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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로남불’ 현수막 금지했던 선관위, 뒤늦게 "법 고쳐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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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공동행동)은 지난 3월 23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궐선거 왜 하죠?' 등 공동행동의 캠페인 문구를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가 별다른 근거 없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해석했다고 규탄했다. 연합뉴스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공동행동)은 지난 3월 23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궐선거 왜 하죠?' 등 공동행동의 캠페인 문구를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가 별다른 근거 없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해석했다고 규탄했다. 연합뉴스

‘투표가 위선·무능·내로남불을 이깁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4·7 재·보궐선거 과정에서 “특정 정당·후보자를 쉽게 유추할 수 있는 표현이라서 사용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문구다. 선관위는 이 밖에도 한 여성단체가 내건 ‘서울시장 보궐선거 왜 하죠?’라는 현수막 문구 등을 불허하면서 편파성 논란을 빚었다.

이에 선관위는 22일, 재·보선 과정에서 편파성 논란의 근거가 된 공직선거법(선거법) 조항을 개정해달라는 의견을 21일 국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현행 선거법은 국민의 높아진 정치참여 의식과 개선된 선거문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선거운동 방법을 광범위하게 제한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며 “정치적 표현의 자유 보장과 선거운동의 자유 확대를 골자로 하는 선거법 개정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5일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항의방문 한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 국민의힘은 선관위가 '서울시장 보궐선거 왜 하죠' 현수막 문구 불허, '내로남불' 등의 투표 독려 문구 사용을 불허해 공정하지 못한 행태를 보인다고 항의했다. 오종택 기자

지난 4월 5일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항의방문 한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 국민의힘은 선관위가 '서울시장 보궐선거 왜 하죠' 현수막 문구 불허, '내로남불' 등의 투표 독려 문구 사용을 불허해 공정하지 못한 행태를 보인다고 항의했다. 오종택 기자

선관위가 이번 개정의견에서 폐지를 제안한 조항은 선거법 제90조와 제93조 1항이다. 현행 선거법 90조는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행위는 이 법에 의한 것을 제외하고는 할 수 없다”며 “정당의 명칭이나 후보자의 성명·사진 또는 그 명칭·성명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을 명시한 것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선거법 93조 1항도 광고·벽보 등에 대해 유사한 제재를 명시하고 있다.

선관위는 “현행 제90조와 93조 1항을 폐지하면 선거운동 기간 전에는 선거운동에 이르지 않는 범위에서 누구든지 시설물·인쇄물을 이용한 정치적 의사 표현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선거법 제68조를 개정해 유권자가 본인이 부담한 소품 등을 이용해 선거운동을 가능하도록 하고, 제58조 2항을 개정해 투표 참여 권유 표현의 허용범위도 확대하자는 의견을 제출했다.

선관위가 제출한 의견대로 선거법이 바뀐다면 이번에 불허된 ▶투표가 위선·무능·내로남불을 이깁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왜 하죠? ▶우리는 성평등에 투표한다 ▶당신의 투표가 거짓을 이긴다 등의 문구가 모두 사용 가능해진다.

다만 선관위가 2013년과 2016년 유사한 개정의견을 제출했을 때는 법 개정으로 이어지지 못한 전례가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과거 개정의견을 제출했을 때는 국회의 실질적인 관심이 부족해 법 개정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며 “선관위가 의견을 제출하면, 법안 발의와 논의는 국회에서 해줘야 하는 부분이다. 이번에야말로 정치권의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학계와 시민단체, 언론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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