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에 웬 초강력 태풍? '수리개' 뜨자 필리핀 10만명 대피

중앙일보

입력 2021.04.21 18:43

업데이트 2021.04.21 19:24

천리안 위성으로 본 태풍 '수리개'. 태풍의 눈이 뚜렷하게 보인다. 기상청

천리안 위성으로 본 태풍 '수리개'. 태풍의 눈이 뚜렷하게 보인다. 기상청

제2호 태풍 '수리개(SURIGAE)'가 슈퍼급 태풍으로 발달하면서 필리핀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 수리개는 22일 동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세력이 약해져 우리나라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이라고 예보됐다.

21일 기상청에 따르면, 14일 발생한 태풍 수리개는 오후 3시 현재 필리핀 마닐라 북동쪽 약 590㎞ 해상에서 북북서 방향으로 이동 중이다. 중심기압은 940hPa(헥토파스칼)이고 최대풍속 169㎞/h, 강풍반경은 330㎞로 '매우강’ 강도의 태풍이다. 수리개는 북한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솔개를 뜻한다.

필리핀에서는 피해가 속출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니켈광석과 경유를 싣고 가던 화물선 'LCT 세부 그레이트 오션'이 필리핀 남부 수리아고 델 노르테 인근 해역에 좌초됐고, 이로 인해 선원 20명이 실종됐다. 필리핀 해양경비대가 현장에서 실종 선원 수색에 나섰지만, 태풍의 영향으로 파도가 거세고 시야 확보가 안돼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태풍이 직접 상륙하진 않았지만, 내륙에도 상당한 피해가 발생했다. 태풍으로 인한 강풍 때문에 2명이 숨지고 해안가 주민 10만여 명이 대피했다.

태풍 수리개 예상 이동경로. 기상청

태풍 수리개 예상 이동경로. 기상청

태풍은 22일쯤에 동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오키나와 남쪽 해상을 지나겠고 세력도 점차 약해지겠다. 국내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역대 4월 태풍 중 가장 강력"

태풍 수리개의 영향으로 필리핀 내륙 지역이 홍수 피해를 겪었다. AP=연합뉴스

태풍 수리개의 영향으로 필리핀 내륙 지역이 홍수 피해를 겪었다. AP=연합뉴스

태풍은 매년 25개 안팎으로 발생하는데 주로 7월에서 10월 사이에 세력이 절정을 이룬다. 그중 3~4개가 국내에 영향을 미친다.

기상 전문가들은 4월 발생한 태풍이 이렇게 강한 규모로 발달한 건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수리개는 2015년에 발생한 태풍 '마이삭'을 뛰어넘어 4월 태풍 중에서 가장 강력한 태풍으로 기록됐다.

기상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바닷물 온도가 상승하는 등 이른 시기부터 태풍의 위력이 강력해지기 유리한 조건이 형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상학자 제프 마스터스는 “북서태평양에서 태풍 형성을 위한 환경이 지난해보다 더 좋아졌다”며 “더 많은 따뜻한 물이 존재하며 라니냐는 현재 중립 상태로 약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케리 이매뉴얼 미 MIT대 교수는 2017년 미국기상학회에서 발표한 연구에서 “오늘날에는 100년에 한 번 발생하는 폭풍이 21세기 말까지 평균 5년에서 10년마다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도 점점 강력해지는 태풍의 위력에 직접적인 피해를 받을 수 있다. 문일주 제주대 태풍연구센터장은 “4월에 이렇게 강한 태풍이 발생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며 “올해 태풍 시즌에도 평년과 비슷하거나 강한 수준으로 태풍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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