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조작, 난 몰랐다" 서울대 공동저자들 서로 책임 떠넘기기

중앙일보

입력

'황우석 교수 논문 조작사건'에 연루된 서울대 교수들이 조작에 대한 책임을 서로 떠넘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서울대에 따르면 2004,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의 공저자 가운데 서울대 징계위에 회부된 이 대학 교수 7명은 지난주 제출한 경위서에서 한결같이 "나는 상황을 잘 몰랐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고 한다. 황 교수조차 "줄기세포가 바꿔치기됐다"는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하며 "나는 속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대 강성근(수의대) 교수도 "영어에 능통하다는 이유만으로 논문 작성을 맡았을 뿐"이라며 "연구 과정과 논문 제출 경위는 황 교수가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대학 관계자가 전했다. 서울대 수의대를 졸업하고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강 교수는 논문 작성 능력이 뛰어나다는 이유로 2002년 황 교수가 직접 영입했다. 그동안 황 교수팀의 대외협력 업무를 맡아온 강 교수는 경위서에서 "사태가 불거진 지난해 11월 이후 언론 대응이나 미국 연구원 접촉 등은 안규리 교수가 맡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안규리(의대) 교수도 경위서에서 "내가 마치 대변인인 것처럼 알려진 것은 오해"라며 "정확한 경위를 모르는 상태에서 부당한 공격을 받는다고 생각해 나선 것뿐"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복제 개 스너피를 탄생시킨 이병천(수의대) 교수는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고 책임을 느낀다. 하지만 나는 동물복제만 했고 (논문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별로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조사위 최종보고서에 '연구자문'을 한 것으로 돼 있는 농업생명과학대 이창규 교수와 '환자 체세포 제공'에 기여한 것으로 돼 있는 의대 백선하 교수는 "한 일이 별로 없는데 황 교수가 이름을 올려주겠다고 해서 감사한 마음으로 응낙했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2004년 논문의 공동교신저자인 문신용(의대) 교수는 "조작 경위에 대해 아는 바가 없고 2005년에는 황 교수와 결별한 상태에서 나와 내 연구팀원들의 이름을 황 교수가 일방적으로 올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26일 1차 회의에서 경위서를 검토한 징계위는 검찰 수사 등을 참고해 다음달 중순께 이들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서울대 정운찬 총장은 이미 이들 전원에 대한 중징계를 요청한 상태다.

한편 검찰은 30일 권대기 서울대 연구팀 줄기세포 팀장 등을 소환해 실험노트에 들어 있는 체세포 3번 세포주(NT-3)의 콜로니(줄기세포 집합체) 사진 4장의 촬영 시점 등을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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