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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말 안듣던 靑 달라졌다…시작은 유영민 "골방회의 없애라"

중앙일보

입력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광주 광산구 광주글로벌모터스에서 열린 준공 기념행사를 마친 후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광주 광산구 광주글로벌모터스에서 열린 준공 기념행사를 마친 후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정부 임기 1년여를 남기고 청와대에 변화가 찾아왔다. 참모진이 강성 친문(친 문재인) 중심이던 지난해까지만 해도 야당 비판에도 아랑곳 없이 청와대가 인사 등을 밀어붙이는 모습이 꽤 보였다. 하지만 최근 야당 인사를 청와대로 초청하고, 내부적으로 "인사 밀어붙이기를 자제하자"는 분위기가 생겨나는 등 야당에 손을 내미는 듯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6일 발표된 개각 인사를 앞두고 청와대 내부엔 '이번 개각 땐 야당 반대에도 임명을 강행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기류가 형성됐다고 한다. 또 민주당 관계자들 사이에선 "당초 추가 교체 가능성이 있던 부서도 꽤 있었지만 최종 후보로 올라온 인사들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논란이 될 가능성이 있어 교체하지 않았다"는 얘기도 돌고 있다. 이런 배경 때문에 개각의 폭이 예상보다 줄었고, 관료 출신들이 많이 기용됐다는 것이다. 29명의 국무위원을 야당 동의 없이 임명했던 그동안과는 다른 모습이다.

개각과 청와대 개편을 통해 교체된 인사의 면면에도 달라진 청와대 인사 기조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는 당 주류인 친문과 비교적 거리가 있는 화합형·통합형 정치인으로 분류된다. TK(대구·경북) 출신이어서 그가 지명되자 전직 대통령 사면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국민의힘 주호영 당 대표 권한대행(왼쪽)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예방한 이철희 청와대 신임 정무수석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주호영 당 대표 권한대행(왼쪽)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예방한 이철희 청와대 신임 정무수석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임명된 이철희 수석도 친문과는 거리가 있는 인사로 평가받는다. 그의 취임 일성은 “아닌 것은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참모가 되겠다”였다. 기존 정무수석은 모두 친문으로 분류됐다. 특히 강성 친문으로 불렸던 전임 최재성 전 수석과 차별화되는 인사였다.

이철희 수석은 정무수석으로 업무를 시작하자마자 야당과 소통을 강조했다. 이 수석은 지난 22일 주호영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을 만나 “지금까지 야당과의 소통에 소홀했다는 것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4·7 재·보선에서 당선된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한 것도 이 수석이 임명된 뒤의 일(22일)이다.

이 수석은 또 재·보선에선 여권에 등을 돌린 청년층의 성난 민심을 다시 되돌리기 위해 청와대 내 청년TF(태스크포스)를 출범시켰다. 향후 청와대와 정부의 청년 정책 방향을 종합적으로 논의할 TF다. 기존에 있는 청년비서관실에만 청년 관련 업무를 맡기지 말고 청와대의 모든 부서들이 청년 문제에 관심을 가져보자는 취지라고 한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열린 제102주년 3ㆍ1절 기념식을 마치고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열린 제102주년 3ㆍ1절 기념식을 마치고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의 변화는 지난 1월 임명된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에서부터 시작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유 실장은 1979년 LG전자(당시 금성사)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정보담당임원(CIO·최고정보책임자)까지 오른 기업인 출신이다. 정치인이었던 임종석·노영민 전 실장과 차별화되는 인사다.

유 실장은 특히 다양한 의견을 듣는 데 열려있는 자세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설명했다. 기존엔 비서실장 주재로 매일 아침 수석비서관 이상급이 참석하는 이른바 ‘골방회의’가 있었다. 유 실장은 ‘골방회의’를 없애고, “회의 참석자를 늘리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이를 “열린 회의”라고 표현했다.

이런 청와대 변화의 배경엔 4·7 재·보선 참패와 임기 말 지지율 하락이 있다는 점은 부인키 어렵다. 한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 지지율이 높을 때야 정책이나 인사를 밀어붙일 수 있지만, 지지율이 떨어지면 힘들다. 야당의 이야기를 들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핵심 인사들을 야당과 소통이 되는 사람으로 교체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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