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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4500조 투입해 美 재건"…'작은 정부'와 결별 공식화

중앙일보

입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28일 미 의회에서 취임 후 첫 상하원 연방 합동회의 연설을 했다. 미국 권력 서열 2위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자 상원의장(왼쪽)과 3위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오른쪽)이 뒤에서 연설을 지켜봤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28일 미 의회에서 취임 후 첫 상하원 연방 합동회의 연설을 했다. 미국 권력 서열 2위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자 상원의장(왼쪽)과 3위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오른쪽)이 뒤에서 연설을 지켜봤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1조 8000억달러(약 1992조원) 규모의 ‘미국 가족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재건'을 목표로 한 바이드노믹스의 '마지막 퍼즐'이다.

인프라 구축 '미국 일자리 계획' 이어 #2000조원 규모 '미국 가족 계획' 추가 #3~4세 유치원, 커뮤니티 대학 무료화 #'부자 증세' 통해 재원 마련...난항예상

천문학적인 재원 마련을 위한 '부자 증세'도 제안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이후 미 정가의 컨센서스였던 '작은 정부', 감세와 결별하고 '큰 정부'와 증세로 선회하겠다는 뜻을 공식화한 것이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상·하원 연방 합동회의 연설에서 “낙수 효과(trickle-down economy)는 단 한 번도 작동한 적이 없다”며 “이제 우리 경제가 상향식(bottom up)과 중상향식(middle-out) 발전을 하게 만들 시간”이라며 이같은 계획을 내놨다. 2조 3000억 달러(약 2550조원) 규모의 '미국 일자리 계획'을 내놓은 지 약 한달만이다.

앞서 '미국 일자리 계획'이 신산업과 인프라에 대한 투자로 채워졌다면 '미국 가족 계획'은 인적 투자와 중산층 복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3~4세 유치원 무상 교육에 약 2000억 달러(약 221조 7000억원), 2년간 커뮤니티 칼리지 무상 교육에 약 1090억 달러(약 120조 8000억원), 보육 지원 확대에 2250억 달러(약 249조 3000억원), 가족 돌봄과 의료 목적의 유급 휴가 확대에 2250억 달러(약 249조 3000억원) 등을 배분했다. 여기에 보험료 공제와 자녀 세액 공제 확대 등 8천억 달러(약 886조 5600억원) 규모의 세금 혜택도 포함됐다.

바이든 1조8000억달러 규모 ‘미국 가족 계획’.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바이든 1조8000억달러 규모 ‘미국 가족 계획’.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바이든 대통령은 막대한 재원은 부유층에 대한 증세를 통해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소득 상위 1%의 고소득자에게 적용되는 연방소득세 최고세율을 37%에서 39.6%로 올리고, 연 소득 100만 달러(약 11억원) 이상 자본 이득에 대한 세율을 현재 최고 20%에서 39.6%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공약대로 연 소득 40만 달러(약 4억 4000만원) 미만은 증세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국세청의 탈세 관리·감독 강화에 800억 달러(약 88조 7000억원)를 투입해 10년간 7000억 달러(약 775조 7400억원)의 추가 세원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부자 증세’와 국세청 시스템 개선을 통해 10년간 약 1조 5000억 달러(약 1662조 3000억원)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게 바이든 행정부의 계산이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일자리 계획’의 재원 마련을 위해 현행 21%인 법인세 최고세율을 28%로 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기업 증세를 통해 인프라 확충 비용을 마련하고, 부자 증세를 통해 보육과 교육 지원 비용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미국 가족 계획’은 바이드노믹스가 내세운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의 세 번째이자 마지막 단계다. ‘미국 구조 계획’과 ‘미국 일자리 계획’과 합하면 지출 규모는 6조 달러(약 6649조 2000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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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월 초 의회를 통과한 ‘미국 구조 계획’이 코로나19 위기를 넘기 위한 ‘단기 처방’이라면 4조 1000억 달러(약 4543조 6200억원) 규모의 일자리 계획과 가족 계획은 인프라·인적 투자를 통해 잠재 성장률을 끌어올리고 양극화라는 구조적 문제에도 대처하겠다는 '중장기 처방'이다.

바이드노믹스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바이드노믹스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다만 바이든의 구상이 현실화하려면 넘어야 할 관문이 많다. 당장 증세와 큰 정부 회귀 움직임에 공화당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내 온건파 사이에서도 자본이득세 인상이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일자리를 줄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상원의 공화당 2인자인 존 툰 의원은 27일 트위터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의 세금 인상은 민주당이 사회주의 비전을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일하는 미국인에게 도움되지 않는다"며 강력히 비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행정부는 공화당 협상가들과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며 “공화당은 도로 건설에 돈 쓰는 것보다 보육과 유급 휴가 등에 돈을 쓰는 걸 더 꺼리고, 세금 인상에도 부정적”이라고 의회 내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달 내놓은 ‘미국 일자리 계획’보다 보육과 가족 등에 초점을 맞춘 이번 계획이 더 큰 반대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도 “바이든의 야심 찬 계획은 의회를 통과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공화당은 이미 이 계획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했고, 민주당 내 온건파들도 1조 8000억 달러라는 지출 규모를 불편해한다”고 전했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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