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AA'인데 저긴 'CCC'···못믿을 ESG 등급, 기관별 제각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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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경제인연합회가 국내 기업의 ESG 등급을 조사한 비교표. 같은 기업이라도 평가기관에 따라 ESG 등급 차이가 크다. 자료 전경련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에 대한 평가 결과가 국내·외 기관별로 격차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똑같은 기업에 대한 ESG 등급이 평가 기관에 따라 최대 5단계까지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평가 항목이나 기준부터 명확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경련, 평가 항목과 기준부터 명확히 수립해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국내 매출액 100대 기업 중 ESG 평가기관 3곳에서 등급을 매긴 55개 기업의 ESG 등급을 분석한 결과를 26일 발표했다. 평가기관 3곳은 모건스탠리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옛 톰슨로이터(Refinitiv),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등이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55개 기업의 평균 등급 격차는 1.4단계로 나타났다. 기관별로 3단계 이상 차이가 나는 기업이 22개로 전체의 40%를 차지했다. 그만큼 평가기관에 따라 등급 차이가 크다는 의미다. 일례로 현대제철은 Refinitiv ESG 등급에서 AA(조정등급)를 받았지만, MSCI에선 CCC 평가를 받았다.

기아자동차는 MSCI에선 CCC 등급을 받았지만 KCGS 평가에선 A 등급을 받았다. 삼성중공업은 MSCI 평가에선 CCC 등급을 받았지만 Refinitiv ESC 등급은 A(조정등급)로 조사됐다. MSCI와 KCGS는 7단계로 ESG 등급을 매겨 발표한다. 반면 Refinitiv는 100점 만점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100점 만점 점수체계는 7단계 등급으로 변환해 비교했다”고 설명했다.

전경련은 등급 차이가 발생한 이유로 평가항목 및 기준 차이를 꼽았다. 일례로 MSCI 환경 지표는 기후변화, 천연자원, 오염 및 폐기물 등이다. 반면 KCGS는 환경전략, 환경조직, 환경경영으로 환경 평가 지표가 나뉜다. Refinitiv의 환경 지표는 자원사용, 배출, 제품혁신이었다.

전경련은 “가점과 감점 방식을 적용하는 틀은 유사하지만, 세부적인 점수 산정 및 가중치 부여 등에서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외 ESG 평가기관의 경우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며 “한국 기업과의 커뮤니케이션 없이 공개되는 자료에만 의존해 등급이 산정되기 때문에 글로벌 평가기관 등에 ESG 활동 정보를 적극적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경련은 ESG를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기업의 공유가치 창출(CSV)과 혼동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각 기업이 왜 ESG를 추구하는지 투자 유치인지 연기금 대응인지 등 구체적인 방향을 정해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