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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폭탄도 소중" 전당대회 코앞, 꼬리 내린 與당권후보 3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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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5ㆍ2 전당대회를 이틀 앞둔 30일, 당 대표 후보 홍영표ㆍ송영길ㆍ우원식(기호순) 의원의 막판 호소는 결국 강성 지지층 끌어안기 경쟁으로 귀결됐다. 2주 전 출마 때만 해도 나름 ‘반성’(홍영표)ㆍ‘변화’(송영길)ㆍ‘혁신’(우원식)을 언급했지만 선거가 다가올수록 민심이 아닌 당심 바라기로 기우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로 나선 홍영표(왼쪽부터), 송영길, 우원식 의원.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로 나선 홍영표(왼쪽부터), 송영길, 우원식 의원. 연합뉴스

이날 오전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나란히 출연한 세 후보는 모두 강성 지지층의 문자 폭탄과 관련해 “당원들의 자유로운 의견”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이날 대담은 선거 전 마지막 합동 토론회 형식으로 진행됐다. “강성 지지층이 문자 행동을 할수록 재집권의 꿈은 멀어진다”(28일, 조응천 의원)는 당내 우려가 무색해졌다는 말이 나왔다.

친문(親文ㆍ친문재인) 핵심으로 통하는 홍영표 의원은 “강성 당원이란 말은 (민주당을) 분열시키는 프레임”이라며 구분 자체를 거부했다. 이어 “우리 당원들의 의사 표현은 어떤 형태로든지 활발하게 (표출)될 때, 당이 살아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셋 중 친문 계파색이 가장 옅다는 송영길 의원은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규정하고 상대방 의견을 완전히 진압하려는 행태는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성 지지층을 비판하는 듯 보였지만, 사회자가 ‘제어 대상으로 보시느냐’고 재차 묻자 “소중한 우리 당의 자원이다. 개혁의 에너지로 승화시키자”라고 물러섰다.

우원식 의원은 “문자 폭탄은 의견이기 때문에 의견을 받으면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표현은 자제해야 하지만, 자기 의견의 표출은 자유롭게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틀 후 열릴 전당대회 투표 반영 기준은 전국대의원 45%, 권리당원 40%, 일반 국민 여론조사 10%, 일반 당원 여론조사 5%다. 일반 국민(10%)보단, 친문이 다수인 권리당원(40%) 표심이 당락에 더 영향을 미친다. 후보들이 권리당원 표심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지금까지 본인이 꺼냈던 의견을 수정하는 모습도 연출됐다.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부과 기준을) 올릴 수 있다”(14일, 홍영표), “조정 필요성이 있다”(25일, 송영길) 등 다양한 의견이 있었지만, 이날 라디오에선 세 의원 모두 완화에 반대했다. 종부세 완화는 친문계에서 ‘부자 감세’라며 반대하는 이슈다.

수도권 초선 의원은 “전당대회 투표 비율상 당권 주자들이 당심만 바라보는 게 어쩔 수 없다는 건 안다. 하지만 당 지도부가 강성 지지층에 끌려가면, 이는 고스란히 차기 대권 주자들의 짐으로 넘어가게 되고, 민심 대결인 대선 본선에서 절대 유리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선율 71%…최고위원 후보들의 ‘꼴찌 탈출전’

당 대표와 함께 전당대회에서 뽑는 선출직 최고위원 다섯 자리를 놓곤 7명의 후보(강병원 의원, 황명선 논산시장, 김용민ㆍ전혜숙ㆍ서삼석ㆍ백혜련ㆍ김영배 의원, 기호순)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경쟁률도 높지 않고, 눈에 띄는 메시지나 정책 대결도 없어 흥행이 저조하다. 익명을 원한 정치평론가는 “꼴찌만 면하면 당선되는 선거인데, 굳이 돌출행동을 할 필요가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들. 왼쪽부터 김영배ㆍ백혜련ㆍ서삼석ㆍ전혜숙ㆍ김용민 의원, 황명선 논산시장, 강병원 의원. 중앙포토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들. 왼쪽부터 김영배ㆍ백혜련ㆍ서삼석ㆍ전혜숙ㆍ김용민 의원, 황명선 논산시장, 강병원 의원. 중앙포토

실제 단순 당선율은 71%고, 여성으로만 한정하면 전혜숙ㆍ백혜련 의원 중 한 명 이상은 무조건 당선이 보장된다. 다섯 자리 중 한 자리는 여성 몫으로 안배가 돼 있어 여성 후보가 5위 안에 못 들더라도 최다득표자가 자동으로 최고위원이 되는 게 민주당 규정이다.

각 후보 진영은 위험한 도박을 펼치기 보다 꼴찌를 피하는 안전 운행과 지지층 다지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친문 강병원ㆍ김용민ㆍ김영배 의원은 강성 지지층 문자 폭탄 문제에 대해 “민주당 당원들은 논리적”(강병원), “문자폭탄 더 권장해야”(김용민), “당원에게 책임 묻는 건 옳은 태도가 아니다”(김영배) 등 옹호에 나섰다.

서삼석 의원과 황명선 논산 시장은 각각 지역 정서와 지방 표심을 파고들고 있다. 호남 출신의 서 의원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호남에서도 지지율 1위”인 점을 강조하며 호남 최고위원의 배출을 통한 견제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전국자치분권민주지도자회의(KDLC)의 지지를 받는 황 시장은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염태영 수원시장이 현역 지방단체장으론 최초로 최고위원에 당선됐던 사례를 부각하고 있다.

여성 후보 중 전혜숙 의원은 “문 대통령을 지키겠다”며 친문 인증에 주력하는 반면 백혜련 의원은 “조국 사태를 성찰할 필요가 있다”며 친문 주류와는 다른 노선을 택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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