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구미 친모 끝까지 "애 안 낳았다"···법원 앞엔 아이 제사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북 구미에서 방치돼 숨진 3세 여아 친모 A씨의 첫 재판이 열린 22일 오전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정문 앞에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들이 밥과 간식으로 밥상을 차려 놓고 숨진 여아를 추모하고 있다. 뉴스1

경북 구미에서 방치돼 숨진 3세 여아 친모 A씨의 첫 재판이 열린 22일 오전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정문 앞에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들이 밥과 간식으로 밥상을 차려 놓고 숨진 여아를 추모하고 있다. 뉴스1

경북 구미시에서 숨진 채 발견된 3세 여아의 친모 A씨(48)가 첫 재판에서도 ‘아이 바꿔치기’ 혐의는 물론 자신의 출산 사실을 재차 부인했다. A씨 측은 “출산이라는 전제 없기 때문에 미성년자 약취 혐의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경북 김천시 대구지법 김천지원 형사2단독(판사 서청운)은 22일 오전 11시 미성년자 약취와 사체은닉미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첫 재판을 진행했다. A씨는 자신이 낳은 아이와 친딸 B씨(22)가 낳은 딸을 바꿔치기하고 지난 2월 숨진 채 발견된 여아의 시신을 은닉하려고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재판에서 A씨는 노란 색깔로 염색한 긴 머리를 늘어뜨리고 녹색 수의를 입은 채 법정으로 들어섰다. 방청석 맨 앞 줄에는 A씨의 남편과 큰딸이 앉아 있었다. 이밖에 온라인으로 미리 추첨한 일반인 방청객(8명)과 취재진이 방청석을 채웠다.

검찰 측은 “피고인(A씨)이 구미의 한 산부인과에서 친딸 B씨가 낳은 딸과 자신의 딸을 불상의 방법으로 바꿔치기했다”면서 “이후 (아이의) 시신이 발견되자 이를 매장할 의도로 이불과 종이박스에 넣어 들고 나왔으나 두려움을 느껴 미수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공소 사실을 설명하는 동안 A씨는 눈을 감고 있었다.

A씨 측은 사체은닉미수 혐의에 대해선 인정했다. A씨 변호인은 “공소 사실 2항 사체은닉미수 부분은 모두 인정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사체 은닉 인정하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도 “네”라고 답변했다.

경북 구미에서 방치돼 숨진 3세 여아의 친모 A씨가 22일 오전 첫 재판이 열리는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에 도착해 호송차에서 내리고 있다. 뉴스1

경북 구미에서 방치돼 숨진 3세 여아의 친모 A씨가 22일 오전 첫 재판이 열리는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에 도착해 호송차에서 내리고 있다. 뉴스1

하지만 아이를 바꿔치기 했다는 혐의에 대해선 전면 부인했다. A씨 변호인은 “피고인은 출산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과 검찰 수사 과정에서 A씨의 유전자(DNA) 검사를 네 차례 실시한 결과 모두 A씨가 숨진 아이의 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A씨는 자신이 출산한 적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검찰은 여전히 A씨가 아이를 어떤 수법으로 바꿔치기했는지는 파악하지 못했다. 재판부가 ‘불상의 방법’이 무엇인지 묻자 검찰 측은 “B씨가 낳은 신생아를 유출한 것으로 추정은 되지만 명확히 입증하지 못해 ‘불상의 방법’이라고 기재했다”고 했다. 다만 신생아에게 부착하는 인식표를 분리한 것을 바꿔치기의 증거로 제시했다. 재판부는 추후 증거 조사를 통해 이를 확인할 방침이다.

A씨는 사설 변호인을 선임할 것인지에 대한 재판부의 질문에 대해서는 “국선 변호인에게 변호를 계속 받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당초 A씨의 변호를 맡았던 유능종 변호사가 선임된 지 9일 만인 지난 14일 사임계를 제출하면서 A씨 변론은 국선 변호인이 맡고 있다.

A씨에 대한 다음 재판은 다음달 11일 대구지법 김천지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재판이 끝난 뒤 국선 변호인은 취재진과 만나 “변호에 부담을 많이 갖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A씨는 일관되게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며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할 것이고 이것이 변호인 본연의 임무”라고 말했다.

경북 구미에서 방치돼 숨진 3세 여아의 친모 A씨가 22일 오전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에서 첫 재판을 마친 뒤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뉴스1

경북 구미에서 방치돼 숨진 3세 여아의 친모 A씨가 22일 오전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에서 첫 재판을 마친 뒤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뉴스1

법원 앞에서는 A씨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집회도 열렸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들은 이날 김천지원 정문에서 숨진 아이를 추도하는 제삿상을 차리고 ‘아이를 방치한 B씨와 친엄마로 밝혀진 A씨의 법정 최고형을 바랍니다’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A씨 모녀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김천=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