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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돈!’ ‘까!’ ‘스!’ 세 발 뛸 간격 잘 계산해서 폴짝

중앙일보

입력

놀사와 같이 놀자 14화. 금산의 돈까스

돈까스 놀이는 반드시 먼저 네모를 밟고 나서 발짝을 뛰어야 하며 금을 밟거나 네모를 밟지 못한 아이는 탈락된다.

돈까스 놀이는 반드시 먼저 네모를 밟고 나서 발짝을 뛰어야 하며 금을 밟거나 네모를 밟지 못한 아이는 탈락된다.

보통 돈까스 놀이는 상대편의 발을 밟는 것이 놀이의 핵심이지만 금산의 돈까스 놀이는 열 발 뛰기 놀이와 닮았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좋은 신발에 흠집 나는 것이 싫어서인지 발 밟기 놀이를 꺼리죠. 발을 세게 밟혔을 때는 놀이가 싸움으로 변하기도 하고 아무래도 고무신 신던 때와는 다릅니다.

놀이 방법은 다음과 같아요. 아래의 그림과 같이 마당이나 공터에 한 변이 50cm가량 되는 정사각형의 네모를 그립니다. 그리고 가위바위보를 해서 등위를 정하는데 꼴찌를 한 아이가 술래가 됩니다. 일등부터 화살표가 표시된 방향에서 달려 나와 네모를 밟으면서 세 발짝을 뛰죠. 발짝을 뛸 때는 한 발에 “돈”, 두 발에 “까”, 세 발짝에 “스”하고 큰소리로 외칩니다. 이때 발짝을 뛰는 방향은 사방 어느 곳이든 무방하죠. 단 반드시 먼저 네모를 밟고 나서 발짝을 뛰어야 하며 금을 밟거나 네모를 밟지 못한 아이는 아웃(탈락)됩니다.

이와 같이 일등부터 꼴찌까지 모두 발짝을 뛰고 나면 술래도 화살표 방향에서 달려 나와 발짝을 뛰는데 술래는 두 발, 즉 “돈”, “까” 까지만 뜁니다. 이때 두 발짝을 뛴 술래가 자신이 멈춘 자리에서 손과 발을 뻗어 이미 세 발짝을 뛴 아이들의 몸을 채면(터치) 그 아이는 아웃되죠. 한편 술래에게 채지 않은 아이들은 세 발짝 안에 다시 네모 안으로 들어와야 해요. 만일 세 발 안에 들어오지 못하면 술래에 채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탈락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그러므로 발짝을 뛸 때는 술래에게 닿지 않기 위해 멀리 뛰는 것도 중요하지만, 너무 멀리 뛰면 다시 들어오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하죠. 술래가 한 명도 채지(터치) 못하면 다시 술래가 되고, 여러 명을 탈락시키면 죽은 아이들끼리 가위바위보를 해서 다시 한 명의 술래를 뽑습니다.

열 발 뛰기는 모두가 한 방향으로 발짝을 뛰지만 금산의 돈까스는 어느 방향으로든 뛸 수 있는 것이 특징이에요. 비슷한 발짝 뛰기 놀이인 열 발 뛰기는 명칭에 ‘열 발’이 들어간다고 해서 반드시 열 발만 뛰는 건 아닙니다. 술래로 뽑힌 사람이 명하는 숫자에 맞춰 멀리 뛰면 되죠. 때에 따라 다섯 발이 될 수 있고 일곱 발을 뛸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놀이를 ‘세 발 뛰기 놀이’라 부르는 지역도 있어요. 술래로 뽑힌 이는 다른 사람들보다 한 발을 덜 뛰어 맨 처음 뛴 자리로 되돌아오는 사람들을 수비하죠. 수비가 아닌 사람들도 무작정 멀리 뛰기보다는 다시 돌아올 것을 생각하여 적당하게 뛰는 것이 중요합니다.

열 발 뛰기는 술래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열 발을 뛰고 나면 술래는 다른 사람들에게 돌아오는 방법을 주문하는데, 주문하는 내용은 지방마다 가지각색이죠. 오리걸음이나 토끼뜀, 그리고 코끼리걸음처럼 주로 동물 흉내가 많아요. 도둑발과 신호등을 주문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면 술래를 제외한 사람들은 주문한 내용에 맞춰 출발선으로 되돌아오죠. 가령 오리걸음이 주문일 때는 오리걸음을 한 채 꽥꽥거리며 출발선으로 돌아오고, 도둑발 주문일 때는 술래가 보지 않는 곳에서 조금씩 움직여 출발선으로 돌아옵니다.

술래의 주문에 맞춰 되돌아오는 과정에서 반드시 주의해야 할 내용이 있어요. 바로 술래가 치려고 하면 반드시 멈춰야 하는 것이죠. 멈추면 술래가 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움직이다 술래에게 치이면 그 사람이 다음번 술래가 됩니다. 이 과정에서 술래가 한꺼번에 여러 사람을 잡으면 가위바위보로 술래를 정하죠.

금산의 돈까스 놀이와 열 발 뛰기 놀이는 술래를 정하고 술래의 손에 치이면 실격하는 전래놀이의 기본 형태에 술래는 다른 사람보다 한 발 덜 뛴다는 규칙이 추가되어 만들어진 놀이입니다. 멀리 뛰기가 중요한 이 놀이는 아무런 도구 없이 넓은 공간만 있으면 할 수 있어요. 뛰는 발의 수를 줄이면 좁은 공간에서도 할 수 있죠. 다른 놀이에 비해 쉽고 단순하므로 얼마든지 변형과 발전이 가능합니다.

아이들은 술래에게 치이지 않으려고 멀리 뛰어야 하고, 다시 돌아오기도 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의 능력을 적절하게 조절하는 법을 배우게 되죠. 또한 아이들은 계속 뛰는 동작을 통해서 다리의 유연성과 순발력을 기를 수 있습니다. 놀이 중에 오리걸음 외에도 옆으로 걷는 게걸음, 깡총깡총 토끼걸음, 듬직한 코끼리걸음 등 다양한 동물 흉내와 소리를 내면서 들어오면 재미가 한층 더하겠죠. 열 발 뛰기 놀이는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놀 수 있다는 점과 함께 술래가 주문하는 내용에 맞는 행동과 소리를 내며 돌아온다는 점이 특징이에요. 신체 활동을 비롯해 나름대로 전략과 전술이 필요한 탓에 두뇌 발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놀이죠.

글=김경숙(놀이하는사람들 경북 문경지회), 사진=중앙포토, 정리=한은정 기자 han.eu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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