동 지례예술촌 우박. [영상 인스타그램 jirye2_0ju]

기상청 이현수 기후예측과장은 "이번 5월의 눈은 특이한 현상이긴 하지만 기존에도 5월 눈이 간혹 있었던 만큼 '이상 기상'으로 분류하긴 아직 이르다"며 "하지만 비슷한 현상이 반복된다면 기후 변화와의 연관성을 분석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월요일 아침 추워요, 어린이날 오전 비

2일 기상청에 따르면 전국에 비와 눈을 내린 한기는 동해상으로 빠져나가는 중이다. 낮동안 지표면이 가열되면서 일부 남아있는 찬 공기와 뒤섞여, 2일 밤까지 경기동부와 강원내륙.산지, 충북북부, 일부 경상권에는 돌풍과 함께 천둥.번개를 동반한 5㎜ 내외의 소나기가 오는 곳도 있고, 우박이 떨어지는 곳도 있겠다. 수도권과 충북, 경북권 서부, 경남권 동부에도 간혹 산발적으로 빗방울이 떨어지는 곳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월요일인 3일은 반짝 맑은 날씨를 보이지만 아침 최저기온 4~12도, 낮 최고기온 17~25도로 일교차가 20도 가까이 벌어진다. 4일부터 다시 우리나라로 저기압이 접근하면서 오전부터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이 비는 어린이날(5일) 오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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